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단계를 코 앞에 두고?
연초라 작년을 되돌아보는 건 아니다. 파란만장한 한 해였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코로나 시국이라는 초유의 사태였지만 나 혼자 겪는 상황은 아니니까.
거의 일 년 (정확히는 일 년 한 달)을 실업상태로 살았고 1년 내내 불안하고 히스테릭한 상태였지만 묘하게도 특별한 일이 일어나진 않았다.
난 1년 동안 계속 살아 있었고 밥 먹고 똥 싸고 운동하고 산책하고 결국 할 건 다하면서 살았다.
생산적인 일(돈벌이)만 못하고 있었을 뿐... 삶은 계속 살아진다. 고만고만하게 (요즘 유행어)...
하지만 헛헛하기 이루 말할 수 없고 답답함 그 이상이었다.
< 박경리 유고시집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 >
놀고먹는 족속들
생각하라
육신이 녹슬고 마음이 녹슬고
폐물이 되어 간다는 것을
생명은 오로지 능동성의 활동으로
존재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옛사람이 말하기를 일은 보배다
'그래, 일이 보배지...'
1년 여만에 새로운 곳에 출근을 했는데 생각보다 나 자신이 담대했고 아니, 정확히 표현하자면 차분했다. 나이 많은 여자가 산전수전 다 겪었다는 표현을 제일 싫어하는데 그동안 내가 그랬기 때문인지 이제 별다른 일에도 무덤덤해질 것 같은 나 자신을 느꼈다.
간절히 원했던 (밥벌이를 위한?) 일자리가 생겨서가 아니다. 그냥 이제 코 앞에 우박이 떨어져도 '뭐가 떨어졌네?' 하면서 평온하게 지나갈 듯한 느낌이랄까? 잘은 모르겠다.
그렇다면 그동안 많은 시간 (하루 대부분은 유튜브를 보고 1시간은 운동을 하는) 이 있었는데도 글은 왜 못썼을까? 난 밥벌이와 글쓰기를 양립할 수 있는 사람이라서가 아니라 경제활동을 하고 있지 않으면 글 쓰는 게 무의미해지는 (사치로 여겨지는) 사람이라는 걸 깨달았다. 물론 당장 돈이 되는 일도 아니고... (이렇게 써놓으니 서글프다)
사실 글감은 많았다. 글쓰기 서랍장에 제목만 수십 개를 저장해놨다. 그동안 십여 차례 봤던 구차스러운 면접 에피소드, 직장이 잡히지 않은 상태로 이사도 했던 사연, 신천지 버금가는 종교를 갖고 있는 여동생과의 불화로 연락을 차단한 지 3개월이 넘어가는 사연, 게다가 새롭게 재취업한 직장 이야기도 있고...
앞으로 이 글감을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 모르겠다. 코로나 시국으로 인해 나 자신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된 사연만 써도 챕터 하나 나오지 않을까 싶다. 생각보다 1년 동안 사연이 많았다. 사연 없는 인생 없고 이유 없는 결과 없겠지. 1년 동안 아무 일도 없었던 건 아니었네...
백신이라도 맞을 수 있기를, 그 백신이 내 차례가 언제 올지 알 수 없지만...
인생은 어차피 모든 게 불확실성이고 어차피 결론은 감사함만 남는다. 지금 내가 살아 있고 삶은 그래도 계속되어야만 하니까.
life goes 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