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T>와의 취재
출장. 귀국 후 4일. 결정됐다. 나는 부산에 가게 됐다.
일을 하고 싶었다. 궁금했다. 뉴미디어에서는 어떻게 촬영과 취재를 하는지. 글쓰기에 특화된 사람으로서 영상작업에 한 팔 거들 수 있다는 건 행운이다. 그래서 소개팅을 미뤘다. 큰 희생(?)을 치르고 간 출장은 의미있었다.
언젠가 이런 문구를 본 적이 있다.
'글에 비하면 영상은 비효율의 극치다.'
내가 학보사를 할 때 선배들로부터 내려오던 얘기도 있었다.
"방송국이 뭘 알겠어. 신문이 저널리즘의 본산이지."
틀렸다. 저널리즘의 본산은 개뿔. 누가 봐야 본산이지. 지금도 짐짓 '에헴'하는 사람들을 볼 적이 있다. 그 때마다 웃으면서 생각한다.
'바보.'
비효율적인건 맞다. 꺼낸 첫 마디가 이것이었다.
"비효율적인 것 같..."(빻았...어...)
글에 비하면 그렇겠지. 글은 누군가를 만나고("어디서 보실까요?") 나타나서("안녕하세요. 백윤호입니다. 이런 기사를 쓰려는데요.") 취재를 하면("인터뷰 고맙습니다.") 끗.(물론 이 때가 가장 빡시다. 데드라인이 정해지면.... 아호... 슈발...) 기획기사의 경우에 취재하는 기간이 길어서 그렇지 실질적으로 콘텐츠가 나오는 기간은 길지 않다. 취재만 완료되면 몇 시간 내로 출격 가능.
이에 반해 영상은 누군가를 만나고 나타나서 컨셉을 설명하고 찍어야 한다. 같은 대사를 여러 번 해야할 때도 있다. 같은 모습을 여러번 찍어야 하기도 한다. 게다가 드럽게 무거운 장비들 때문에 딜레이 되는 경우도 있다. 카메라가 잘못되면? 촬영 올 스톱. 다음 일정을 위해 누군가는 짐들고 이동해야한다. 시간도 드럽게 길다. 하루 종일 걸린다. 그리고 나서 시작이다. 찍었던 영상들을 보면서 편집하는 일. 기사를 내는 것보다 배의 시간이 든다.
단 5분 내외의 영상 때문에 그들은 며칠을 고생해야 한다. 중간중간에 취재원과의 교감은 물론 동선, 날씨 등등. 예상치 못한 상황이나 기존 구상과는 다른 주제가 튀어나올 때도 있다. 이때는 더 복잡해진다. 그렇다. 아름답지 않다. 처절하고 긴장해야 나오는 콘텐츠다. 그런 콘텐츠를 가공해서 5분 내외로 우리가 소비한다.
지난한 과정이다. 그럼에도 재밌다. 알트팀은 재미를 추구할 줄 안다. 불쾌하지 않도록 조율하고 일정을 끌고가는 건 리더 덕분이다. 가끔 톡 쏘는 말이 아플 법하지만 그럼에도 여유를 잃지 않는다. 피곤에 쩔어있는 과정에서도. 같이 일을 하면서 기분이 나쁘거나 한 일은 없었다. 하루 4시간 남짓 자고 일어나 일정을 준비한다. 그 과정에서 조율이 이뤄진다. 오늘 어디까지 물리적으로 가능할지. 이들에게 있어 콘텐츠를 만드는 일은 그 어떤 것보다 재밌는 일이다.
더군다가 배려가 있다. 취재원의 그것을 챙기려 한다. 컨텐츠를 위한 것이 아닌 진심으로 공감하고 느끼려고 한다. 피곤하진 않은지 같은 장면을 여러번 찍는게 불쾌하진 않은지. 원래 생각했던 루트대로 찍어도 되는지. 한시도 피곤함을 느끼게 해주지 않는다. 불쾌하게 하지 않는다. 취재원과 호흡하며 찍는 모습이 좋다. 한 팔 거들 수 있었다는 사실이 좋다.
어떤 주제를 잡고 가느냐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촬영 이후 콘텐츠 편집까지 계산하면 지난한 시간이 걸리는 것 같다. 이부분이 영상이 가진 딜레마라고 할까. 넓은 깔때기로써 작동할 수 있지만 그간의 과정은 확실히 돈이다. 영상을 잘 찍기 위해서는 결국 투자가 필요하다. 작게는 카메라에서부터 짐벌, 렌즈 등등. 같이 촬영하면서 가장 많이 했던 얘기도 그랬다.
"돈 벌어서 장비사는게 우리 일인거야."
역시나... 미디어와 돈은 머나먼 일이었던건가!
여기서 배운 걸 바탕으로 최근에 팀 프로젝트를 돌려보려고 한다. 짐벌도 지르고(아... 40만원...) 모바일 온리라는 명제에서 스마트폰으로만 촬영하기로 하고. 어떤 결과물이 나올진 모르겠지만 분명한건 이 날의 체험이 많은 영감을 줬다는 점이다. 혹여나 기회가 된다면 또 같이 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