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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ossam Oct 01. 2015

[노래로 소통하기]

성장통 #part 25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달마다 나오는 신곡들을 녹음해서

녀석과 차를 타고 갈 때마다

함께 듣고 부르고 했었는데

언젠가부터 나는 그 일을 중단해 버렸다


곰곰이 기억을 더듬어 생각해보니

다시 서울로 이사 오면서부터가 아니었을까 싶다

천안에 살던 몇 년간은

녀석과 차로 이동하는 일이 많았다

주말마다 서울로 오거나

여행을 다니거나 했고

천안에선 가까운 거리도

버스보다는 승용차로 이동하는 것이 빠르기 때문에

늘 차를 가지고 다녔다


차 안에서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많았으니

자연스레 함께 음악을 들게 되었던 것 같다

신인가수와 아이돌 이름을 다 외우고

함께 노래를 듣고 하니

녀석과도 공감대가 생기면서

음악 얘기로 시간을 보내기도 했었다


그런데 서울로 다시 이사를 오고

녀석이 중학생이 되면서

나는 일을 하러 다니며

혼자 운전을 하는 시간이 많아졌고

주말엔 복잡한 거리에 차를 가지고 다니기가 힘들어

녀석은 주로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다니곤 했다

또 주말엔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고 싶은 나이가 되니

점점 엄마와 음악을 들을 시간이 줄어들게 된 듯하다


그러다 보니 나는 나대로

녀석은 녀석대로

다른 음악을 듣게 되면서

서서히 공감대도 사라지게 되고

세대차이라는 것도 느끼게 되었다


"엄마, 이 노래 들어볼래?"

가끔 차를 태워 이동할 때면 녀석이 묻는다

듣다가 모르는 노래가 나오면

집중력이 떨어지면서

나는 슬쩍 라디오를 켠다

요즘 내가 듣는 라디오는 CBS 음악 FM이다

가요가 나오는 프로는 그럭저력 들어주다가

팝송이나 옛날 가요가 나오면

녀석은 인상을 찌푸리며 이어폰을 귀에 꽂는다

"들어봐~ 여기도 좋은 노래 많이 나와~"

"다 모르는 노래잖아!"

그렇게 모녀의 대화는 단절이 되었다


들어주면 될 것을 나는 왜 그러지 못하는 걸까

서로 모르는 노래를 듣지 않으려 하는 것은

녀석이나 나나 똑같은 입장이다

그만큼 배려하지 않는 것이고

그만큼 녀석과의 거리가 생겼다는 뜻이다




녀석이 어렸을 때 나는 일 년에 한두 번씩

콘서트장에 데리고 갔다

물론 내가 좋아하는 가수의 콘서트였으니

녀석이 뭘 알까 싶었지만

혼자 보러 갈 수 없어 데리고 갔던 것이

그 시작이었다

그런데 녀석은 나의 예상을 깨버렸다

노래를 죄다 외우고 가서

따라 부르는 것은 기본이고

3시간가량 되는 긴 공연에도

지친 기색도 없이 손을 올려 환호하고

나보다 더 신나게 콘서트를 즐겼다

그래서 나는 친구와 함께가 아니라

녀석과 함께 콘서트를 가기 위해

표를 예매하고 음반을 사서 함께 들었다

그렇게 엄마와 코드를 맞춰주는 녀석이

고맙기까지 했다

"예전에 엄마랑 콘서트 다녔던거 기억나니?"

"그럼, 진짜 재밌었는데~"


올해가 가기 전 녀석과 함께 갈만한

콘서트를 찾아봐야겠다



이제는 좋아하는 아이돌 가수도 생기고

가고 싶은 콘서트도 엄마와는 맞지 않지만

녀석은 여전히 음악광이다


엄마 몰래 콘서트장에 가야 했던

나의 학창시절을 떠올리며

그래도 나는 신세대 엄마라

자부하고 있었는데

요즘의 나는 빵점짜리 엄마이다


함께 보자는 '쇼미 더 머니'는

머리가 지끈거려 볼 수가 없고

'엠 카운트 다운'이며 음악방송들은

최신가요를 듣지 않은지 오래되다 보니

봐도 누가 누군지 몰라서 재미가 없다

또 일이 바쁘고 피곤하다는 핑계로

계속 미루다 보니

이렇게 녀석과 보내는 시간이 줄어들었다

그렇게 보면 순전히 나의 불찰이 아닌가


녀석이 나와 같은 음악을 듣기 위해

노력하고 기꺼이 즐겼던 어린 시절

또 녀석과 함께 공유했던 지난 몇 년

이제는 내 차례가 아닌가 싶다

녀석에게 맞추어 나도

무언가를 해야 하는 시기가 된 것인데

녀석이 변했다며 내가 나이가 들었다며

이런저런 핑계만 댔으니...

이제야 미안한 마음이 든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작년에 무한도전에서 열었던 '토토가'

정말 감사할 프로그램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덕분에 녀석은 요즘 90년대 음악과

2000년대 초반의 음악을 듣기 시작했다

옛날 노래가 이렇게 좋은 줄 몰랐다며

핸드폰에 저장해놓고 차를 타면

라디오 대신 함께 듣자고도 한다

"옛날 노래가 왜 좋아?"

"좀 촌스럽긴 한데 그냥 좋아"

내가 흥얼흥얼 따라 부르면

"엄마는 모르는 노래가 없어?"

"왜 없어~ 네가 아는 노래만 틀어주니까 그렇지~"

리메이크된 노래도

이건 누가 불렀던 거야 하고 알려주고

또 복면가왕이나 히든싱어 같은 프로를

외할머니 외할아버지와 함께 보면서

서로의 차이를 조금씩 좁히기도 한다


※궁금증을 해소해주려고 방문한 지인의 녹음실 ㅡ 녀석에겐 고맙고 소중한 경험이 되었다


소통은 노력 없이는 되지 않는다

서로를 위한 배려와 노력이 있어야

이해도 소통도 가능하다

특히 가까운 가족 간에 더더욱

필요한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서로 만나는 사람도 다르고

시간을 보내는 장소도 다르고

서로의 관심사도 다르다

이렇게 커가는 녀석들을 넋 놓고 바라만 보기보다

녀석과 소통하려는 어른들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소통의 중심에 이렇게 좋은 음악이라는

도구가 있다는 것을 잠시 잊고 살은 듯하다

어떤 음악이든 여러 번 듣고 익히면

좋아지는 게 아닐까

새로운 것은 들으려 하지 않고

익숙한 것만 들으려 하는

우리 세대들의 고집이 녀석들과의 대화를

단절시키고 있는지도 모른다



오늘은 녀석이 추천해준 노래를 들으며

하루를  마무리하려 한다



글, 사진 : kossam



https://youtu.be/nl56OlYHTh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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