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41일 차

첫 번째 잡이 끝났다. 내일부터는 새로운 곳이다.

by 백윤호

스시집 일이 끝났다. 마지막 날은 무지 바빴고 그만큼 일했다. 여유 있게 일이 끝나지 않아 다행이다. 뭔가 일이 여유로웠다는 죄책감은 들지 않았으니까.(이게 헬조선 20대의 마인드다. 젠장.)

오늘은 쉬는 사람을 대신해 롤을 잡았다. 양이 많지 않다. 4번째라고 제법 손도 빨라졌다. 롤 잡는 모양도 베스트다. 그만둬서 그런건가... 한참 롤을 말던 중 결혼비자를 준비한다던 동료가 들어왔다. 남자친구와 함께. 아니 이제는 남편이지. 그 둘은 어제 결혼했다. 번갯불에 콩 볶듯이.

이곳에서 결혼은 외국인에게는 비자를 묶기위한 수단이다. 어느 한 쪽의 비자가 만료되는 위기(?)에 처하면 그것을 막기 위한 방법. 두 사람을 하나의 공동 운명체로 묶어준다는 점에서 결혼의 취지에 가장 적합한건가. 여튼 그들은 결혼했다.

이 나라에서 비자는 강력한 무기다. 비자가 묶여있는 사람끼리는 잘 헤어질 수 없다. 한 쪽이 일방적으로 불리하기 때문. 어떻게 보면 그 둘은 서로 간의 믿음 내지 마지노선을 그은 것일 수 있다. 이제 쉽게 이별을 고할 수 없다. 적어도 어느 한 쪽은. 뭐... 자세한 사정은 모르겠지만 겉으로 보이는 것은 그러하다. 비자가 만료된 쪽이 불리한 계약. 그게 결혼비자다.

왜 이나라에서 살고 싶어할까. 의문이다. 이민자들을 환영하지만 좋아하지는 않느 나라. 호주가 딱 그 모습이다. 이곳으로 이민오려는 사람은 거진 대부분이 아시아인이다. 자국보다 더 좋은 문화나 환경을 노리고 오는 것. 당연히 영주권이나 시민권을 가진 사람이 대우를 받을 수 밖에 없다. 그들은 강력한 무기가 있으니까. 한인 사장도 비슷한 케이스. 457비자로 불리는 취업비자 발급에 관해서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가 안해주겠다고 하면 끝이다. 비자를 믿고 들어온 이는 노동착취를 당하곤 쫓겨날 수도 있다. 그런 경우가 주위에 왕왕있다고 한다. 어찌보면 한 사람을 믿고 올인하는 전략이다. 무서우리만큼 집념이 있어야 하며 모든게 맞아 떨어져야 한다. 노오오력으로도 안되는 것. 그렇게 싫은 짓, 좋은 짓 다해가며 살려고 한다.

"군대에 안가게 하려고요."

같이 일하는 동료는 이곳에서 살고 싶어하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남자친구와 자식이 군대에 안가게 하기 위해 이곳에서 살려고 한단다. 1시간이 걸리는 출퇴근을 감내하는 이유도 비자때문이란다. 이곳 사장이 비자를 잘 준다며 착하다나 뭐라나. 이곳에서 살려는 사람들은 대부분 에이전시를 끼고 일한다. 비자에 관련된 업무가 복잡하기 때문에 위임하는 것이다. 그곳에서 여기를 추천해줬단다. 미심쩍지만 말을 아낀다. 내가 관여할 수 있는게 아니기 때문에. 그래도 의문스럽다. 20살이 갓 지난 아이를 무슨 취업비자를 준다는 걸까. 그녀는 이곳에서 사는게 남자친구를 위함인건가. 찝집함이 남는다.

이제 내일부터는 새로운 일터로 간다. 그곳에서는 어떤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을까. 청소 잡은 돈독이 잔뜩 오른 사람들이 모인 곳이란 얘길 얼핏들었다. 새로운 사람과의 인연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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