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185일 차

키보드가 왔다. 찾기 어려웠다.

by 백윤호

택배를 기다리는 기분이 이런 것일까. 한국에서도 해본 적 거의 없는 기다림이 시작됐다. 매일 한 시간에 한 번은 홈페이지를 확인한다. 언제올지 모르는 키보드를 확인하며. 그리고 왔다.

호주에서 택배를 받는 건 미션이다. 한번 밖엔 오지 않는다. 그나마 키보드를 보내는 곳에서 사설 택배업체를 사용했다. 집 앞까지는 오는 것이라고.

"포스트에서 오는 거면 카드 날아올텐데."

같이 사는 친구가 말했다. 그도 택배를 받아본 적이 있지만 아파트 특성상(보안 문제 때문에 들어오기 힘들다고.) 받아본 적이 없단다. 그래도 사설이니까. 기다려보기로 했다. 매 시간마다 홈페이지를 확인한다. 통관이 끝나고 배달이 시작됐는지 체크한다. 그 사이 월남쌈을 먹고 운전을 했고 심부름을 다녀왔다. 드디어 시작된 배달. 이젠 기다리기만하면 된다. 그리고 그대로 잠들었다.

"윤호야 이거 왔더라."

마스터가 카드를 건네준다. 역시. 왔다갔다는 카드. 눈을 뜬 시간은 6시 반. 영업시간은 7시. 운전을 시작한다. 다행히 집에서 10분 거리에 물류창고가 있었다. 부리나케 달려간다. 영업 종료까지 10분 남았다. 겨우 도착한다. 허겁지겁 차를 대고 남긴 카드를 건넸다. 직원은 여권을 보여달라고 했다. 미리 챙겨온 여권을 보여주자 그가 묻는다.

"주소는?"

허. 주소를 내가 적지 않았다. 친구가 적었던 것이 기억난다. 이전 카톡에서 찾으니 대충이나마 주소가 남아있었다. 그런데 아니란다. 알고보니 이곳 택배 주소를 다르게 썼던 것. 그가 카톡으로 보내준 주소는 이 건물 위치에 대한 주소였다. 슬쩍 눈치를 보던 직원이 전화번호를 불러보라 말한다. 더듬더듬 기억을 바탕으로 번호를 말했다. 그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물건을 찾으러 갔다. 그리고 키보드를 영접했다.

꽤 비싼 가격을 주고 샀다. 기계식 키보드. 블루투스. 타자기 모양. 무언가에 꽂히면 지르는게 있는지라 이것도 약간은 그런 기분에서 지른건데. 키감이나 모양새는 꽤 좋은 편이다. 휴대성은 떨어지지만 못 가지고 다닐 만큼은 아니다. 그럭저럭 만족한다. 좀 쓰고 나서 사용후기를 적어봐야겠다. 찜찜하게 남아있던 잠이 날아가고 키보드를 만지느라 정신이 없다. 잠시 키보드를 써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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