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화를 듣고 안똔이 쓰다.
이스크라 개새끼들아! 내 사생활 팔아 입 털고 팟캐 만들고 그러면 내보내고. 그러면서도 애인에게 허벌나게 기습적 사연 받고 후기 쓰러 갑니다. 안똔을 살앙해주세요 여러분. 악랄한 이스크라, 악독한 레드립. 내 과거사를 넘어 현재진행중인 연애까지 콘텐츠화되다니, 참으로 가련하지 않습니까 징징. 콘텐츠 메이킹의 길은 그야말로 촉도난이로군요. 팟캐지난은 난우상청천일지니라.
어쨌든 레드립 애인의 과거편을 녹음하다 말고 전 적잖이 놀랐습니다. 사연을 받아서 스튜디오에서 읽어나가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사연의 등장인물과 배경과 시놉시스가 이상하게 겹친단 말이죠. 물론 <라라랜드>나 <500일의 썸머>, 혹은 우디 앨런이나 홍상수의 영화를 보며 아 저거 완전 내 얘긴데, 할 수 있는 사람이 많은 것처럼 연애에는 일종의 보편문법이 있다는 것 자체를 부정하긴 어려울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정한 한남이라느니 하는 수사를 듣자니 이거 아무리 봐도 제 얘기더라고요. 제가 팟캐를 만든다는 것을 애인이 알고 있다는 것쯤은 알았는데, 그렇다고 레드립에 우리 얘기를 사연으로 보낼 줄은 몰랐거든요. 멋지게 당했습니다. (그나저나 이번에 새로 나온 홍상수의 <밤의 해변에서 혼자>는 꼭 보세요. 홍상수가 위악적인 자기희화화를 많이 내려놓기도 했고, 영화의 한 컷 한 컷마다 홍상수가 김민희를 사랑하기는 하는구나, 싶더군요.)
저야 워낙에 이 팟캐스트에서 제 개인적 경험을 많이 얘기하다 보니, 아이러니하게도 제 애인이 제 과거를 다 알고 그것에 상담을 요청하게 되었군요.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그런 의미가 있죠, 하고 어물쩍 넘어갈 수도 없고, 아아 한 여자의 지난 과거가, 아니 한 안똔의 지난 과거가 왜 용서받지 못할 일이야. 어쨌든 저로서는 나름 일상적인 이야기들로서 제 지난한 연애사를 이 팟캐스트에 풀어놓았던 것인데, 그 어떠한 가치평가도 없이 말하건대 이제 보니 제 연애의 플롯이 샹하이 트위스트를 추고 있는 것이 많은 청취자 분들께는 낯설게는 다가올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사회적 평균치에 비해서는 그리 연연치 않아 하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제가 애인의 과거를 전혀 신경쓰지 않는다고 한다면 이는 거짓말이 될 것입니다. 역으로 보시다시피 제 애인은 제 과거를 신경쓰고 있고요. 결국 극소수의 예외를 제외하고, 이런 현상은 대다수의 연애에서 정도의 차이만이 있을 뿐 언저나 불거지는 문제일 겁니다. 하지만 어쩌겠어요, 혼자 꽁해 있다고 문제가 해결되진 않는 걸요. 일단 말도 꺼내보고, 부딪쳐도 봅시다. 운동은 존재의 양상이요 복잡한 것을 향해 변증법적으로 발전하는데, 운동이 없으면 발전도 없지요. 그리고 현재 운동하는 존재는 과거로부터, 역사적으로 규정될 수밖에요. 아 잠깐, 이걸 알아들으시다니 예리한 건 알겠는데 거기 111 누르는 나쁜 손은 잠시 내려놓으시고.
여하튼 저도 제가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도통 모르겠으니 이만 줄여야겠습니다. 지나간 레드립에서는 애인의 과거를 두고 고민하는 분들의 사연으로 한 시간 넘게 갑론을박을 벌였는데요, 네, 뾰족한 답이 안 나옵니다. 그러니까 연애 하시면서들 함께 고민해 보기로 하고, 레드립도 많이 듣고 주변에 여기저기 권유도 해주시죠. 이상, 앞으로 애인 들을까봐 레드립에서 무슨 얘기 하나 걱정인 안똔이었습니다.
추신. 프롤로그를 들어보시면, 나 이런 얘기 풀어놓고 앞으로 어떻게 연애하냐, 하고 고민하는 안똔이 나옵니다.
팟빵:http://www.podbbang.com/ch/13432?e=22244710
유튜브:https://youtu.be/zGYftGJpKX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