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전한 하루. 변화.
귀국 후 열흘 간 술을 안 마신 날이 없다. 그렇다고 사람을 많이 만난다고 생각지도 않고. 어쩌면 사람을 만나는데 술이 없으면 안된다고 생각하는건 아닌지.
키보드가 돌아오고 글을 쓴다. 매일 쓰던 글이다. 줄었다. 문장력은 사라지고 어설픈 기교가 넘쳐난다. 깔끔하게 쓰겠다며 내용이 사라진다. 보기에 좋지만 속은 썩은 그런 글을 쓰는 건 아닌지. 가지고 있던 원천이 떨어졌다는 느낌이다.
새벽. 길을 걸었다. 시드니에서는 걷지 못했던 새벽길. 나홀로 걷는다. 나는 이 시간이 좋다. 불이 꺼져 있는 주변. 또렷히 울려 들리는 사람들의 소리. 그 소리 속에 묻어있는 고단함, 화남, 간절함 등등. 장소에 따라 묻어있는 것들이 달라진다. 신촌은 짙은 음습함이 묻어있다. 상큼한 레몬 향 밑, 짙게 깔려있다. 예민한 후각이 없다면 맡기 힘들정도. 그 냄새를 풍기는 자들은 놀랍게도 가장 상큼하게 향기로 치장하는 자들이다. 신기할 따름.
이 동네는 그런게 없다. 짙은 땀냄새가 묻어있다. 그 땀은 노동으로 만들어졌던 술을 엄청 마셔서 만들어졌든 상관치 않는다. 땀이 존재하고 냄새가 존재한다. 그 냄새 속에서 사람들을 구분한다. 새벽은 어쩌면 냄새맡기 좋은 시간일지도. 조용한 동네를 걷는다. 바뀐게 없다. 건물은. 그러나 간판은 휙휙 바뀐다. 내가 알던 가게들이 사라졌다. 거기에는 청춘이 묻어있는 간판, 절박함이 묻어있는 간판, 돈이란 욕망이 가득한 간판들이 생겼다. 저마다의 간판은 저마다의 냄새로 가득하다. 거리는 냄새가 가득하다. 예전보다 조금 더 냄새가 짙어졌다고 할까.
이 속에서 변화는 나만 없는 것 같다. 새 노선으로 다닌다는 것을 제외하면 바뀐 것이 없다. 나는 멈췄고 세상은 변했다. 아니. 나는 변했지만 세상이 나보다 더 변했을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