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지 못해서 미칠 것 같은

그런 때는 오지 않았다

by 샬롯

그냥 책상에 노트북을 켜면 되는 거였다.

핑계도 가지가지, 우울의 이유도 가지가지, 감사하지 못하는 이유도 가지가지,

간절하게 일하고 싶어서 가까스로 취업한 이 직장이 싫은 이유도 가지가지...


나라는 인간에 대해 환멸을 느끼지만 자기 객관화가 어느 정도 되는(?)것 같아 그나마 다행이다.


'우선 인풋을 많이 해야 하니까 책이라도 열심히 읽어 재끼자. 언젠간 글이 술술 써질 거야. 지금은 아니야...'

당연하다. 아예 노트북을 켜질 않았으니까... 글쓰기 따위 염두에 두지도 않았으니까... 유튜브 중독이 심각했으니까... 오만가지 생각으로 머리가 아팠으니까...


그러면서도 낯 모르는 이의 출간 소식을 들으면 부러워 미칠 것만 같았다. 책만 읽어도 행복했던 시절이 있었다. 그 많은 책들을 사면서도 내가 책을 소비하는 사람인 것에 지적 허영심이 있었다. 읽고 나면 기억에 남는 책은 얼마 되지도 않았다. 전업작가들도 자기돈 주고 책을 사는 소비가 한 달에 30만 원이 안 된다던데 나는 그 이상을 사고 읽었다. 그런 시절이 있었다.


지금은 그도 저도 아닌 방랑자가 되었다. 도서관 유목민으로 살기도 했었다. 그동안 가봤던, 기억에 남는 공공도서관을 글로 풀어볼까? 그조차도 이미 누군가가 썼다. 그것도 아주 잘 썼다. 사진까지 잘 찍는다.


요즘 일로 머리가 아프고 사람으로 괴로울 때 '그래! 인간이 지옥이지. 내가 숨을 곳은 오로지 책과 글쓰기뿐이었지... 일은 그냥 생계를 위한 밥벌이지...' 이런 블랙홀에 또 빠지고 말았다.


'나는 내가 제일 어렵다' 이것도 이미 나온 책 제목이다. 그래 나는 내가 제일 어렵다. 나 자신을 제일 컨트롤하기가 어렵고 명상, 기도, 운동... 별짓 다해서 이 정도다.


코로나 이전, 교회를 꼬박꼬박 나갈 때 누군가 종교를 물으면 기독교라 말했다. 크리스천 치고 마음에 화가 많네...라는 말을 들었을 때, "교회 다녀서 이 정도야!" 성질냈던 기억이 난다.


항상 억울하고 마음에 분노가 많았다. 교회라는 성전에도 시기, 질투하는 인간이 있었고 성전 밖에서보다 사람에 대한 실망이 더 컸다. '신앙심을 가진 사람들이 이래도 되는 거야? 왜 이렇게 못돼먹었지? 정말 실망스럽네...' 코로나를 상상할 수 없었던 시기에 이미 교회 다니는 걸 관뒀다. 그래도 성경책은 손에서 놓진 않았다. 성경은 글로 써져 있으니까 믿었다.


난 결국 글로 쓰여 있는 걸 잘 믿는 타입이었다. 말보다 문자, 통화보다 이메일에서 느껴지는 뉘앙스와 사람 본심이 느껴졌다.


나이가 먹어가면서 (50이 가까워지는 이 나이에?) 나 자신에 대해 새로운 걸 알게 된다. 이제 더 이상 새로운 것, 새로운 사람도 겪을 일이 없겠지?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

새롭게 알게 되는 것이 천지 백 깔이었다.


이런 곳에 가면 이런 사람, 저런 곳에 가면 저런 사람...


서른을 갓 넘긴 몽골에서 온 외국인 노동자는 나를 언니라 부르며 잘 따랐다. 코로나 이전에 필리핀에서 유학생활을 했었고 1년 넘게 한국에 머무르고 있다. 코로나 사태 이후론 몽골에 돌아가고 싶어도 못 가고 있는 상황...


커피와 초콜릿을 나눠 먹으며 이런저런 가벼운 대화를 한다. 그녀는 한국말이 서툴고 영어공부를 약간 한 덕분에 어눌한 영어 발음으로 대화를 나눈다. 나 또한 능숙한 회화실력은 아니지만 대화를 나누는데 어려움은 없었다. 거의 가벼운 주제로 대화를 나누기 때문이다. 게다가 우리에겐 바디랭귀지라는 것이 있다. 솔직하고 총명함이 있어서 눈치가 빠르다.


싱거운 질문을 했다. 한국 남자와 몽골 남자 중에 어느 쪽이 나은 것 같아? 가볍게 물었지만 진중하게 대답한다. "어딜 가나 굿보이도 있고 배드보이도 있는 것 같아요."

너무 현명한 대답이라 묻는 내가 바보같이 느껴졌다.


어딜 가나 미친놈이 있었고 가스 라이팅 하는 인간이 있었다.

현 직장에서 나이 많은 여사장과 대화를 하고 나면 항상 기분이 안 좋았다. 정신적인 묘한 갈굼이 있고 정서적 학대를 당하는 기분까지 느껴졌다. 업무적으로 지시를 하거나 지적을 하는 거라면 모르겠는데 묘하게 기분을 더럽게 만든다.


언제쯤 내가 이 직장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세세하게 쓸 수 있을까? 지금 당장 쓰기에 머뭇거리는 이유는 또 뭘까? 지금은 아니다? 이런 걸까?


아무튼 11시에 잠들어 새벽 2시 반에 깨고 그 시간에 다시 잠이 오질 않아 조바심 내면서 유튜브 보다가 새벽시간 서너 번 깼다 잠들다를 반복하고 출근을 하면 난 이미 하루 써야 할 에너지를 전부 소진한 기분이 든다.


몸이 자산이다. 현재로서는 틈날 때마다 운동하고 영양제를 챙겨 먹으며 버티고 있다. 아니 버텨 나간다. 코로나가 소멸할 때까지는 버텨볼 생각이다. 코로나라면 이가 갈리고 욕이 나오지만 이 또한 지나가리라 믿는다.


미워하는 대상도 '감사'하라는 명상이 흘러나온다. 유튜브 중독은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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