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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ossam Apr 28. 2017

[초보 고딩엄마의 분리불안 극뽁일기 02]

심술쟁이 엄마와 철들어 가는 아이

2017년 3월 18일 토요일


한 달도 못 가서 나는 못나게도 속을 내보이고 말았다


둘째 주엔 아빠를 만나는 주라서 못 오는 줄 알고 있었지만


셋째 주엔 봉사동아리에 가입해서 한 달에 한번 봉사를 가야 한다며 못 온다고 녀석에게 연락이 왔다

동아리 지원자가 많았는데 5대 1의 경쟁률이었다면서 들뜬 녀석 목소리에

나는 기쁜 마음보다 서운함이 먼저 밀려왔다


며칠 전 서공예 방송반에도 합격을 했다면서

신이 난 녀석에게도 축하하는 마음 한편으로

행사가 많은 학교라 더 바빠질 텐데 자주 못 보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앞섰지만

방송반은 멋진 점퍼도 준다 하고

장기자랑은 호란의 아이폰 광고 따라 하기를 했다며 카톡을 보내오는 녀석을

가족 톡방에서 함께 축하해줬다




그런데 두 주가 지나니 녀석이 너무 보고 싶었다

나도 토요일엔 서울에 중요한 일정이 있어

니니토토 핑계를 대며 금요일에 집에 와서 자고 같이 서울 가자고 했더니

금요일엔 신입생 환영 공연이 있어 늦게 끝난다고 했다


"늦게라도 오면 안돼?"

"엄마가 내일 서울 오면 거기로 내가 갈게"

"내일은 엄마가 다른 사람들 챙겨야 하는 모임이라 뚱이랑 얘기할 시간이 없단 말이야"

"괜찮아! 근데 나 필요한 게 있으니까 좀 가져다줘"

"엄마 보고 싶어서가 아니라 그것 때문에 온다는 거 아냐?"

"아니거든!!! 도대체 왜 그래~"

어린애 떼쓰듯 심술보가 터졌다

같이 밥도 먹고 새 학교 얘기도 궁금하고

조금이라도 녀석과 시간을 보내고 싶은 건

결국 내 욕심이었다

먼길 왔다 갔다 피곤할걸 뻔히 알면서

모임 때문에 시간을 못 내는 것도 내 탓인 것을 알면서도

나는 억지를 쓰고 있었고

녀석은 못난 엄마 심술에 결국 삐치고 말았다


한참 후에야

맘이 가라앉은 나는

토요일 모임 장소를 알려주며

조금 일찍 만나 점심을 먹자고

톡을 보냈다

그리고는 캐리어를 꺼내

녀석이 보낸 목록에 있는 물건들과 옷을 챙겼다


이제 시작인데 이러지 말아야지

얼굴 보면 됐지

엄마 모임에 따라가서

몇 시간씩 기다려야 하는데

온다고 하는 게 어디야


짐을 싸며 나는 녀석에게 자꾸 미안해졌다




다음날 아침,

녀석을 만나러 가는 길 마음이 먼저 달린다

서울역에서 기다리던 녀석 얼굴을 보니

혼자서 학교 잘 적응하고 씩씩하게 지내는 것에

그저 고마운 생각만 들었다



같이 있어주는 건 녀석이 내게 주는 배려였다

녀석은 자신의 생활이 점점 커져가는 나이이니

당연히 받아들여야 하는 것을

또 초보티를 팍팍 내며 모자란 짓을 했다


이제부터 하나씩 또 배워야 하나보다

중학생 때와는 또 다른 허전함

하지만  지금은 분명 새로운 것이 있다

스스로 뭔가를 이뤄가려고 하는 녀석에게

기특함, 뿌듯함이 함께 느껴진다


녀석은 훌쩍 자란 느낌이었다


모임 내내 녀석의 얼굴, 녀석의 목소리에

한눈팔던 나와

재미없고 지루해 끝까지 곁을 지켜주던 녀석은,

함께였다


"엄마, 자고 갈 거야?" 

"그럴까?"


녀석은 캐리어를 번쩍 들고

지하철 계단을 내려간다



글ᆞkossam

사진ᆞkossam & 구중환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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