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한테 좀 친절할 수 없어?

- 남편한테, 아니 나한테 하는 말

by 다움코치


크리스마스 점심


친정부모님께서 회를 사 오셨다. 컨디션이 안 좋아서 밥을 뭘 차릴까 고민되던 차였기에 부모님의 방문이 무척 반가웠다.

식탁에 접시, 수저를 챙기고 회, 초고추장, 간장까지 세팅이 모두 끝났다.


"엄마 같이 드세요"

"먼저 먹어"

"또 할 일 남았어요? 같이 드세요"

"매운탕 끓이고 배추도 씻고"

엄마는 매운탕을 전기레인지에 올리시고는 냉장고에서 배추를 꺼내신다.

"매운탕은 올려놓고 기다리면 되잖아요. 배추는 없어도 돼요. 같이 드세요"

"내가 배추가 먹고 싶어서 그래"

날카롭게 돌아오는 말투에 금방 기분이 상해버렸다.


"그냥 우리 먼저 먹어요"

'엄마가 배추 드시고 싶으면 나한테 씻어달라고 하고 앉으시지. 그걸 씻느라 못 드시고 불편하게 하시는 거야?'라고 생각했다.


우리 집인데 내가 하는 게 맘에 안 드시는 건지, 나 편하라 그러시는 건지, 이유는 모르겠지만 엄마가 우리 집 주방에 계실 때면 나는 주방에서 자연스럽게 물러나게 된다.

내가 무슨 일을 하려면, 대게 엄마는 "가서 앉아있어"라고 하시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늘도 "제가 배추 씻을게요. 엄마는 와서 드세요"가 목구멍까지 올라왔다가 쑥 들어갔다.

그렇게 말하면 "아냐, 너 먼저 먹어"라고 거절당할까 봐 내가 미리 차단해 버렸다.

엄마가 씻도록 내버려 두는 게 나 나름대로 터득한 '거절을 사전에 차단하기'였다.


물론 엄마가 우리 집에서 독박 육아를 해주시기 때문에 우리 집 주방은 대부분 엄마 차지였고 반찬이 어딨는지도 엄마가 가장 잘 아시는 것이 맞긴 하지만...

오늘같이 특별한 날, 우리 집에 손님으로 오셨으면 배추 정도는 나더러 씻으라고 하시고 식탁에 앉아서 대접을 좀 받으시면 안 되나?


나는, 딸 집에서 사위 앞에서 손님 대접을 못 받고 '일하는 사람'처럼 행동하시는 엄마 모습이 보기 싫은 것이다!


6살 귀요미한테 받은 크리스마스 카드!
"아들아, 넌 커서 엄마한테 친절히 대해 주면 좋겠어!!"


크리스마스 오후 3시


띠리리링~~

남편 핸드폰이 울렸다.

"네.. 와이파이가 왜 안 잡혀요? 안방에서 되는데"

퉁명스러운 남편 목소리를 보아하니 상대는 어머님이시다.

"월요일 새벽에 가죠"

(남편은 주중에 시댁에서 지내며 직장에 다닌다)

어머님께서 남편더러 집에 언제 오냐 물으셨나 보다.

매주 월요일 새벽에 가시는 걸 알면서도 와이파이가 안 돼서 빨리 왔으면 하는 마음에 뻔한 걸 물어보신 듯하다.

"네... 네... 알겠어요"

남편은 성의 없이 대답하고는 나한테 수화기를 넘긴다.

어머님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전화를 끊었다.


전화를 끊은 뒤, 나는 남편이 어머님께 했던 퉁명스러운 통화 목소리와 내용을 흉내 냈다. 그랬더니 남편이 웃는다.

남편한테 어머님께 좀 더 잘해드리라고 한마디 덧붙였다.

"자기도, 참... 좀 더 친절히 말할 수 없어? 와이파이 안된다고 하시면 '월요일에 가서 봐드릴게요'라고 한마디 하면 되는 것을, 그게 그렇게 어려워? "


"지는"

아까 점심때 내가 엄마한테 했던 행동을 말하는 것 같다.

"그렇지, 나도 그랬지. 내가 못돼서 그래. 자기나 나나 엄마들한테 좀 더 잘하자"


"엄마한테 잘 하자"

남편한테 하는 말이자 나 자신한테 하는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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