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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수 Sep 30. 2015

자동차라는 말이 사라질까?

촌PD가 바라본 세상이야기 열번째

 필자가 현재 몸담고 있는 프로그램은 남자들의 로망 자동차 프로그램이다. 일부에선 지역에서 왠 자동차냐고 반문하지만 자동차를 보는것도 모는것도 좋아하는 나에게는 그야말로 천재일우의 기회인 셈이다. 붕붕이부터 트랜스포머까지 자동차는 오랫동안 남성의 상징물로 자리잡아 왔다. 하지만 자동차 프로그램을 연출하는 요즘 이제 자동차는 더이상 남성적이지 않다.


 올해 신차경쟁의 새로운 화두로 떠오른 것이 바로 ‘스마트 카’이다. 르노삼성의 SM5는 스마트 미러링(Smart Mirroring) 시스템을 장착, 운전자의 스마트 폰과 연동시켜 음악, 동영상, 네비게이션 등을 연동시키는 인포테이먼트 시스템을 탑재했다. 현대의 아반떼의 경우 스마트 주차 기능을 탑재하여 운전자의 주차 편의를 돕는 옵션을 집어넣었다. 이처럼 요즘 출시되는 자동차는 단순 엔진에 의해 속도를 내는 경쟁을 벗어나 컴퓨터가 접목된 인간의 ‘편의’에 초점을 맞춘 똑똑한 자동차를 만드는데 힘을 쏟고 있다.    


 필자의 아버지의 차량은 포니였다. 국산 상용차의 시초로 달팽이 모양의 카브레터 엔진이 인상적인 자동차였다. 출력이 낮아 오르막길에서 빌빌대던 이 차량을 타고도 팔도 방방곡곡을 누비고 다닌 기억이 있다. 생각해보면 ‘나’라는 작은 우주의 생성에 이 자동차가 많은 감수성을 불어 넣어 줬을 것이다.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어갈 무렵 우리나라에도 자동차 열풍이 불기 시작했다. 동네에 1~2대에 불과했던 승용차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더 이상 나는 동네의 유일한 마이카를 가진 이점을 누릴 수 없었다. 그때 다른 집 자동차를 보면서 가장 부러웠던 기능이 기억난다. 바로 파워 윈도우 시스템... 요즘에는 모든 자동차에 장착되어 나오지만 당시 창문을 열기 위해선 초등학생 힘으로는 약간 힘겨운 페달을 손으로 돌려야 했다. 그런 시절에 다른 차들은 스위치 하나로 창문이 열리고 닫히는 일이 가능해 졌으니 그 신기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마치 내가 공상과학 만화의 로봇을 조정하는 것 같은 재미를 주었으니 말이다.     


 그로부터 20년 정도가 지난 지금, 자동차의 운전석은 마치 항공기의 조종석처럼 수많은 스위치와 자동차의 상태를 나타내는 각종 정보로 넘치게 되었다. 그중 우리가 쓰는 스위치는 거의 한정되어있고 운전은 예전에 비해 더더욱 쉬워졌다. 이제는 이런 스마트 시스템이 없으면 운전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마저 든다. 실제 필자의 경우 후방 경고 시스템이 들어간 자동차를 구입하고 난 후 주차할 때 예전보다 백미러를 보는 시간이 짧아졌다. 이렇게 새로운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서 인간의 행동양식이 바뀌는 것을 학계에서는 ‘기술결정론’이라고 한다. 새로운 기술이 발전할수록 그 기술에 맞춰 인간의 행동양식이 변하거나 진화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스마트 기술의 발달과 함께 우리의 행동양식은 어떻게 진화하게 될까? 스마트 폰의 보급은 사람들의 대화를 단절시켰지만 스마트 카 시장에서는 자동차와의 원활한 대화를 이끌어냈다는 평가다. 이제 몸을 움직여 운전하는 것이 아닌 생각으로 운전 할 수 있는 시대가 온 것이다. 자동차는 더 이상 운전하는 기계가 아닌 인공지능이 탑재된 형태의 스스로 주행이 가능한 ‘로봇’이 될 것이다.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소비자 전자제품 박람회(International Consumer Electronics)에서 가장 주목을 받은 브랜드는 ‘삼성’이나 ‘소니’와 같은 전자제품 메이커가 아닌 바로 독일의 자동차 브랜드 ‘아우디’였다. 아우디는 무인주행 시스템을 탑재하여 캘리포니아에서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까지 사람 없이 주행하는데 성공한 대가로 가장 많은 플래쉬 세례를 받았다. 그 외에도 세계 유수의 자동차 브랜드들이 ‘스마트 카’라는 이름을 붙이고 가전제품을 보러 온 사람들에게 더 큰 호기심을 선사했다. 즉, 바야흐로 스마트 카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실제 스마트 카의 무인주행의 기술은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받쳐주는 법규와 인프라가 구축되기까지는 아직까지 멀었다. 또한 너무 똑똑해진 자동차를 두고 각종 회의론도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한 가지 확실한 점은 앞으로 출시되는 자동차는 더 이상 수동적인 것은 아닐 것이다. ‘로봇’을 타고 다닐 멀지않은 미래에 우리는 어떤 대비를 해야 할 것인가? 무심코 쓰는 기술이 거꾸로 인간을 위태롭게 하지는 않을까? 로봇시대를 이끌어 나갈 지금의 세대가 해야 할 고민이 아닐까 싶다. 무엇보다 영화 매드맥스 처럼 난폭운전하던 남성들이여... 스마트카를 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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