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걱정은 엄마 아빠가 할게

- 자녀 경제교육은 언제 해야 하나요?

by 다움코치


얘들아, 돈 자랑 말고 장기자랑을 부탁해

반짝이 귀요미부끄럼쟁이다.

처음 만나는 사람한테는 조심스럽게 접근한다. 내 친구가 우리 집에 놀러 오면 그때부터 아이들의 관찰이 시작된다. 괜히 우리 주위를 어슬렁거린다.

어느 정도 파악이 되면 슬그머니 다가와 말을 건다.

조금 친해졌다 싶으면 놀이방에 들어가서 양손에 돼지저금통을 한가득 들고 나온다. 저금통을 거실에 쭈욱 늘어놓는다. 그리고 자랑스러운 표정으로 말한다.

"이모, 저, 돈 이만큼 모았어요"


'다른 집 아이들도 이럴까?'

어릴 때부터 경제관념을 교육한다고 너무 일찍 돈을 알게 한 걸까? 나 어릴 때는 어른들이 놀러 오시면 그 앞에서 노래를 하거나 을 췄던 거 같은데, 을 자랑하다니...


갑자기 마음에 뭔가 툭 걸린다.

손님이 오면 거실로 불려 나오는 저금통들


용돈으로 무얼 할까?

명절처럼 특별한 날이면 아이들은 양가 어르신들로부터 용돈을 두둑이 받는다.

나는 아이들이 받은 용돈에서 80%를 떼어내서 저축을 한다. 나머지 20%는 아이들 몫이다.

아이들은 그렇게 생긴 용돈을 자기 저금통에 넣어두고 갖고 싶은 장난감을 산다. 가끔 군것질도 한다.

자기 돈이 있다는 사실만 가지고도 굉장히 뿌듯해한다.


작년 어버이날에는 아이들이 돼지저금통을 한 번 열었다.

외할머니, 친할머니께 다이소 5천 원짜리 안마기를 선물로 사드렸다. 양가 부모님은 매우 좋아하셨다.

손자들이 고사리 손으로 모은 돈으로 사드린 굉장히 귀한 선물이었던 것이다.

할머니, 할아버지께 안마기를 전해드리는 아이들 표정은 개선장군처럼 위풍당당했다.

어버이날 선물로 드린 안마기




유튜브, 핸드폰 만드는 회사에 투자할래?

"반짝아, 귀욤아, 돈을 집에 가지고 있으면 돈이 그대로야. 그런데 너희들이 좋아하는 유튜브, 핸드폰을 만드는 회사에 돈을 맡기면 돈이 늘어난다. 그런 걸 투자라고 불러. 투자해 볼래?"

아이들은 돈이 늘어난다는 사실이 마음에 들었나 보다. 흔쾌히 아이들의 동의를 얻어 아이들 명의로 주식계좌를 만들었다.

그렇게 아이들은 주주가 되었다.


다음번 명절이 돌아왔다.

이번에도 받은 용돈의 80%를 내 지 속에 챙겨 넣고 있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아이들 표정에 아쉬움이 가득하다. 결국 귀요미가 한 마디 했다.

"저금 안 할래요. 그냥 제가 다 가질래요"


나는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주섬주섬 꺼내 들었다. 그러고는 주식계좌를 보여줬다.

"귀욤아, 봐봐. 처음에 OO원 저금했었지? 그런데, 지금은 OOO원이 되었네. 이만큼이나 늘어난 거야. 어떻게 할까?"

돈이 OOO원만큼 늘어났다는 이야기를 들은 귀요미는 말없이 저만치 멀어진다.

그렇게 아이들의 저항감이 줄어든다. 그리고 주식은 1주 늘어났다.

(좌) 반짝이 계좌 / (우) 귀요미 계좌


우리 집은 돈이 없잖아요

어느 화창한 여름날에 반짝이, 귀요미랑 집 앞 놀이터에 나갔다.

"자기야, 우리 몇 년 후에는 저 아파트 몇 동 몇 호로 이사 갈 거야!"

나는 우리 아파트와 놀이터를 사이에 두고 마주 보고 있는 △△아파트를 가리키며 말했다. '꿈은 이루어진다'는 희망을 갖고 남편한테 선언한 것이다.

남편이 미처 말하기도 전에 옆에서 놀고 있던 반짝이가 심각한 표정으로 말한다.

"난 저기 이사 가기 싫어"


"왜?"

남편이 묻는다. 궁금했다. 뭐가 싫은 걸까?

"이사 가면 돈 많이 드는 거 아니에요? 우리 집, 돈 없잖아요"

장난감 사달라고 할때마다 '엄마, 아빠는 돈 없어. 반짝이가 우리 집에서 제일 부자잖아'라고 말해왔던 탓일까?

반짝이 머릿속에 '우리 집은 돈 없는 집'으로 각인이 되어 있나 보다.


웬만한 일에 눈도 꿈쩍 안 하는 남편이 깜짝 놀란 표정으로 반짝이를 보면서 말한다.

"반짝아, 그런 걱정은 반짝이가 안 해도 돼! 그런 건 어른들이 알아서 하는 거야."

나도 옆에서 한마디 거든다.

"반짝아, 엄마 아빠 돈 많이 벌어! 돈 걱정하지 마!!"


돈 걱정은 엄마, 아빠가 할게

'반짝이가 왜 그런 말을 했을까?!'

평소 의젓하고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반짝이지만, 이런 생각까지 할 줄 몰랐다.

그날만큼은 '반짝이한테 너무 일찍 경제관념을 심어준 건가?'라는 생각을 진지하게 하였고 잠깐이지만 후회도 했다.


"반짝아, 귀욤아, 돈은 있으면 편하고 좋지만, 돈이 우리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건 아니야"

반짝이가 이 사실을 알 수 있도록 크면서 이야기를 많이 나눠야겠다!!!



* 저희 가족을 소개합니다 *

엄마(63세): 바쁜 딸을 대신해 8세, 6세 손자를 키우는 할머니.매일 새벽기도를 가고 매일 운동을 하십니다.

나,이쩡(42세):15년 차 회사원. 바쁜 워킹맘.14년째 주말부부. 새로운 걸 배우기를 좋아합니다.

반짝이(8세):시험관 시술을 통해 찾아온 첫째 아들.엄마와 할머니를 배려하는 아이.하지만 아직 아기입니다.

귀요미(6세):자연임신으로 찾아온 둘째 아들.손이 많이 가지만 귀엽습니다. 에너지가 매우 많습니다.

남편(42세):주말에만 만납니다. 과묵하지만 재미를 추구합니다. 반짝이,귀요미한테 인기가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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