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방 이모에게 고생했다는 말을 들었다. 위로가 됐다.
오른손이 아프다. 전 날 볼링을 쳤던 여파다. 내기가 걸리다보니(여기서 한번 지니 15불이 훌쩍...) 정말 눈에 불을 켜고 친다. 처음 친 사람이라는 항변은 묻힌다.
"잃으면서 배우는거죠."
처음 당구를 칠 때 들었던 소리. 여기서 다시 들을 줄이야.
볼링을 하는 법은 간단하다. 자세를 잡고 일직선으로 손을 뻗어 공이 중앙으로 가게 하면 승리. 4스텝을 밟아서 슛. 그렇다. 간단하다. 이론은. 머리는 이해하나 몸은 전혀 그렇지 않다. 왼쪽 구석을 특히 좋아한다. 좌파라서 그런가?(딱히 좌파라고 자처할 정도는 아니지만...) 여하튼 그렇게 내기에서 처참히 지고(3자리 수도 달성하지 못했다.) 손도 아프고. 여러가지로 고달프지만 재미는 있었으니.
몸에 익었던 포지션으로 돌아갔다. 그만두는 그날 까지 이 포지션이 유지될 듯 싶다. 손발이 착착. 더듬거리거나 질문하지 않는다. 물흐르듯 일이 진행된다. 잔소리가 나올 틈이 없다. 척척 일을 하던 중 주방 이모가 물었다.
"니 노티스 냈다며?"
조선족인 이모의 말을 해석하기 어렵다. 겨우 몇 번 되물어서 알게 된 뜻. 그렇다고 하자 이모가 말했다.
"수고했다. 포지션 바꿔가면서 일하느라."
"아뇨. 제가 잘 못한건데요."
"아냐. 포지션 바꿔가면서 일 시키는게 어디 있겠어. 그러니까 스트레스 받지. 다른데 가면 그렇게 안해."
뭔가 뭉클했다. 고생했다는 저 단순한 말 한마디가. 매번 내 잘못으로 자책하던 지난 날이 보상 받은 느낌. 본의가 어쨌든 나는 이 말로 큰 위로를 받았다.
일을 마치고 우체국을 찾았다. 한국에서 온 택배 떄문이다. 이곳에서 택배는 한 번 배달(?)된다. 이 시기를 놓치면... 직접 가서 찾아와야 된다고. 친절하게도 찾아오라는 메시지와 함께 송장바코드가 찍힌 카드를 문 밑으로 넣어준다. 17시까지 문을 열어 급히 우체국으로 걸었다. 호주 우체국은 크지 않다. 한쪽에 번호가 매겨진 메일박스가 있다. 한 쪽에는 우편물이 쌓여 있는 창고가 있다. 창고는 문으로 막혀 있는데 중간에 큰 구멍을 뚫어놨다. 무언가 보내는 사람들은 그곳에서 신청하면 된다. 택배를 찾거나 다른 용건이 있어 온 사람은 직원을 직접 만나야 한다. 큰 데스크 위에 2명의 직원이 있었다. 꽤 긴 줄이 늘어져 있다. 그 줄 뒤로 섰다.
데스크에 가까워질수록 우체국에서 파는 신기한(?) 상품들이 눈에 들어왔다. 물, sd카드, 심지어 휴대폰까지. 우체국과 무슨 연관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선물용 색칠놀이나 기프트카드도 판매하고 있었다. 도대체 왜인지 이유는 모르겠지만...
내 차례가 됐다. 내 용건을 말하자 그녀가 되묻는다.
"어디로 배달오는 거였나요?"
더듬거리며 집주소가 적힌 카톡을 보여줬다. 그녀는 그 주소를 적더니 박스를 가져온다. 오랜만에 보는 우체국택배. 사인을 하고 수령한다. 택배 안에는 진짬뽕 4개와 신라면 2개, 운전면허증이 들어있다. 내가 필요한 건 운전면허증인데 겸사겸사 라면까지... 가격을 보니 28300원. 여기서 사느니만 못하다. 그래도 간만에 온 한국 물건이라 기분은 묘하게 좋다. 마치 쇼핑한 물건이 온 느낌이랄까.
일할 준비가 차근차근 갖춰져 가고 있다. 새로운 일과 목표. 부디 잘해야될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