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 독일마을 #하동 섬진강 #광양 아울렛
아침부터 더운 기운이 올라왔다
짐 정리와 청소를 하고
녀석을 깨운다
아침이면 거울 앞에 한 시간은 앉아있는 녀석
렌즈 끼고 화장에 머리까지
슬쩍 보니 화장품도 점점 늘어나
이제 엄마보다도 많다
숙소 옆 시골길이 너무 예뻐서
녀석과 같이 걷고 싶었던 나는
덥다고 짜증내는 녀석을 데리고 나섰다
그런데 5분도 안돼서 녀석은 짜증 폭발~
결국 동네 걷기는 포기하고
근처 독일마을에 있는 카페에서 브런치를 하기로 했다
잠깐만 서있어도 힘들 만큼 아침부터 푹푹 쪘지만
독일마을엔 카페마다 관광객들로 가득했다
어제저녁 봐 둔 카페까지 걷는데도
다시 돌아갈 일이 걱정될 만큼 더운 날씨
녀석은 투덜대면서도 열심히 걷는다
생각해보니 배가 고파 더 짜증이 났나 보다
이곳엔 바로 옆에 있는 바다와 독일마을 건물들을 볼 수 있도록 통유리에 루프탑이 있는 카페들이 많이 있다
저녁에 조명이 들어왔을 때 와서
편하게 맥주 한잔 했으면 좋았을 것을
뭐한다고 땀 뻘뻘 흘리며 바비큐를 먹었는지
살짝 후회도 됐다
점심에 맛난 회를 먹기로 했기 때문에
우리는 간단한 브런치 메뉴 하나와 음료를 주문했다
이런 한가로운 아침이 얼마만인지
사람이 좀 여유롭게 살아야 하는데
녀석은 아이폰 카메라 필터를 사달라고 조른다
"전에 하나 사줬잖아"
"파리도 예쁜데 서울도 예쁘단 말야"
"엄마랑 셀카 열 장 찍을 거면 사주고~"
"열 장?"
"싫음 말고~"
"알았으니까 빨리 사줘"
그러다 녀석은
"엄마 이거 봐 필름 카메라도 있어
필름 하나로 24장 찍을 수 있고
사진은 3일 후에 볼 수 있대"
"그런 게 있어?"
참 재미난 세상이다
핸드폰 어플로 만든 필름 카메라 이름은
옛날 어린 시절 생각도 나면서 사진이 어떻게 나오는지 궁금해졌다
한참을 시원한 카페에서 녀석과 사진도 찍고 수다도 떨고 하다가
우리는 점심을 먹기로 한 횟집으로 이동했다
제 2 남해대교를 짓고 있는 대학 동기가
꼭 거기서 최차장 이름 대고 먹으라며 예약을 해줬다
내려온 김에 집 떠나 고생하는 친구 얼굴이라도 보고 가려고 연락했는데 하필 휴무인 주말이라 집에 간다며 녀석과 나를 위해 준비해준 것이다
같이 식사라도 했으면 좋았을 텐데
아쉽기도 하고 고맙기도 한 마음으로 우리는 횟집으로 들어갔다
직접 잡은 자연산으로 준비했다며
사장님이 이것저것 친절하게 챙겨주신다
기분이 좋았는지 녀석은
새우를 까서 엄마 앞에 놓아준다
"뚱이가 첨으로 새우 껍질 벗겨준 날이라고 집에가서 일기 써야지~"
어느새 녀석이 열일곱이나 되었다는 게 실감이 났다
늘 광어만 좋아하던 녀석은
달달한 감성돔도 먹고 전어회도 맛나다며
열심히 배를 채운다
매운탕에 회덮밥까지 배불리 먹고 기분 좋게 식당을 나와 우리는 다음 목적지인 하동으로 향했다
사실 떠나기 전 이번 여행에서 꼭 하고 싶었던 건 섬진강 줄기를 따라 자전거를 타는 것이었다
녀석과 함께 반짝이는 강가를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모습을 상상만 해도 가슴이 두근거렸는데
막상 폭염 속에 자전거를 타려니 엄두가 나질 않았다
자전거 타는 걸 좋아하는 녀석도 단호하게 고개를 저으며 거부했고
강에서 수상레저 하는 곳에 가고 싶다고 했다
수상레저는 사실 비용도 만만치 않고
나는 액티비티를 꺼리는 나이가 되어버려서
계획에 넣지 않았는데
녀석은 작년 가평여행 때 땅콩보트 탔던 게 너무 재미있었다며 또 타고 싶다고 했다
여기저기 검색을 하다 재첩 축제장에 바나나보트 타는 곳도 있다기에 우린 일단 가보기로 했다
※오늘도 달리는 길에 사연 소개
이번엔 녀석의 사연이다
흠흠 재미지다
도착하니 갓길에 차가 늘어선 것이
이미 사람들이 꽤 많은 모양이었다
우리는 축제 구경은 뒤로하고
바나나보트가 보이는 곳으로 직행했다
넓은 백사장에 천막 하나
그리고 딱 두 대의 바나나보트가 전부였다
녀석이 원하는 땅콩보트는 없었지만
고민 없이 타기로 했다
혼자 태울 수 없어 녀석과 같이 보트에 올랐다
단, 만 원짜리 티켓을 사서 보트를 타고 남은 티켓은 축제장에서 쓸 수 있다고 했다
출발하니 시원한 바람에 기분이 좋아졌다
여벌 옷이 없는 나 때문에 물에 빠지는 건 패스 했지만
녀석은 결국 내리면서 강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물속으로 들어갔다
"조금만 놀아도 돼요?"
