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통 #part 29
가을의 한 복판에서 태어난 녀석과 나는 생일이 하루 차이이다
내 생일 하루 전에 제왕절개로 태어난 녀석 때문에 나는 그 해 생일 미역국을 먹지 못했다
녀석이 태어난 뒤로 늘 함께 생일을 맞았고
나는 내 생일인 것보다 더 기쁘고 행복한 열다섯 번의 생일을 보냈다
녀석은 연필을 잡고나서부터는 어버이날이나 생일, 그리고 성탄절이 되면
늘 예쁘고 귀여운 편지들을 써주곤 했다
초등학교 때는 고사리 같은 손으로 정말 길고 긴 편지도 쓴 적이 있었고
언젠가 작은 메모장을 하나하나 엮어서 만들어준 편지는 지금도 가방 안에 넣고 다닌다
이번 생일은 일도 많고 바빠서
일본 여행 가기 전 가족들과 함께
미리 축하를 하고 난 뒤라
녀석과 둘이 조용히 지냈다
녀석이 좋아하는 소고기 미역국 끓여서 먹고
그저 일상에 바빠 녀석도 나도 그렇게 지나간 듯했다
그래도 내심 녀석의 편지가 없음에
'이제 컸다고 늘 하던 것도 안 하는구나'
서운해하는 자신이 무척이나 한심하게 느껴졌다
아침에 늦잠을 잔 녀석이 학교에 데려다 달라해서 가는 도중에 무심한 녀석 때문에 마음이 상한 나는 얘기 끝에 그동안 서운했던 감정을 내비치고 말았다
녀석을 내려주고 돌아오며 후회가 됐지만
또다시 못난 자신을 탓하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보니
녀석은 방문을 닫고 내다보지도 않았다
방에 들어와 책상 앞에 앉았는데
작은 메모지가 눈에 들어왔다
녀석이었다
그동안 학교 수행평가로 바빠 편지를 못써준 것이 미안하다며 곳곳에 놓아둔 편지를 찾아 읽어달라는 내용이었다
미안함과 부끄러움이 한꺼번에 밀려와 눈물이 나려 했다
'어찌 이렇게도 자식 속을 모를까... 참 못난 엄마다...'
녀석을 자랑을 하고 싶어서가 아니다
너무나 부족한 엄마로 반성이 되었기 때문이다
중2 딸을 둔 엄마들이 나처럼 녀석들의 예쁜 마음을
조금이나마 알게 되길 또 녀석들을 이해하길 바라면서 긴 내용 조금 간추려서 소개해본다
안녕 엄마!!! 계속 드래곤볼 해야지 해야지 했는데 그동안 수행이랑 독서시험 준비하느라 바빴숑... 이해해 주시라요^♡^
엄마도 요즘 많이 바쁘고 힘들어 보이던데 이 편지가 힘든 우리에게 조금이라도 힘이 되길 바라며!! 엄마, 생신 축하드려요! 사랑해요♡
앞으로 5개의 편지를 더 찾아주시면 돼요^.^
사실 15년을 같이 살면서 가장 많은 게 죄송한 것들... 이겠죠? 호호호
'낢이 사는 이야기'에서 봤는데
자취하고, 결혼하고, 아기 낳고 하면서
엄마한테 그때 내가 왜 그랬을까
하는 순간이 많아진대
나는 지금도 엄마랑 싸우고 나면 매번 후회해ㅠㅠ
내가 말대꾸만 안 했어도, 이 말만 안 했어도, 그때 억지만 안 부렸어도 이렇게 되지는 않았을 텐데...
싸울 때는 내 생각이 다 맞고 엄마가 다 틀렸단 생각밖에 안 드는데, 나중에 진정하고 다시 생각해보면 내가 억지 부리고 잘못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데도 항상 사과는 엄마가 먼저 하고,
엄마가 먼저 카톡 하고...ㅠㅠ
서로 아무리 상대방을 생각하고, 배려해도
싸우지 않을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그래도 엄만 나보다 26년이나 더 살아 봤잖아요
그리고 엄마도 내 나이를 겪어 봤잖아요
제가 지금은 말을 안 들어도 언젠간 엄마 마음을 이해할 수 있는 날이 올 거라고 생각하고 조금만 이해해... 주세... 요...♡
미안해요, 엄마 ㅠㅠ
오늘 아침, 엄마가 데려다 주면서 했던 말에 대답을 하지 않았던 건 할 말이 없어서가 아니라 차에서 싸우고 싶지 않아서였어요
(중간 생략)
그리고 스밍(스트리밍의 줄임말ㅡ음원사이트에서 계속 반복하여 재생시키는 일 )은 팬이 해야 할 것 중에 기본 중에 기본이에요
엄마는 아이돌 팬질(^^;;;)을 해보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팬들한테 스밍은 정말 중요한 거예요
차트 상위권에 있어야 화제가 되고, 인기도 많아지고, 음악방송 1위도 하고, 인지도도 높아지는 거니까요
어쨌거나 연예인 팬들을 한심하게 보지만은 않았으면 좋겠어요
학생팬들도 많지만 직장 다니면서 자기가 번 돈으로 떳떳하게 서포트하는 20대 팬들도 학생팬 못지않게 많아요
팬 하려고 공부하는 건 아니지만 공부를 열심히 하기 위해 연예인이 동기부여가 되기도 해요
변명처럼 들릴지도 모르지만 응칠에서도 빠순이들이 그 열정 가지고 사회에 나가서 더 열심히 하는 거라고 했거든요^.^
엄마도 그 마음은 잘 알잖아요
그러니까 더 이상 스밍 가지고 뭐라 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어요
연예인들이 알아봐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하는 게 아니고 그냥 좋아서 그런 거예요
공부에 방해되지 않는 선에서 할게요
엄마도 아이돌 팬이 된다면 가장!!! 좋겠지만~^.^
이건 제가 예전부터 하고 싶던 말이었어요
이렇게 얘기하니 속이 다 시원하네요 휴우~
서운한 것만 많은 거 아니에요...
