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걸 먼저 먹는다? 나중에 먹는다?

- 정답이 있을까요?

by 다움코치
좋아하는 거라서 아껴먹는 거예요

여행 가는 길에 점심을 먹으려고 휴게소에 들렀다.

반짝이, 귀요미를 위해 계란 프라이, 스팸, 공깃밥을 주문했다.

밥을 거의 다 먹어가는데 반짝이 반찬 그릇에 계란 프라이가 그대로다. 전혀 손을 대지 않았다.

"반짝아, 계란 프라이 먹기 싫어?"

"제가 좋아하는 반찬이라 아껴먹는 거예요. 제일 마지막에 먹을 거예요."


속으로 생각했다.

'지 아빠 닮았구먼.'

남편도 맛있는 걸 맨 마지막에 먹는다. 어릴 때 아껴먹다가 형들한테(남편은 3형제 중 막내) 많이 빼앗겼다고 했다. 그런데 애 아빠가 된 지금까지도 좋아하는 음식은 아끼고 아끼다 제일 마지막에 먹는다.

그런 사정을 모르는 내가 신혼 때 남편이 아껴놓은 걸 쏠랑 먹었다가 남편의 기분을 상하게 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반면 귀요미는 최애 반찬인 계란 프라이를 받자마자 다 먹어버린다. 그리고 형아 접시의 계란 프라이를 젓가락으로 쿡 찌르면서 집적댄다.

귀요미는 틀림없이 나를 닮았다!


귀요미가 계란 프라이를 집적대자 반짝이가 소리친다.

"내 거 건들지 마. 아껴먹는 거란 말이야"

귀요미는 화가 난 반짝이가 이해가 안 된다는 듯한 표정이다. 그러고는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젓가락을 들고는 또다시 반짝이 접시를 툭 툭 건드린다.


나는 귀요미 젓가락을 막아서며 말했다.

"반짝아, 맛있는 걸 제일 먼저 먹어야지. 그래야 더 맛있게 먹지. 식으면 맛없어. 아끼다 똥 되는 거야"

"제일 마지막에 먹는 게 맛있단 말이에요"

"그런데 맛있는 걸 남겨두면 옆사람이 홀랑 먹을 수도 있어. 네가 계란을 싫어하는 줄 알고...


그럼에도 반짝이는 밥 다 먹을 때까지 계란을 남겨둔다.


반짝이가 그린 < 우리 가족 식사시간 >


맛있는 건 언제 먹어야 하는 걸까?
정답이 있는 걸까?


가끔 아이들한테 말하고 나서 '괜한 간섭인가?'하고 뜨끔할 때가 있다.

엄마께서 날 위해 하시는 말씀을 들을 때 나도 이런 생각을 자주 했 때문이다.

"엄마는 이런 것까지 말씀하셔야 하나? 내가 알아서 잘하는데!'



타고난 대로 잘 살 거라는 믿음


'내 아이들이 나와 남편의 이런 점은 안 닮았으면...' 하는 것이 있다.

그런 모습이 아이들한테서 보이면 고쳐주고 싶은 마음에 한마디 하게 된다. 어릴 때는 고치기 쉽지만 크면 고치기 어렵다는 생각 때문이다.

남편은 그런 나를 보면서 "그냥 내버려 두어. 놔두면 알아서 잘하는데 왜 그래?"라고 말한다.


'그냥 놔두면 잘할까?'


남편은 가끔 내 말과 행동에 브레이크를 걸어준다.

아이들에 대한 나의 믿음이 흔들리거나 내 속도에 아이들을 맞추려고 할 때 옆에서 속도를 늦추어 주는 건 언제나 남편이다.

어떨 때는 남편 행동이 '너무 무심한 거 아냐'라는 생각에 서운함이 들 때도 있다.

하지만 남자아이들이다 보니 삼 형제로 자란 남편 말을 듣고 좋은 결과를 가져온 적이 더 많은 건 사실이다. 아무래도 두 자매 중 장녀로 자란 나보다 남자를 더 잘 알 테지?


'중요한 문제'를 위해 '사소한 문제'는 넘어가라


아이들한테서 보석 같은 점을 발견하고 깜짝 놀랄 때가 많다.

그런데 그런 멋진 점을 봤을 때는 크게 호들갑을 떨지 않고 마음속으로만 생각한다. 그러다가 아이들한테 약간이라도 아쉬운 점이 보이거나 고치면 좋을 것 같은 점(내 기준에서)을 보면 아이한테 말을 건다.

아이를 억지로 바꾸려다가 아이 기분을 상하게 하거나 싸우기도 한다.

소아과 정신 의사 서천석 박사님은 이렇게 말했다.

"사소한 문제는 넘어가야 합니다. 부모가 꼭 간섭할 중요한 문제도 많습니다"


계란을 먼저 먹는지, 아꼈다가 나중에 먹는지는 넘어가도 될 문제 같다. 아이가 나와 논의해야 할 더 중요한 문제를 위해 사소한 문제는 아이를 믿고 맡기자고 결심한다.

타고난 그대로 잘 살 거라고 믿는다!


"아들아, 너는 지금도 충분히 멋져. 생각을 밀고 나가렴"




* 저희 가족을 소개합니다 *

엄마(63세): 바쁜 딸을 대신해 8세, 6세 손자를 키우는 할머니.매일 새벽기도를 가고 매일 운동을 하십니다.

나,이쩡(42세):15년 차 회사원. 바쁜 워킹맘.14년째 주말부부. 새로운 걸 배우기를 좋아합니다.

반짝이(8세):시험관 시술을 통해 찾아온 첫째 아들.엄마와 할머니를 배려하는 아이.하지만 아직 아기입니다.

귀요미(6세):자연임신으로 찾아온 둘째 아들.손이 많이 가지만 귀엽습니다. 에너지가 매우 많습니다.

남편(42세):주말에만 만납니다. 과묵하지만 재미를 추구합니다. 반짝이,귀요미한테 인기가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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