원래 수영금지구역이라 아저씨가 보트를 정리하는 동안만 있기로 허락을 받았다
아쉽지만 나름 만족스러운 물놀이를 마치고
우리는 남은 티켓을 해결하러 축제장으로 갔다
축제장 옆으로 커다란 공원에선
이 무더위에 씨름대회가 진행 중이었고
먹거리 장터와 아이들을 위한 임시 물놀이장도 있었지만
엄청난 열기에 일단 오래 있을 수가 없어서
음료 두 개와 간식거리를 사서 얼른 빠져나왔다
잠시 공원에 앉아 쉬는데
녀석이 영화 보러 갈까 한다
다시 검색을 하니 하동에는 영화관이 없고
제일 가까운 곳이 광양에 있다
숙소에는 체크인이 늦어질 것 같다고
연락을 하고
우리는 태어나 첨 가보는 동네
예정에 없던 대로 움직이는 것은
여행의 또 다른 묘미이다
설레임 반 두려움 반
낯선 도시에서의 영화 한 편!
진지하게 몰입하는 녀석을 보니
무더위 속에 현명한 선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덩케르크는 강한 여운을 주는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영화였다
영화를 보고 나오니 저녁 시간이다
저녁을 먹고 숙소로 가는 것이 좋겠지만
배가 그다지 고프지 않은 게 문제였다
녀석이 즉석떡볶이 체인점을 보더니
포장해 가서 끓여먹자고 하는데
해 먹기는 너무 귀찮고
그냥 가면 분명 밤에 배가 고플 것 같고
다른 음식들은 당기질 않고
나는 살짝 짜증이 났다
결정을 못하고 있으니 녀석이 한소리 한다
"그럼 먹고 가든가!"
"내가 해줄 테니 떡볶이 사가자"
그 사람이 다시 총대를 맨다
무한리필 떡볶이를 어찌 포장하나 궁금했는데
만원에 용기 하나를 주고 재료를 담을 만큼 담으란다
떡이랑 어묵 야채 이것저것 넣고
소스와 육수는 따로 포장해준다
우리는 볶음밥 재료까지 알뜰히 챙겼다
의기양양 위풍당당 포장해 온 것까진 좋았는데
숙소에 도착해서 문제가 생겼다
방도 아늑하고 에어컨도 있어 대만족이었지만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공동주방엔 달랑 선풍기 한대뿐이었다
산이라 문을 열어놓으면 시원할 텐데
온갖 벌레들이 덤빌 거 같아 문도 못 열고 꼼짝없이 사우나가 될 상황이 벌어졌다
떡볶이를 끓이니 열기가 더해져
다시 이열치열 땀이 줄줄 흐르는 저녁식사가 되고 말았다
맥주와 음료도 순식간에 미지근해져서 도움이 안 되었지만 우리는 꿋꿋하게 밥까지 볶아 먹었다
"설거지는 내가 할게~"
나중에 미안한 맘에 슬쩍 묻는다
"바비큐랑 떡볶이 중에 어떤 게 더 힘들었어?"
"떡볶이!"
철딱서니 두 모녀 때문에 고생은 맡아서 하고 있는 사람이다
어이가 없어 웃지도 못했던
그래도 지나고 보니 너무나 웃픈 두 번의 저녁식사
(다음날 주인아주머니 왈, 방에 가져가서 드시지 그랬냐고!!! 아놔~ 분명 음식 반입금지라 쓰여있었는데ㅜㅜ;;;)
절대 잊지 못할 뜨거운 기억
시원하게 씻고 에어컨 바람에 잠을 청하니
세상 부러울 게 없었다
녀석은 만화책을 한 보따리 쌓아놓고 뒹굴거린다
내일은 또 어디로 가볼까
녀석 옆에 누워 검색을 하다 스르르 잠이 든다
다음편에 계속...
글ᆞkossam
사진ᆞkossam & Ari & Daye
맘마미아 OST: honeyhoney [출처 : 유튜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