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규 섭취에 실패했다. 와규 대신 양을 먹었다.
주말은 고기먹는 날이다. 이유는 모른다. 그냥 그런거다. 육식을 즐기는 나로서는 고기가 곧 보양식이다. 매일 낮밤을 바꾸는 사람에게 체력은 필수. 운동을 꾸준히하고 과일을 매일 먹는다. 고기는 빠지면 안된다.
그러나 잠깐 시간을 내 밥을 먹는 나로서는 고기를 제대로 즐길 여유가 없다. 구워 먹을 여유 따위. 그나마 고기가 같이 들어간 누들이나 라이스를 먹는게 다다. 그래서 시간이 남는 이런 날에 고기를 먹으러 가야 한다. 목표는 와규. 비장한 마음으로 차에 올라탄다.
구글 맵을 이용해 와규하우스로 향한다. 이곳은 저번에도 한 번 먹어봤던 곳. 와규가 잘 나오고 뷔페식이기 때문에 가격 부담이 덜 된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복병을 만났다.
"1시간 기다리셔야 돼요."
주말이라 그런가. 사람들이 몰려 웨이팅 시간이 길어졌다. 현재 시각은 8시 30분. 이곳이 문 닫는 시간은 10시.
"다른데 가자."
발길을 돌렸다. 다시 캔터버리로 간다. 룸메이트가 '양'을 먹자고 길 안내한다. 여기서 양은 내장을 말한다.
도착한 곳은 허름한 가게. 마치 순천이나 벌교 같은 시골에서나 봄직한 집이다. 대판을 하는 집 같다고 할까. 시드니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친숙한 비주얼. 공사 끝나고 온 아저씨들이 고기를 살뜰히 구워가며 소주를 한잔 할 것 같은 분위기. 시드니 속 시골이다. 이름도 낯설다. '풍납동 칡냉면'
양과 돼지 갈비를 시켰다. 숯불이 나온다. 불판을 얹고 고기를 굽는다. 한점 한점 구워간다. 소주를 시켜 마신다. 차를 가져온 나는 못 마신다. 결국 룸메이트의 몫. 이런저런 얘기를 익어가는 고기와 함께 삼키고 뱉는다. 어떤 얘기든 어울리는 자리다. 무난히 입을 수 있는 코트를 입고 있다고 할까. 간만에 한국에서 밥을 먹는 것 같았다.
가게 주인이 할머니다. 한국말을 잘 못 알아듣는걸로 봐서는 완전히 한국사람은 아닌 것 같았다. 얼핏 중국어를 쓰는 걸 봐서는 조선족이 아닐까 추측한다. 그래도 이 할머니가 있어 가게가 더욱 시골같았다. 연두빛 페인트에 벽돌로 쌓은 식당 안. 주렁주렁 촌스러운 불빛들이 가게 안팎을 비춘다. 정겨운 분위기를 간만에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