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84일 차

피곤함이 몸을 짓누른다. 간만에 연락이 왔다.

by 백윤호

피곤하다. 글자 그대로 피곤하다. 알람을 몇 개 맞춰도 일어나지 못한다. 겨우 친구가 깨워 일어났다.

부리나케 씻고 집을 나선다. 그나마 오늘은 일이 3개 사이트 밖에 없어서 다행이다. 몸이 피곤함으로 요동친다. 그래도 일을 해야한다. 7데이즈로 일을 하면서 겪는 흔한 현상. 웨이지가 높아 큰 불만은 없지만 가끔은 쉬고 쉽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 같은 날이 그렇다. 푹 자고 싶다.

그래도 몸은 익는다. 이 상황에도 익혔던 동작 그대로 나온다. 시간이 덜 걸린다. 신기하게도 피곤함과는 달리 일에 걸리는 시간은 빠르거나 비슷하다. 오히려 일을 할수록 몸이 깨어난다. 운동을 했던 효과인가. 아마도 그럴테지.

재빠르게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다. 돌아오는 길에 아이스크림 하나를 사 먹었다. 가끔 아이스크림이 땡기는 날이 있는데 오늘이 그날이다. 주유소 마트에서 하나 사서 차에서 먹는다. 먹으면서 운전할 수 없는 나라고 그랬다간 벌금이... 일 끝나고 먹는 아이스크림은 나에 대한 보상이다. 달달한 맛이 일품. 집으로 돌아와 바로 자야겠다 싶어 씻고 밥을 먹으려는 찰나. 메시지가 온다.

"오랜만."

아는 형의 메시지다. 정말 오랜만이다. 몇 개월만에 온 연락. 이래저래 얘길 들으니 필요한 자격증 공부를 하느라 연락이 없었단다. 이 형은 개인적으로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머리도 좋고 생각이 깊다. 이 형이 하는 말은 철썩 같이 믿는 편. 그런 형이 뭔가 달라보였다.

"접기로 했다."

학생자치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면서 친해졌던 우리. 그 형이 학생자치의 이상을 접기로 했단다. 이해가 간다. 나도 비슷하니까. 무언가 좌절한 정치가를 보는 느낌이 들었다.

문득 한국에서의 나는 어떨까란 생각이 들었다. 귀국 후 내가 어떤 모습으로 살아갈지도 궁금해졌다. 지금이야 목표가 뚜렷하니 하고 있지만 그때는 어떨까.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아니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을까. 이래저래 불안하다. 그래도 어쩌겠나. 지금은 자야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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