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105일 차

2주만에 다시 찾은 카센터. 이젠 민망하다.

by 백윤호

호주는 비가 아직도 내리고 있다. 잠시 소강상태. 오랜만에 햇빛을 봤다. 이전 앞유리가 깨졌을 때보다는 낫다. 시야가 가려 운전을 못하는건 아니니까. 다만 비가 등 뒤로 들어올 뿐. 어제 오지인이 준 수건으로 대충 시트를 가렸다.

차 안이 더럽다. 그렇지만 아직 청소할 엄두를 못 내고 있다. 뭔가 건드리면 안될 것 같은 분위기랄까. 그나마 큰 쓰레기는 정리했다. 괜찮다고 말로는 얘기했지만 아직은 여파가 있는 듯 하다. 청소를 하면서 계속 내 차를 확인하게 된다. 아무래도 유리창이 깨져 있으니 2차 피해가 우려됐다. 그래서 바로 카센터를 가기로 했다.

카센터. 호주에서 카센터를 가는 것도 조심하라고 한다. 이전에 살던 셰어마스터는 이렇게 말했다.

"한인 카센터가면 사기에요. 절대 가지 마요."

그렇다고 호주인을 찾아갈 수 없는 노릇. 결국 이전에 친구가 소개해준 하포스로 향했다. 친구는 이곳을 그나마 덜 해먹는 곳이라고 말했다.

"다른 카센터는 어떻게든 더 해먹으려는데 여기는 양심적이야."

구글 맵을 켜보니 2주전에 방문했던 곳이라 뜬다. 호주에 온 이후로는 위치 정보를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하고 있다. 아무래도 처음가는 길이 많다보니 내비게이션을 필수로 사용한다. 그래서 항상 켜두고 사는 편. 어찌됐든 2주 만에 유리 때문에 다시 가려하니 민망하다.

재빠르게 청소를 끝내고 하포스로 향했다. 계속 창 밖에 내 차 상태를 확인하는 것도 피곤하다. 어여 고쳐야 그나마 안심일텐데. 여권과 지갑을 항상 가지고 다니니 유리만 고치면 될 노릇. 길을 쭉쭉 지나 카센터에 도착했다. 자초지종을 설명하니 직원 왈.

"어휴. 어떻게 해드려야 할까요."

깔끔하게 깨진 내 차 유리. 그는 200불에서 300불 정도 나올 것 같다고 말했다. 겸사겸사 엔진오일까지 교체해달라고 했다. 다 하고 나서는 영수증을 달라고. 나중에 범인을 잡으면 따로 보상받을 수 있단다.

"거지여도 국가에서 범죄피해에 대해 보상해줘. 이곳 꽤 잘 돼있어."

친구가 말했다. 이 친구. 걱정됐던지 저녁에 다시 한번 전화가 왔다. 잠결에 받았지만 뭔가 뭉클했다.

"차 유리 구해볼꼐요."

직원은 디파짓으로 50불을 받았다. 그는 바로 내 차 유리를 구하기 위해 전화를 돌렸다. 이리저리 몇 차례 돌리던 그.

"어휴. 몇 군데는 없다고 하네요. 제일 큰 곳에 문의했으니 구해지면 연락드릴께요."

유리를 계속 저 상태로 두고 달릴 순 없어 알았다고 대답했다. 잠을 자기에는 글렀다. 언제 전화가 올지 알고...

집으로 돌아와 밥을 먹으러 나왔다. 이번에는 걸었다. 비가 오지 않아 걷기에도 좋다. 겨울임에도 그렇게 춥지는 않았다. 그래도 겉옷을 하나 챙겨야 했다. 바람이 쌀쌀히 불기 때문. 곧 비가 올 것처럼 바람이 불고 먹구름이 낀다. 멀리 보니 햇빛이 나온 것 같은데. 비가 안왔으면 싶다.

가장 가까운 가게로 들어갔다. 처음 가보는 중국요리집. 신기하게도 돌로 된 접시에 모든 요리가 나왔다. 볶음밥과 군만두 하나를 먹고 중국식 차를 마셨다. 간만에 먹는 밥이다. 계속 면만 먹다보니 뭔가 아쉬웠는데 간만에 밥이 들어가니 좋다. 볶음밥 맛도 훌륭하고.

미리 은행에 들려 돈을 뽑았다. 이래저래 차가 생긴 이후로 나가는 돈이 많은 것 같다. 그래도 어쩌랴. 고치지 않으면 계속 비가 샐 수 있으니. 이제 전화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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