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97일차
과거 호주 워킹홀리데이를 가 280여일이나 되는 기록을 한 적이 있다. 사실 기록이라고 하는 것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잘 안다. 이를 보고 누군가는 자신의 계획을 정밀하게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또 다른 사람은 기존 계획을 철회할지 모른다. 내가 겪었던 바를 조금씩 글로 옮기고자 한다.
이번에 쓰는 기록은 1주일을 기준으로 한 편씩 작성하는 것을 목표로 두고 있다. 워킹홀리데이와 다르게 일상을 살아나가는 것이기 때문에 글을 억지로 쥐어짜기 보다는 자연스러운 생각과 경험, 대화를 일부 기록하려고 한다. 그 결과가 97일차 되는 오늘부터 첫 기록을 시작하는 일이다.
첫 기록에 97일이 걸린 이유는 바로 집을 구하는데 있다. 처음 집을 구해야겠다고 생각했을 때 예산은 2억 원이다. 이정도면 전세로 집을 충분히 구할 것이라고 봤다. 문제는 전세라는 개념이 아직 제주에는 많이 없다는데 있다.
제주에서 전세로 들어가는 집은 대체로 법인이 집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일반적인 대출이라면 이 또한 큰 관계는 없다. 하지만 내가 사용한 대출은 바로 전세보증대출이라는 HUG에서 진행하는 국가 상품이다.
이 상품은 만 34세 청년에 한해 90%까지 대출을 해주고 있다. 당시 가지고 있던 자본금은 2천만원 남짓이다. 그나마 1천만원은 외부에서 도움을 받았다. 이를 가지고 2억원 내에서 집을 구해야 하다 보니 우여곡절이 많았다.
집을 구할 때 처음에는 타운 하우스를 위주로 봤다. 제주까지 왔는데 한적한 곳에서 여유롭게 생활하고 싶다는 생각이 컸다. 그러나 타운 하우스로 진행할 경우 개인 소유라고 하더라도 토지 분할이 안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 이는 HUG에서 대출 자체를 하지 못하게 한다. 법인이 제외되고 개인이 가지고 있는 것을 찾다보니 2개월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직접 와서 집을 찾이 않았다면 확인하지 못했을 사항이다.
HUG 상품은 넉넉한 자금을 주지만 그만큼 오랜기간 심사를 거친다. 1달 정도 걸리다 보니 임대인에게 기다려달라는 얘기를 하기가 어렵다. 그 사이에 대출이 안된다면 계약금을 가지고 우여곡절이 많기 때문이다. 이를 취급하는 은행이나 공인중개사도 잘 모르고 있다보니 미리 확인해서 가는 것이 좋다.
또한 제주 집값이 오르는 바람에 지역범위를 서귀포로 넓히게 됐다. 제주시의 경우 상대적으로 사람이 많이 살고 오랜 시간을 지내기 좋다는 생각이다. 다만 서귀포는 중심이 되는 시청 부근이 아니라면 솔직히 어렵다고 본다. 살아야 하는 것과 여행으로 가기 좋은 것은 다르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에서 집을 구하는데 많은 시간을 보냈다.
현재 집은 작은 세대를 가진 아파트다. 관리비가 다소 높은 편에 속하지만 지하주차장이 구비돼 있고 바로 앞에 편의점이 있어 좋다. 게다가 바로 내려가면 대형마트를 비롯한 다양한 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 신시가지라고 불리는 곳이다. 집 안에서 바다가 바로 보이다 보니 아침 경치가 무척 좋다. 매일 아침을 먹으면서 일부러 바다를 보면서 식사를 하려고 한다. 이러한 집을 구하기 위해 팔았던 발품을 생각한다면 충분히 투자할만하다고 본다.
그러한 이유로 기록을 뒤늦게 시작하게 됐다. 지금부터는 제주 생활을 하면서 겪은 에피소드나 정착 시 어떤 도움을 받았는지 등을 기록해보려고 한다. 아무쪼록 제주 생활을 고민하는 사람에게 도움이 됐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