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성장하고 싶다고?

날마다 성장하는 당신

by 샬롯


'뭐 저런 인간이 다 있지?'

인간관계의 부대낌을 느낄 때마다 박경리 대하소설 '토지'를 다시 집어 든다.

장장 스무 권의 대장정이라 매년 읽을 때마다 새롭고 재독 계획을 세우다가 실패하기도 한다. 수많은 성격의 인물들이 쉴 새 없이 몰아쳐서, 처음 읽기 시작했을 때는 등장인물이 '겁나'많다는 푸념이 나온다.


말년을 고통스럽게 살다 죽는 인과응보의 전형인 조준구, 사리분별이 바르고 남의 어려움에 발 벗고 나서는 영팔이, 속물적이고 자기 이익을 위해 무슨 일이든 하는 강봉이, 노비 출신인 김이평은 경우가 바르고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다. 이기적이고 현실적인 면도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제일 맘에 드는 캐릭터... 주인공 외에도 셀 수 없이 많은 캐릭터의 인물들이 나온다.

대하소설에서는 사이코패스, 소시오패스, 나르시시스트라는 용어는 없다. 그에 걸맞은 악인들이 있을 뿐이다.


현실세계에선 어떨까? 말할 것도 없다.

심지어 몇 명 되지도 않는 문화센터에서도 제각기 다른 캐릭터들이다. 문화센터 성격상 거의 자식을 키우는 엄마들이다. 퇴근 이후에 오는 미혼 직장여성들도 있지만 코 시국 이후 그 마저도 줄어들고 다들 비슷한 연령대의 유치부나 초등학생 맘들이다. 100% 여자들이다.


내가 제일 싫어했던 말 중의 하나는 '여자의 적은 여자'였는데, 겸연쩍게도 인정되는 부분이 많다. 안타까운 여자들 특유의 속성 때문에... (문제성 발언?)


난 회피형 성향이 있어서 (평화주의자가 되고 싶은?) 갈등 상황이나 불편한 상황을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는다. 그냥 그 자리를 조용히 빠져나오거나 과격한 표현으로 한다면 상종을 안 한다에 가깝다. 인간관계에서 문제가 생겼을 때 갈등을 풀어보려고 노력하는 대신 손절, 절연, 차단, 거르기를 선택했다. 사소한 일이든, 밥벌이와 관련된 큰 일이든 대부분 이런 식이었다. 거칠고 불친절하거나 부당하다고 생각되면, 따지는 대신 가까운 곳을 놔두고 멀리 돌아 다른 곳을 선택했다.




나보다 열 살은 어린 캘리 강사는 사람을 위아래로 훑어보기 일쑤고 가끔 반말을 섞거나 거만한 태도를 취했다. 나는 꼰대가 아니다. 나이를 따지면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는 걸 안다. 선과 예의를 지키지 않는 게 싫을 뿐이다. 그것도 아슬아슬하게...


캘리 강사의 감정 기복에 따라 눈치를 보게 되는 교만한 수업방식은 그녀가 얼마나 오랫동안 그 자리에 붙박이로 있었는지 여실히 티가 났다. 여러 자격증 과목을 담당하고 그녀가 맡은 학생이 대부분이라서 문화센터의 실세 역할을 하고 있었다.


거의 일대일 수업이기 때문에 초반에 친밀감을 돋우기 위해 사소한 얘기를 몇 개 꺼냈는데, 내 자랑한다고 생각했는지 깎아내리려는 태도를 보였다.

"아 그러세요?"의 리액션이 아니라, "그래서 어쩌라고?"의 리액션에 화들짝 놀라 무안해졌다. 앞으로는 캘리그래피 얘기 이외에는 입도 벙끗하지 않기로 결심한다.


예전의 나였다면 아마 그다음 수업부터 잠수를 타거나 남은 수업을 포기한 채 그만뒀을 것이다. 순간적인 모멸감에 굉장히 불쾌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럴 때마다 생각한다. '아! 나는 캘리그래피를 배우러 온 거지 저 강사와 내적 친분을 쌓으려고 온 건 아니다' 수업에만 집중하자. 그러면 된다.


장족의 발전이다. 잔가지를 쳐내려고 뿌리까지 자를 필요는 없다. 배워야 할 부분은 성실히 따르고 커리큘럼이 완료되면 조용히 bye 하면 된다. 그녀는 여러 가지 다른 강좌를 연달아 수강하기를 추천하기도 하지만 속으로는 이미 bye ~

바빠졌다는 이유를 대야겠다. 매사에 솔직한 게 서로를 위해 안 좋을 수 있다고 되뇐다. 잘 마무리하고 서로를 위해 시간 핑계를 대면 평화 비슷하게 끝날 수 있다.


내가 없으면 이 세상도 없다. 내가 나로 살기 위해 필요하고 원하는 일에만 집중하면서 살기로 마음먹는다. 그동안 너무나 그렇게 못 살아왔으니까... 조금씩이라도 성장하고 싶으니까...



when they go low, We go high!

그들이 저급하게 가도, 우리는 품위 있게 가자!

~미셀 오바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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