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유치원에 가지 않는 7살

엄마도 고3 때, 학교 결석 상습범이었단다

by 다움코치

* 저희 가족을 소개합니다 *

▷친정엄마(64세): 바쁜 딸을 대신해 9살, 7살 손자를 키우는 할머니. 매일 새벽기도를 가고 운동을 하십니다.

나,이쩡(43세):16년 차 회사원. 워킹맘. 15년째 주말부부

반짝이(9세):시험관 시술을 통해 찾아온 첫째 아들. 엄마와 할머니를 배려하는 아이. 하지만 아직은 아기!

귀요미(7세):자연임신으로 찾아온 둘째 아들. 손이 많이 가지만 귀엽습니다. 에너지가 매우 많습니다





"오늘 유치원 안 갈 거야"

'오늘은 또 왜?'

나는 이 말을 차마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머릿속으로만 생각한다.


귀요미는 '유치원 결석 상습범'이다!

귀요미는 아침에 자기 마음에 안 드는 작은 구실을 만들어서 유치원에 안 가겠다는 무기로 사용한다.

"엄마가 형아만 학교 데려다주고 나는 안 데려다줬잖아. 유치원 안 갈 거야"

오늘은 회사 방역 때문에 11시까지 출근하면 되기에 반짝이를 학교 정문까지 바래다주고 막 현관을 들어섰다. 지금 바로 출근하면 지각하지 않을 아슬아슬한 시간이다. 귀요미 등원을 시켜주면 100% 지각할 각!

"귀욤아 미안, 엄마가 다음에는 꼭 데려다줄게"

"그럼 유치원 안 갈 거야"


옆에 계시던 친정엄마께서 거드신다.

"엄마 회사 늦어서 안돼. 텔레비전 보다가 할머니랑 9시 50분 차 타고 가자"

귀요미는 대답 없이 친정엄마 침대 위에서 이불을 돌돌 말고는 그 속에 쏙 들어가 코를 파기 시작한다.

코 판 손가락으로 엄마 이불을 만지작거리자 친정엄마가 한마디 하신다.

"코 파면 안 돼"

귀요미는 코를 판 손으로 이불을 머리끝까지 올려 덮는다.

"코 판 손으로 할머니 이불 만지면 안 돼. 얼른 닦아"

아침부터 친정엄마와 귀요미의 신경전이 시작되려는 기미가 보인다.

친정엄마는 물티슈를 가져와 귀요미 손가락을 닦으신다.

"할머니가 내 손가락 닦아서 유치원 안 갈 거야"

출근하자마자 '띵동' 하고 엄마한테서 문자가 날아왔다.

"택시 타고 유치원 정문까지 갔다가 돌아왔다"

결국 귀요미는 유치원에 가지 않은 것이다. 학기초에 결석했을 때는 무슨 사유인지 담임선생님께 전화 와서 결석 사유를 물어보셨는데, 이제는 전화도 안 하신다.


한번 마음먹으면 자기 뜻대로 꼭 하고야 마는 귀요미는 나를 너무나 닮았다.

20여 년 전 고등학교 시절이 떠오른다.

고등학교 때 부모님과 떨어져서 투룸에서 친구와 자취를 했던 나는 '학교 결석 상습범'이었다.

고3 여름 아침, 무더워서 학교에 가기 싫었다. 룸메이트가 학교에 가고 나면 텔레비전을 켰다. 가을 아침에는 날이 너무 좋아 집에 있고 싶었다. 겨울 아침 창밖에 매서운 바람소리가 들리면 학교에 가기 싫었다. 하루 종일 집에서 뒹굴뒹굴. 그러다 심심하면 교과서를 펴고 공부를 했다.


이런 나를 둘째 귀요미가 빼다 박았다. 유전자의 힘이란 대단하구나!

하지만 이런 나도 좋아하는 것을 발견하면 미친 듯이 파고든다. 질릴 때까지 하는 집념이 있다. 귀요미는 나의 이런 점도 닮았다. 만들고 싶은 게 생각나면 4~5시간씩 레고로 만들기를 한다. 밀가루 놀이를 하고 싶다 해서 밀가루를 주면 몇 시간씩 혼자 재미나게 논다. 유치원 독서록을 제출해야 하는 전날에는 독서록을 달라더니 혼자서 밀린 독서록 15개를 내리 써낸다.

노는 것도 화끈하게, 좋아하는 것도 화끈하게! 중간이 없는 귀요미!

성실한 개미도 좋고, 풍류를 즐기는 베짱이도 좋다. 귀요미가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을 찾아내서 즐겁고 행복하게 살기를 바란다. 주인의식을 갖고 좋아하는 것과 자기 길을 찾는 건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귀요미의 생각을 응원한다.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 살아야 하니 욕망을 통제하고 자신을 지배하는 것도 배우기를 기도한다.

고수와 하수의 차이는 '내 길이 있느냐 없느냐?'에 달려있다. '주인 의식'을 갖기 위해서는 먼저 자기 길을 찾아야 한다. 자기 길이 없는 사람의 관찰은 고민으로 이어진다. 답을 낼 수 없기 때문이다. 고민으로 점철된 삶은 답을 낼 수 없고, 결국 세상이 시키는 대로 하수의 삶을 살게 된다.

내 길을 발견한 자만이 보고 듣고 생각한 모든 것을 자기 삶에 반영할 수 있다

- 아이를 위한 하루 한 줄 인문학(김종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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