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요행잉끼와 끄엥픽잉끼
천막 안에 들어서자 하얀 수염이 무릎까지 내려와 있고 기다란 지팡이를 들고 있는 한 토끼가 보였다.
그 토끼는 깊은 생각에 잠긴 듯 뒤돌아서 창문만 보고 있었다.
‘저 사람이 뿌요행잉끼 족장님인가 보다.’
“뿌요 족장님, 패리싱별에서 온 까몰리와 콩밍키라고 합니다.”
뿌끄뿌끄꼬꼬미씨가 뿌요행잉끼 족장님께 말했다. 그 말을 들은 족장님이 천천히 몸을 돌렸다.
“까몰리와 콩밍키라고? 그.. 구원자인가?”
“예, 그런 것 같습니다. 저 이상한 음식과 핑크머리, 초록 파랑 머리를 보세요.”
토끼들은 몰리와 밍키를 가리키며 작은 소리로 말했다.
“믿어도 되는 건지... 신탁이 사실인지 아닌지도 모르는데...”
“하지만 지금은 믿는 방법밖에는 없잖아요. 일단 믿어봐야죠.”
“저.. 저기요!”
밍키가 수군거리는 토끼들한테 말을 걸었다.
“저... 물어볼게 있는데요... 혹시 삐요뿌잉큭께루앙병에 대해서 아세요?”
“알고 말고요. 그런데 설마 그 병에 걸린 동물이... 또 있는 건가요?”
“네. 삐요뿌잉큭께루앙 병에 대한 책을 보니까 고치는 방법에 달토 끼라고 쓰여 있어서 찾아오게 되었어요.”
“좋아요. 방법을 가르쳐 드릴 수는 있답니다. 당신들이 먼저 우릴 도와준다면요.”
꼬꼬미씨가 말했다.
“알겠어요. 최선을 다 해서 도와드릴게요. 도와드릴 일이 뭔가요?”
“지금부터 제 얘길 잘 들어주세요. 모든 것이 사실이니까요.
그리고 밖에 나가서 아무한테도 말하면 안돼요. 당신들의 별을 걸고 맹세해주세요.”
꼬꼬미씨가 진지하게 말했다.
“패리싱 별을 걸고 맹세합니다.”
“패리싱 별을 걸고 맹세해요.”
“감사합니다. 자, 이제 시작할게요.”
-뿌끄뿌끄꼬꼬미의 이야기-
옛날, 그러니까 뿌요행잉끼 족장님이 족장자리를 물려받던, 바로 그날이었어요. 우리 부족 토끼들은 큰 일이 있을 때마다 우주의 신전에 찾아가서 도움이 될 수 있는 조언을 듣고자 신탁을 받으러 간답니다. 우주의 신전 사제는 하루 종일 우주신에 대해 공부하고, 연구하고, 가르침을 얻으려 노력하지요. 그 날도 그랬어요. 그 날은 우리 달토끼 부족의 족장이 새롭게 바뀌는, 새로운 시대가 열리는 기쁜 날이니까 우리 부족을 잘 다스릴 수 있는 조언을 들으려고 뿌요행잉끼 족장님이 우주의 신전에 찾아간 거예요. 우주의 신전 사제는 이렇게 말했어요.
“네가 부족을 다스리며 딱 한 번, 힘든 일이 찾아올 것이다. 너의 힘으로는 도저히 해결할 수 없는 일이지. 그때, 핑크, 초록 파랑 머리가 이상한 외계음식을 먹으며 나타나서 너를 도와주러 올 것이다. 그 자들은 신비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데, 그 능력은 위기상황에서만 발휘된다.”
처음에는 이 어이없고 이상한 신탁을 믿지 않았답니다. 족장님은 물론, 저도 안 믿었어요.
또, 지금까지 족장님이 해결하지 못한 일은 없었어요.
그런데....... 한 달쯤 되었나? 반역을 꾀하는 무리가 생겨난 거예요.
바로 끄엥픽잉끼 무리이죠. 이제는 나이를 많이 드신 뿌요 족장님을 쫓아내고
자기가 족장이 되려고 하는 거예요.
저는 뿌요 족장님이 나라를 다스리기 시작한 해에 태어나서 10살 때부터 비서 노릇을 했어요.
그래서 족장님과 숨김없는 사이인데, 요즘 족장님이 많이 고민하고 계셔서 저와도 얘기를 많이 안 하세요.
다시 본론으로 돌아갈게요. 사실 끄엥픽잉끼 혼자서 반역을 일으키려 한다면 아무 문제가 없어요.
그런데 그게 아니어서 문제예요. 끄엥은 벌써 부하를 아주 많이 만들었거든요.
또, 달토끼 군대에 스파이가 있어서 모든 사정을 알 수 있답니다.
그것도 모자라서 자신의 뜻에 따라주지 않는 백성이 있으면
가족 중 한 명을 인질로 데려가서 협박을 하거나 돈을 훔치기도 한 대요.
뿌요 족장님은 이 모든 것을 알고 있지만 증거가 없어서 잡지 못하고 있어요.
백성들마저도 끄엥이 두려워서 입을 다물고 있답니다.
그래서 족장님이 이렇게 고민을 하고 있는 거예요.
“그, 그러니까 신탁에 나오는 구원자가 우리라는 말씀이세요?”
몰리가 꼬꼬미씨의 이야기를 다 듣고 깜짝 놀라서 물었다.
“네. 그래서 지금 여러분들의 도움이 필요해요. 제발 도와주세요.”
다음 편에 계속......
글쓴이: 정다예, 그린이: 전가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