성장통 #part17
공연 준비 내내
눈뜨면서 짜증
말만 하면 짜증
이런 적이 없었는데
녀석의 짜증이 하늘을 찌른다
"왜 눈만 뜨면 엄마한테 심술이야?
엄마가 그렇게 만만해?"
연일 계속되는 연습으로
피곤하니 그렇겠지
이번에 맡은 역할이
너무 어려워서 그런가 보다
안쓰럽다가도
지가 좋아서 하는 일에
왜 나한테 짜증인가 싶어
오늘은 아침부터 기분이 상했다
"그렇게 힘들면 담 공연은 하지 말아!"
덩치만 중학생이지
유독 체력이 약한 녀석이다
어려서부터도 운동이라면 질색이고
유일하게 움직이는 건
물놀이나 자전거 춤출 때 정도였다
그런 녀석이 땀을 내고 움직이는 건
춤추고 노래할 때뿐이라
운동삼아 스트레스도 풀 겸
시작한 뮤지컬이었다
다행히 무대에 서는 것도 좋아하고
매번 본인이 하겠다고 우겨서
지금까지 왔지만
뒷바라지하는 엄마 역할도
만만치는 않기에
자꾸만 녀석에게 조건을 달게 된다
"성적 떨어지면 극단 그만둘 거야!"
그래도 늘 돌아오는 녀석의 대답은
"재미있어. 계속하고 싶어"였다
자식이기는 부모 없다고 했던가
중학생이나 되고 보니
초등학교 때까지
그리도 하고 싶은 것도 많고 많던 녀석이
모든 일에 의욕이 떨어지고
급격히 어두워지는 게 걱정스러워
그나마 즐겁게 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계속하게 해주고 싶었다
배우를 꿈꾸는 것도
최고가 되기를 바라는 것도 아니다
그저 그런 작은 마음인 것을
너는 알까
세상이 하도 각박한 경쟁 속에 돌아가니
천천히 갈 수도 쉬어 갈 수도 없는
너에게
즐기면서도 열심히 하면
성취감을 얻을 수 있는
일도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고 싶은
그런 마음인 것을 너는 알까
이제는 준비과정이 힘들다고
엄마한테 와서 투정을 부리는
그 마음 또한 알 것 같다
"엄마한테 그러고 나면 기분이 좀 나아지니?
그럼 실컷 하렴.
힘든 것도 그렇게 해서 좀 풀린다면
엄마가 다 받아줄게"
갑자기 왜 그러냐는 듯
녀석이 눈을 깜박거린다
나는 그냥 웃었다
"왜 웃어?"
"그냥~ 예뻐서~"
싫지는 않은 듯 저도 따라 웃는다
같이 짜증내고 싸우다가도
그래도 내가 엄만데
네가 나한테 어떻게 그럴 수 있나
유치하게도 본전 생각이 날 때가 있다
하지만 지금 나는 엄마다
아이의 아픈 모습, 힘든 모습에
와르르 무너져 안아줄 수밖에 없는 엄마
그래서 너는 딸이고 나는 엄마다
"대신 열심히 해서 공연 멋지게 잘해!"
나도 모르게 또 조건부 잔소리다
언제나 그랬듯이
녀석은 내게 감동적인 공연을 선물했다
그저 네가 그 무대에 서 있는 것만으로
충분하다는 걸
네가 그 누구도 아닌
내 딸이기 때문이라는 걸 너는 알까
5살 처음 재롱잔치를 보러 갔다가
펑펑 울었던 그 날처럼
너는 내게 그런 고마운 존재라는 걸
너는 알까
내일이면 또 투드락거릴 너와 나
그래도 고맙고 또 사랑한다
글: koss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