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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꾸준한 시간부자 May 10. 2022

시간부자62-②운다고 달라지는(필사)

1일 1독 같이 하실래요?

1일 1독 프로젝트>를 시작합니다.    

매일 1권을 읽었을 때 나의 변화를 알고 싶어 시작한 프로젝트!

2022.2.9부터 시작!!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1. 읽은 날짜 : 2022.5.5(목)    *62권째

2. 작가/출판사/분야 : 박준/난다/문학

3. 내가 뽑은 키워드(3가지) : 유언, 정중함과 예의, 미병

4. 내가 뽑은 문장 :  타인에게 별생각 없이 건넨 말이 내가 그들에게 남긴 유언이 될 수 있다



<필사>

# 어떤 말은 죽지 않는다.

나는 누군가와 대화를 나눌 때 한 문장 정도의 말을 기억하려 애쓰는 버릇이 있다. "뜨거운 물 좀 떠 와라"는 외할아버지가 내게 남긴 마지막 말이었고 "그대 만났던 청요릿집에서 곧 보세"는 평소 좋아하던 원로 소설가 선생님의 마지막 말이었다. 나는 죄송스럽게도 두 분의 임종을 보지 못했으므로 이 말들은 두 분이 내게 남긴 유언이 되었다

(18페이지)


먼저 죽은 이들이 말이 아니더라도 나는 기억해두고 있는 말이 많다. "다음 만날 때에는 네가 좋아하는 종로에서 보자"라는 말은 분당의 어느 거리에서 헤어진 오래전 애인의 말이었고 "요즘 충무로에는 영화가 없어"는 이제는 연이 다해 자연스레 멀어진 전 직장 동료의 마지막 말이었다. 이제 나는 그들을 만나지 않을 것이고 혹 서리에서 스친다고 하더라도 아마 짧은 눈빛으로 인사 정도를 하며 멀어질 것이다. 그러니 이 말들 역시 그들의 유언이 된 셈이다(19페이지)


역으로 나는 타인에게 별생각 없이 건넨 말이 내가 그들에게 남긴 유언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같은 말이라도 조금 따뜻하고 예쁘게 하려 노력하는 편이다(19페이지)


꼭 나처럼 습관적으로 타인의 말을 기억해두는 버릇이 없다 하더라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저마다의 마음에 꽤나 많은 말을 쌓아두고 지낸다. 어떤 말은 두렵고 어떤 말은 반갑고 어떤 말은 여전히 아플 것이며 또 어떤 말은 설렘으로 남아 있을 것이다(19페이지)



#비

그는 비가 내리는 것이라 했고

나는 비가 날고 있는 것이라 했고

너는 다만 슬프다고 했다

(32페이지)



# 몸과 병

사실 대부분의 병은 어느 날 갑자기 생기는 것이 아니다. 예를 들어 당뇨나 고혈압은 정해진 수치에 이르러야 병으로 진단받게 되는데 아직 정상 범위 내에 있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수치가 점점 오르는 중이라면 그는 병의 전 단계에 있는 것이다. 한의학에서는 이것을 미병(未病)이라 부른다. 이 미병의 시기는 치료가 수월한 반면 스스로 잘 알아차리지는 못한다. 나는 이것이 우리가 맺고 있는 타인과의 관계와 비슷하다는 생각을 한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가 깨어지는 것은 어느 날 갑자기 일어난 사건보다는 사소한 마음의 결이 어긋난 데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더 많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는 이것을 별 대수롭지 않은 것으로 넘기고 만다(45페이지)


관계가 원만할 때는 내가 그 사람을 얼마나 생각하고 그 사람이 나를 얼마나 생각하는지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한 사람이 부족하면 남은 한 사람이 채우면 될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관계가 끝나고 나면 그간 서로 나누었던 마음의 크기와 온도 같은 것을 가늠해보게 된다. 이때 우리는 서운함이나 후회 같은 감정을 앓는다(46페이지)



# 낮술

독주를 각자 한 병씩 비워갈 무렵, 한참을 침묵하고 있던 선생님이 말을 시작했다.

"사는 게 낯설지? 또 힘들지? 다행스러운 것이 있다면 나이가 든다는 사실이야. 나이가 든다고 해서 삶이 나를 가만두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스스로를 못살게 굴거나 심하게 다그치는 일은 잘하지 않게 돼"(63페이지)



# 마음의 폐허

'사랑하는 이에게 신발을 선물하지 않는다. 방에 들어갈 때 문지방을 밟지 않는다, 밤에 휘파람을 불지 않는다..'

생각해보면 나는 얼굴 한번 본 적 없는 사람들이 만들어낸 미신 같은 말을 잘도 믿고 지키며 살아왔다. 그러면서도 정작 믿어야 할 사람에게는 의심을 품은 채 그 사람과 그의 말을 믿지 않을 때도 있었다. 어디 타인 뿐이었던가. 삶의 순간마다 나는 스스로에게조차 마음을 내어주지 않을 때가 많았다(64페이지)



# 소설가 김 선생님

마흔이 훌쩍 넘는 나이 차이가 있었지만 우리의 대화는 즐거웠다. 선생님은 주로 자신의 유년기나 등단 무렵이었던 1960년 전후의 상황 그리고 작고한 문인들에 대한 뒷이야기 같은 것을 들려주셨다. 그러나 본인의 이야기가 조금 길어졌다 싶으면 그만 말을 맺으시고 내게 이것저것 물어오셨다. 자신이 말을 하는 시간과 상대방의 말을 듣는 시간이 사이좋게 얽힐 때 좋은 대화가 탄생하는 것이라 나는 그때 김 선생님을 통해 배웠다(74페이지)


더없이 사소한 일이고 당연한 일이지만 나는 상대가 누구든 간에 정중함과 예의를 잃지 않는 선생님의 태도를 좋아했다... 5년 전 봄, 선생님이 돌아가셨다. 생각 끝에 장례식장 로비에 머무르기로 했다. 다음날 새벽, 발인을 마치고 벽제로 이동할 때까지 나는 산울림의 <안녕>을 들었다(76페이지)



# 실

상대가 사랑하고 있는 사람이 내가 아니라 '그 누군가'가 되었을 수도 있었다는 사실. 혹은 지금 내가 받고 있는 그 사랑이 과거 '그 누군가'가 받았던 것이라거나, 훗날 다른 '그 누군가'가 받게 될 것이라는 사실. 이러한 사실들로 사랑을 하고 있는 우리의 마음은 곧잘 상한다. 하지만 생각을 한번 더 깊이 가져가 보면 그리 억울해할 일은 아니다. 우리가 정말 사랑하는 대상은 '그 누군가'가 아니라 사랑을 하고 있는 자기 자신의 모습이기 때문이다(93페이지)



# 사랑의 진실

집이 가난한 사람과 마음이 가난한 사람, 사랑을 믿는 사람과 사람을 믿는 사람. 나와 당신이 서로 다른 사람이라는 것이 우리의 사랑을 어렵게 만든다. 그 수많은 다름을 견주 어보는 동시에 그 다름을 감내해내야 한다는 점이 우리의 사랑을 아프게 만든다(94페이지)



산울림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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