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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ossam Sep 28. 2015

[가족]

성장통 #part24

명절이 되면 녀석과 나는 따로 짐을 꾸린다

나는 친정으로 녀석은 할아버지 댁으로...

명절 전날이면 자연스럽게 준비를 마친 후,

"내일 만나~" 하고 인사를 한다


하루쯤 쉬고도 싶지만

명절에도 쉬지 않고 일하시는

친정아버지를 생각하면 마음이 편치 않아

늘 전날 내려온다

내가 결혼을 하고 난 뒤 내가 오는 날에 맞추어

아버지는 명절에 쉬시던 것을

명절 다음날 쉬는 걸로 바꾸시고는

명절에 장사가 더 잘 돼서 그렇다고 하신다

이제 그럴 필요가 없어졌는데도

녀석이 오지 않는 명절날에는 일하시고

다음날 쉬시면서 녀석과 시간을 보내신다




한 달에 한 번 녀석이 아빠를 만나러 가는

처음에는 너무너무 싫은 일이었다

그런 마음이 들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고

그저 녀석을 위해 최선을 다할 거라는

나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지 위해

결정했던 일이었다

하지만 약속한 날짜가 다가오면

며칠 동안 불안감과 스트레스에

나도 모르게 예민해지고

녀석과 쓸데없는 신경전을 벌여야 했고

녀석이 없는 하루 동안 혼자 남겨진 쓸쓸함과 함께

오만가지 상념들로 괴롭고 힘든 시간을

보내야 했다

자유로운 시간이라 생각하고

그동안 못했던 일들도 하고

친구들도 만나고 영화도 보고 하면 될 것을

나는 처음 몇 년 동안을 한 번도 그러지 못했다


하지만 나는 안다

주변의 어떤 조언도 들리지 않던  그때

또 그 조언들이 녀석과 나에게는

도움이 되지 않던  그때

아프지만 겪어내고 참아내야 했던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는 것을,

쿨하지도 못했고 너그럽지도 못했지만

그렇게 지켜낸 약속이 녀석의 마음속 상처를

조금이나마 아물게 했을 거라는 것을,

못나고 독하게 이를 악물고 버텨온 엄마지만

언젠가 커서 되돌아 봤을 때

조금은 덜 원망하고 이해할 수 있는 장한 일이 될 거라는 것을,  

엄마 아빠가 녀석을 얼마나 사랑하고 아끼는지

말이 아닌 마음으로 느낄 수 있을 거라는 것을,

이제 아이가 어른이 되지까지 몇 년 남지 않았지만

나는 끝까지 그 아픈 약속을 지켜낼 것이다


녀석이 내게 와 준 그 이유 하나만으로

나는 녀석에게 사랑을 줄 이유가 충분하기 때문이다


또 애지중지 곱게 키운 딸이

늘 위태롭게 살아가는 것을 지켜봐야만 하는

나의 부모님께 드린 상처와 눈물을

다 갚고 보답할 길 없지만

이 녀석과 잘 살아내는 모습으로

대신할 수 있을까 작은 희망도 품어본다






※녀석이 그린 우리가족


우리 가족에게 녀석은 특별하고 특별한 아이이다

동생은 아직 장가를 가지 않은 탓에 아이가 없고

아직도 사춘기 아이 같은 사차원이라

결혼을 해도 아이는 안 낳을 거라며

이상한 궤변을 늘어놓기 일쑤다

어쩌면 처음이자 마지막 아이가 될지도 모르는 녀석은

외할머니 외할아버지에게는

세상 어느 것과도 바꿀 수 없는 보물 같은 존재이다

또 지금까지도 커다란 덩치로

그랜 맘 하부 지라 부르며 아기 때처럼

어리광을 부려주는 녀석도

그 정이 남다르고 기특하다


언젠가부터 아빠 없이 엄마랑 둘이 오는 모습에

얼마나 마음이 쓰리고 아프셨을까

상상할 수조차 없지만

한 번도 그런 내색 없이

늘 살피고 챙겨주시는 부모님

아빠만큼은 아니지만 하나밖에 없는 조카랑

잠시 잠깐이라도 교감하려 애쓰는 외삼촌은

녀석에게도 가장 큰 선물일 것이다


우리는 지금 가족 밴드로 소통을 한다

자주는 못 보더라도 같은 공간에서

서로 안부를 묻고

새로운 소식을 전하고 아픔을 위로한다

주고 거의 녀석의 이야기와 사진들로 채워지지만

부모님께는 더없이 소중한 공간이고

녀석에겐 더없이 감사한 공간이다


권위적이지 않고 편안하고 트렌디한

우리 가족이 나는 좋다

녀석의 눈높이에 맞추어 스마트폰을 배우고

음악을 공유하고 함께 영화를 보고

내년에 계획하고 있는 가족여행은

녀석도 우리도 두근두근 설레며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이렇게 건강하고 즐겁게

언제까지  함께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오늘은 슈퍼문을 보고 소원을 빌어봐야겠다



사람들은 사는 모습이 모두 다르다

원치 않는 상황에 좌절로 하고 타협도 해가며

그 순간마다 최선을 다하며 사는 것이지

정해진 틀대로 사회적 기준에 맞추어 살아갈 수는 없는 일이다

남들과 다르다고 해서 비난받거나 충고를 들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주어진 상황 속에서 행복도 찾고 사랑도 지키며 살아가는 것이

현명하고 건강한 생각일 것이다

힘들고 지칠 때 나를 생각하고

응원하는 가족들이 있다는 것은

위기를 극복하고 다시금 살아내는 버팀목이 된다

내가 그랬고 앞으로 녀석이 또 그럴 것이다


나는 녀석이 우리 가족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자랄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

녀석의 미래를 믿는다

그렇게 배운 따뜻한 마음으로

험난한 세상 잘 이겨내고

지금처럼 예쁜 미소 잃지 않기를

그것이 늘 녀석에게 살아가는 힘이 되기를


조금 있으면 녀석이 온다

"하부지, 그랜 맘, 삼촌!!!"

네 살 때나 열다섯 살 때나

녀석에게 가족은 사랑이다



가족이 있어 감사한 오늘


나는 행복하다






글, 사진, 그림: kossam


성장통의 시작 : 성장통 #part0


※우리가족이 제일 좋아하는 소요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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