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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ossam Oct 10. 2015

[역마살과 여행 의지 ㅡ 도쿄편 01]

떠나기 전의 상념

떠나기 전 분주한 밤

며칠 간의 부재에 대한

책임을 다하느라

늘 나에겐 느긋한 여행 준비란

불가능한 듯 보였다


우여곡절 끝에 떠나게 된 이번  여행

어쩌다 보니

올해 녀석과 떠나는 첫 여행이 되어버렸다

봄이 왔을 때 녀석과 함께

문화생활도 즐기고 여행도 가겠다

다짐했던 계획들을 뒤로 한 채

일에 쫓기고 사람에 쫓기다 보니

시간은 화살처럼 날아 시월이 되었다


여행 날짜를 잡고 보니

나는 일정에 앞서 미리 일을 당겨서 해야 하는 난관에 부딪혔다

그것이 그동안 더 긴 여행은 꿈도 꿀 수 없었던 이유이기도 했다

출발 전 저녁까지 일에 치여

정신없이 보내느라

여행 갈 짐도 싸놓지 못하고

이 밤을 맞았다

문득 여행을 가기도 전에 지쳐서

즐기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결국 정말 열심히 사는데

어째서 여유란 것은 생기지 않는 걸까

쓸데없는 상념까지 날개를 뻗었다


그래도 나는 다시 잠든 녀석을 들여다본다

이 녀석 때문에 가는 건지 나 때문에 가는 건지 갑자기 궁금해졌다

기회가 적은 쪽은 나였다

그러니 나를 위한 여행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패키지 여행은 싫다고 우기는 녀석 덕분에

틈틈이 비행기와 숙소를 먼저 예약하고

녀석이 가고 싶다는 곳을 중심으로

지도까지 펼쳐놓고 공부를 해야 했다

길치인 두모녀 과연 무사히 여행을 마칠 수 있을지 벌써부터 심난하기 그지없다


배낭여행하듯 힘들게 여행을 하고 싶다는 녀석은 무언가 여행에 대한 의미를 찾고 싶은 것 같아 보인다

나 또한 현지 사람들과 부딪히며 길도 헤매보고 배도  고파보고하는 것이 낯선 곳에 대한 예의라 생각하지만 기특한 녀석의 의지가 여행 마지막까지 지치지 않기를 바라본다


그래도 녀석과 함께 가는 것이니

그것만으로도 설레는 일이고

고단함에 앞서 기대가 한가득이다


이제 숨 한번 크게 쉬고

꼼꼼하게 점검하며 짐을 싸야겠다


아, 정말 가긴 가는가 보다


[나혼자 미션수행 세가지]

하나, 녀석과 꼭 끌어안고 자기

둘, 녀석에게 버럭거리지 않기

셋, 많이 웃기





글, 사진: koss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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