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마음 문'을 닫게 하는 질문
- 아이가 '방패'부터 꺼내 들게 하지 말자
<간단한 저의 소개>
- 친정엄마의 도움을 받아 8살, 6살 아들 둘을 키우고 있는 워킹맘!
- 엄마와 함께 살면서 자꾸 다투게 되어 고민하면서 글을 쓰기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엄마는 금요일에 엄마 집에 가셨다가 월요일 새벽 6시에 우리 집으로 돌아오신다.
오늘도 엄마는 새벽에 우리 집에 오시자마자 이일 저일 눈에 보이는 일을 하시느라 바삐 움직이신다.
주말에 엄마 손을 거치지 못했던 일을 정리하시면서 일주일을 시작하신다.
나한테 월요일 출근시간은 일주일 중 가장 분주하고 무거운 시간. 16년 차지만 여전히 회사는 가기 싫다. 집이 좋다. 그래도 샤워를 하면 무거운 기분이 씻겨 내려가는 건지 향기로운 샴푸, 바디워시 향기 때문인지 기분이 조금 나아진다.
'상쾌하네'
이제 막 샤워를 마치고 나와서 수건으로 머리를 둘둘 말고 있는 날 보시면서 엄마가 물어보신다.
"빨래 누가 널었어?"
'또 뭐가 잘못됐나? 무슨 말씀을 하시려고 물으시는 거지? 좋은 얘기는 아닐 것 같군'
짧은 시간 속에 머릿속에 세 문장이나 스쳐 지나간다.
"왜요?"
"빨래가 냄새가 나서. 저렇게 널면 냄새가 나지. 문을 조금 열어놔야지"
"엄마, 저 옷 입기 전에 어깨에 파스 좀 붙여주세요"
나는 상쾌한 기분을 깨고 싶지 않아서 잠시 화제를 빨래에서 파스로 돌린다.
"어디 붙여줘?"
"여기, 여기요"
뻐근한 양쪽 어깨를 손으로 짚었다.
"엄마, 빨래 널고 바람 통하게 베란다 문을 열어 놓으라고 하시는 거죠?"
"어. 겨울이라 해도 짧고 바람 들어야 냄새 안 나니깐"
"네. 다음부턴 문 열어둘게요. 엄마께서 하고 싶었던 말씀은 그거였죠?"
"어"
엄마는 꿉꿉한 냄새나는 빨래를 양팔 한가득 들고서는 세탁기 쪽으로 향하신다.
마지막 출근 준비인 양치질을 하기 전에 엄마께 여쭤본다.
"근데, 엄마, 이건 궁금해서 그러는 건데요. 저한테 물어보실 때 첫 시작을 '빨래 누가 널었냐'로 하시는 이유는 뭔가요? 김서방이 했다는 것과 제가 한 것에 따라 그다음 달라지는 이어지는 이야기가 달라지나요?"
진심으로 궁금했다.
"네가 그랬으면 앞으로 잘하면 되고, 김서방이 그랬으면 네가 김서방한테 얘기 전해 달라고"
"아"
엄마는 예전에 내가 '엄마의 어떤 말들은 나를 탓하는 것은 기분이 든다'라고 말씀드렸던 걸 기억하시고는 이유를 덧붙여 주신다.
"잘못했다고 뭐라 하려는 게 아니라 그냥 이야기하는 거야"
하지만, 처음부터 엄마께서 원하는 걸 말씀해 주시면 이런 기분이 안들 텐데...
"누가 빨래를 널었냐?"로 시작하는 질문은 듣자마자 마음의 방패부터 꺼내 들게 만든다. 방어 기제가 작동된다.
빨래 누가 널었냐?
문득 어제 오후 일이 떠오른다.
화장실에서 소변을 보고 물을 잘 안 내리는 나의 아이들!
나는 화장실에 들어가다 말고 돌아서서 아이들을 향해 물었다.
"누가 소변 보고 물 안 내렸어?"
"저는 아니에요"
9살 반짝이가 말한다. 7살 귀요미는 아무 말도 안 하고 있다.
나 역시 아이들이 방패부터 꺼내 들게 만드는 질문으로 시작했다. 앞으로 나도 이렇게 말해야겠구나!
"소변보고 나면 변기 물 좀 내려줄래?"라고 말이다. 내가 원하는 걸 이야기하기!
엄마와 살면서 내 아이의 '마음', '감정'을 느낄 수 있을 때가 있다. 친정엄마와 함께 하는 육아의 좋은 점이라고 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