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살이 43살을 키웁니다

- 아이를 낳아야 어른이 된다고 합니다

by 다움코치


아이들과 2021년에 바라는 모습을 그려보기로 했다.

아이들 자신이 어떤 모습이 되고 싶은지?

엄마, 아빠한테 바라는 모습은 무엇인지?


스케치북을 4칸으로 만들었다.

- 자신이 되고 싶은 모습

- 아빠한테 바라는 모습

- 엄마한테 바라는 모습

- 형(동생)한테 바라는 모습


7살 귀요미는 자신의 모습 칸에 칼 3개를 그린다.

"멋진 검객이 될 거예요"

요즘 귀요미는 만화 <원피스> 캐릭터 '조로'에 푹 빠져있다. 조로가 칼 3개를 갖고 다니기 때문에 '조로의 검' 3개를 그려놓은 것!

(한 때는 이소룡, 엽문을 좋아하더니... 계속 바뀐다)

덜렁 칼 3개를 그려놓고는 "나머지는 내일 그릴게요"라며 종이를 두고 놀러 가버린다.

'자신'이 되고싶은 모습만 그려놓고 놀러간 귀요미
귀요미의 영웅 변천사 : 이소룡 --> 엽문 --> 조로


올해 9살이 된 반짝이는 자신의 그림을 친절히 설명해 준다.

자신고 싶은 모습은 "공부 열심히 할게요"

아빠한테는 "목마 많이 태워주세요"

남편이 묻는다. "아빠가 힘들어서 눈물 흘리는 거야?"

"네. 아빠는 웃고 있지만 힘들어서 속으로는 눈물(ㅠㅠ)을 흘리고 있어요"

반짝이 자신은 "공부 열심히 할게요" / 아빠 "목마 많이 태워주세요"


엄마 칸에는 '엄마 아닌 다른 사람'을 그려놓았다.

모르는 사람이 엄마 책을 들고 "이 책 재밌다. 살게요"라고 말하고 있다.

(올해 책을 발간한 작가가 되겠다는 나의 바람을 반영한 것)

동생 귀요미한테는 "신나게 "는 게 바라는 모습이란다.


아빠에 대해서는 반짝이 본인이 진짜 원하는 걸 그렸다. 그런데 엄마와 동생 귀요미한테는 반짝이가 원하는 것이 아닌 엄마와 귀요미가 원하는 걸 그려준 것 같다.

엄마의 독자가 엄마책을 좋아하는 모습/ "귀욤아, 신나게 놀아"

반짝이 그림을 보고 나서 머릿속이 복잡하다.

'반짝이가 원하는 엄마'가 아니라 '엄마가 원하는 엄마'를 그린 게 아닌가?라는 생각 때문이다.

반짝이가 "엄마와 좀 더 많이 놀고 싶어요"라는 마음을 표현할 줄 알았는데, "엄마 책이 인기가 많은 게 소원이에요"라고 하다니...


예상 밖의 그림은 요즘 내 모습을 돌아보게 만든다.

- 요즘 내가 글쓰기에 몰입하면서 아이들과 잘 놀아주지 못했던가?

- 아니면 엄마 스스로 원하는 모습이 되었을 때 반짝이도 평안해지나?

- 반짝이는 별 뜻 없이 그린 그림 가지고 나 혼자 과잉 해석하고 쓸데없는 고민을 하고 있는 걸까?


단순하기 그지없고 늘 '나' 중심으로 살아왔던 내가 아이를 키우면서 머릿속이 늘 복잡하다.

타인(아이) 입장에서 한 번 더 생각하고 마음을 헤아리려고 애쓰고, 내 모습을 되돌아보고...


'아이가 부모를 키운다'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닌 것 같다.

아이가 나를 키우고 있다.

9살이 43살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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