진짜 아닌데... 아니에요...
감사한 거야 뭐... 셀 수도 없이 많죠!?
우선 낳아주셔서 키워주셔서 늘 감사해요
내 방에 있는 모든 게 다 엄마가 준 것들이네...
엄마라는 건 진짜 대단한 것 같아
자식이란 이유만으로 모든 것을 해줄 수 있잖아요
근데 자식들은 은혜도 모르다가 자기 아이에게 또 모든 걸 해주겠죠...!
엄마 손녀 혹은 손자가 내가 엄마한테 갚아야 할 은혜를 대신 받는 거라고 생각해주세요ㅎㅎㅎ
근데 그런 아낌없이 주는 나무 같은 엄마들이 있는 반면 자식들을 방치하고 엄마의 역할을 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잖아요?
이렇게 평범한 시대에 평범한 가정에서 평범한게 잘 클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해요
사실 여기서 계속 엄마한테 뭔가를 바란다는 것도 참 이상한 것 같아요
청소년들이 부모님한테 효도할 수 있는 방법이 너무 적은 것 같아
돈도 못 벌지, 공부는 잘하는 애들만 잘하지,
부모님이랑 하루가 멀다 하고 부딪히지...
그러니까 속으로는 그게 아닌데 하면서도
겉으로는 다르게 행동하는 거예요
그렇지만, 엄마한테 정말 감사하다는 건 잘 알고 있어요. 진짜 열심히 살게요...
뭐 쓸까 하하하하하
음 마지막 편지까지 모두 찾으신 걸 축하드립니당
사실 진짜 어려운데 숨겨놓을까 ~^^~
하다가 그냥 막 던져놨는데 좀 아쉽...?
이번엔 서로를 이해하는 시간을 가져볼게요
제가 좋아하는 것들을 써볼 테니 알고 있었던 것들의 개수를 세 주세요...ㅋㅋㅋ
떡볶이, 스노윙, 순대곱창, 치즈, 너겟, 코자 핫치킨 미니피자, 스무디, 요거트, 설빙, 부대찌개, 김치찌개, 개, 고양이, 드라마, 영화, 겨울왕국,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판다, 별에서 온 그대, 주군의 태양, 전지현, 김수현, 이유비, 김히를, 박서준, 서인국, 유아인, 연애혁명, 낢이 사는 이야기, 이종석, 공효진, 응답 시리즈, 블락비, 위너, 비투비, 레드벨벳, 키, 주니어, 아이유, 아이콘, 가오나시, 무한도전, 상하이 스파이시버거, 엄마카레, 엄마 떡볶이, 엄마 김치찌개, 광어회, 제육볶음, 아이스티, 고기!!!!! 팔선생(가고 싶다), 김치만두, 라면, 배스킨라빈스, 찰리와 초콜릿 공장(내 인생 책 중에서도 0순위),
우리 가족, 엄마♡♡
ㅋㅋㅋ짱 많다
0~20개: 엄마가 맞나?
20~40개: 음 이 정도면 뭐
40~62개: 오오 정다예덕후!
63개: 불가능
※이제 다예한테 다 찾았다고 얘기하세요^.^~
엄마가 좋아하는 걸 써봐야지
휘성, 슬픔이, CBS 음악 FM(대표 3요소)
브런치, 사진, 여행, 페레로로쉐, 봉골레 파스타,
ABC초콜릿, 글쓰기, 사극...?, 삼시 세 끼, 카스, 고스톱, 술(소주: 참이슬, 맥주: 요즘은 OB?, 복분자, 양주는 종류모름), 선글라스, 키플링, 동두천 가서 하부지랑 영화보기, 황도복숭아, 커피, 비빔면, 내가 준 편지^^ㅎㅎ, 다예?ㅋㅋㅋㅋㅋ
생각보다 잘 모르네ㅜㅜ 어떻게 이럴 수가...
저번에 추천해준 노래가 생각보다 반응이 좋아서
더 추천해주겟서...^.^
집으로 가는 길ㅡ비투비ㅡ요즘 열스밍중
Cool worldㅡ레드벨벳ㅡ강추!
여기 있을게ㅡ비투비ㅡ비투비 노래 잘해^.^
Last fantasyㅡ아이유ㅡ너랑 나 앨범은 짱짱 명반이야...ㅠㅠ엉엉
슬픈 우리 젊은 날ㅡ우노ㅡ응칠수록곡
재연ㅡ샤이니ㅡ그냥 좋은 노래
가사도 다 예쁘니 꼭 들어봤으면 좋겠당^.^
마지막 편지!! 일곱 번째 편지입니당
이로써 드래곤볼 완성!
엄마 생일에 아침 머리맡에서부터 밤에 누울 때까지 편지가 하나씩 놓여 있으면 좋겠다 싶어서 기획한 건데 생일이 6일이나 지난 지금에서야 쓰게 됐네...
이번 선물은 비록 보잘것없지만
사실 그냥 평소에 말하지 못했던 것들
많이 얘기하려고 했어요...
엄마! 41년간 살아오느라 정말 고생 많으셨어요!
앞으로도 열심히 고생하면서 잘 살아봐요^.^♡
2015. 10. 22.
다예올림
죄송한 마음
서운한 마음
고마운 마음
너와의 추억
사랑의 고백
편지를 읽으면서 웃다가 울다가
모두가 고맙고 미안해
너는 엄마의 에너지야
엄마는 정다예덕후!!!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엄마 열심히 살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