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를 한 방울도 맞기 싫다면

우산으론 안 된다

by 샬롯

타인이 지옥처럼 느껴진다면 내 집, 내 방에서 한 발자국도 안 나가면 된다. 하지만 그럴 순 없기에 적정한 예의와 거리를 두고 인간세상에서 살아간다.


단 한 명의 미친놈도 허용할 수 없다면 깊은 산속에서 사는 것도 방법일 순 있지만 그런 곳에도 '자연인'이 산다.


비를 막기 위해서 우산을 쓰지만 바람으로 들어오는 빗방울까지 막을 순 없다. 곱슬끼가 있는 여자들은 안다. 비 오기 전부터 그 축축한 습함에 앞머리가 꼬실거린다는 것을... 극혐...


어찌 됐든 요즘 같은 시국에도 성희롱은 어디에나 있고, 비꼬는 인간들도 있고, 선 넘는 인간들은 부지기수다.


'여자의 적은 여자다?' 이런 말이 제일 껄끄럽고 싫지만 사실이다.

이 나이에 무슨 여자 타령이냐 싶지만, 50이 가까워지는 민망한 여자임은 분명하다.

'그럼 내가 남자냐?'


마흔다섯에 과부가 됐다는 엄마 사장(?)은 굳이 묻지도 않은 tmi를 방출했다.

난 기본적으로(남들보다 특히) 타인의 사생활에 관심이 없다. 묻는 말에 대답은 하지만 절대 먼저 개인적인 질문을 하지 않는다.


남편이 간암으로 45세에 과부가 되었으며, 남매를 키우며 일만 했다고 강조한다.(그래 열심히 사신 것은 인정해드리죠.)

현재는 65세쯤 됐으니, 남매는 이미 30이 넘었다. 자기는 원래 간호사였으며(배운 여자임을 강조?) 친정식구들은 모두 미국 워싱턴(친정이 어렵지 않게 살고 있음을 강조?)에 살고 있다고 언급한다. 대단한 tmi다.

말이 굉장히 빠르고 성격이 급하며, 내가 리액션을 취할 틈조차 주지 않을 정도로 남의 말은 중간에 톡톡 잘라먹는다.


머리를 묶지 않고 출근길에 마주치면 "어머, 아가씨 같네?"


이런 c-bar


'결혼을 안 했으니 아가씨라고 해도 되고, 나이가 많으니 아줌마라고 해도 되고, 님 꼴리는 대로 하세요.'


그냥 정중히 인사만 하고 지나가려고 하는데, 꼭 한 마디씩 오는 말들은 사람 신경을 건드린다.


내가 지나치게 예민하다고?

그렇진 않을 것이다. 처음부터 예민해지는 일들이 많았지만 그 불쾌함을 표현하기는 힘들었다.


예를 들면, 첫 출근해서 처음 얼굴 본 날(면접 때는 다행히 없었다.)...

자기는 나이가 많아서 관상을 볼 줄 아는데, (사람을 딱 보면 안다는 뜻?) 마스크를 벗어보라고 해서 주위에 있던 서너 명이 같이 당황스러워했다.


입사에 필요한 서류(등본, 통장사본, 신분증 복사본)는 모두 제출했지만 혹시 모르니까 부모님이나 친구, 제삼자의 전화번호를 알려달라고도 했다.


"네? 혼자 사는데 왜 제삼자의 전화번호가 필요한가요?" 했더니, 딸 사장(?)이 옆에서 눈치를 살핀다.


"아, 요즘엔 정보통신법 때문에 함부로 다른 사람 연락처 달라고 하면 안 돼요. 엄마~"


이런 c-bar


가벼운 첫인상의 에피소드였다.

이런 더러운 첫인상(내 입장) 만으로도 다음 날 출근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를 고민했지만,

'내가 너무 과민반응이겠지... 이상한 건 아닐 거야...'

이렇게 자위하고 자책했던 내 예감은 결코 틀리지 않았다.


엄마 사장(?)이라는 사람은 자기가 나이가 많아서 사람 보는 눈이 있다고 했는데, 난 나이가 마흔이 넘으니 반무당이 되어 촉이 무섭도록 잘 들어맞았다.


적나라한 에피소드를 쓰려면 상호명이나 업종명까지 쓰게 되고 이름까지 술술 쓰게 될까 봐 나 자신이 무섭다.


기생충에서 제일 많이 강조되었던 그 '선'이란 걸 지키기 위해 나도 노력을 하는 중이다.




< 기생충 명대사 中 >

"비가 와서 그런지 미세먼지가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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