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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영인 Nov 04. 2018

진정한 친구가 곁에 있나요

보헤미안 랩소디  2018년 11월 3일 아침 10시 50분

옛날 옛적  어느 나라에는 아주 어리석고 바보 같은 여인이 살았다.
그녀는  의사 노릇을 해서 꽤 많은 재산을 모았지만 자신의 삶이 지루해지고 있었다.
그 지루함을 이겨 내기 위해 그녀는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유화나  수채화로 서툴지만 삐뚤 삐뚤 한 장 한 장 작품을 완성해 나갔다.   어느 날  그녀는 임종 직전 환자 한 명이 환상에 빠져 해주는 말을 듣는다.

먼 곳에 사는 한 남자에 대한 이야기였다.
"당신은 그를 만나서 함께 그림을 그려야 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그림을 그리게 될 겁니다."
하늘 보다 더 큰 꿈을 꾸고 있다는,  하늘에 그릴 그림을 연습하고 있다는 그를  그녀는 만나보기도 전에 사랑하게 되어 버리고 말았다.   환자는 돌아가셨고  장례도 치렀다.  그 이후  여인은 갖고 있던 모든 재산을 정리하고  살고 있던 나라를 떠나  남자가 산다는 곳으로 향했다.  그 남자라고 생각되는 사람을 만났다.
그런데 세상일이 그녀의 생각과 많이 달랐다.  
 그는 그녀가 찾던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슬펐다.
함께 그림 그릴 사람이 없어서가 아니었다.  
그 사람을 찾지 못한다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그림을 그릴 수 없을 거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녀는 많은 것을 포기하고 싶었다.  떠나왔던 그곳으로 다시 돌아갈까 생각도 했다.

'환자의 말을 믿고 안락하게 살던 그곳을 떠나왔다니....'
가장 어리석은 것은 그녀 자신이었다.
그녀는 한동안 아무것도 그릴 수 없었다.  대신 눈물로  세상을 적셨을 뿐이다.

금요일에  소요산에 다녀왔으니 주말을 꽤 바쁘게 지냈다.   
금요일 저녁에는 친구네 집에서 '어거스트 러시'와 '티머시 그린의 특별한 인생'을 보고
 토요일에는 영화관에서 '보헤미안 랩소디'를  봤다.  그 틈틈이 책도 두어 권 읽었다.  

난 영화를 분석할 줄도 모르고 숨겨진 의도도 모르고 그저 보는 게 좋아 보는 사람이다.
세 영화는 전혀 다른 종류지만  아름다운 공통점이 있었다.
그중 가장 큰 것이  한 인간의 삶을 들여다보게 한다는 점이라고 본다.
얼핏 보면  '사람의 삶이 사실은 미리 정해져 있는 트랙을 따라가는 것'   이 아닐까 하는 '운명론'을 내세운 것 같았는데 끝까지 보는 동안  인간이란  의지를 향해 달릴 수 있는,  운명을 거부할 능력이 있는 존재임을 깨달아가는 짜릿함을 준다.
정해진 역할에 순종하기를 포기하는,  아니 사실은 저항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그것이다.
'강한 의지'  '자신에 대한 확신'  '결코 포기하지 않는 근성' 같은 것들.

 

결함을 가지고 태어난 인간이 있다.
가족들은 그를 이해하지 못하고 갈등하고 상처 준다.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는다.  열심히 자신의 능력과 재능을 찾아가는 주인공이  한순간 살다 죽는 이야기.
관객으로서  슬퍼하다 좌절하고 포기하려는데  마지막엔 힘을 얻게 하는 게
이들 영화의 공통점이며 장점이다.

'다정한 고통을 던져주는 종류의 영화들. '

주인공들에게는 또 다른 공통점이 있다.
주인공 주위에 존재하는 사람들에 관한 것이다.
'듣기 좋은 말들로 위로하며  주인공을 이용하는'  친구라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아닌 사람들
'기다려 주고 믿어주며 듣기 싫지만 약이 되는 충고를 전해주는'  진정한 친구들.

주인공은 역시 주인공의 자질을 갖고 있기 때문에...
결국은 진정한 친구들을 찾아 제자리로 돌아간다.
그 과정이 어렵겠지만 솔직히  그 정도는 이겨낼 수 있어야  '주인공'이 되는 거 아닌가?
인생은 혼자 살기 어려울 만큼 황량한 곳이므로  진정한 친구나  조력자를 가진 이들은 행운아다.
다행스럽게도  세 영화의 주인공들은 진정한 친구나 조력자를 알아보는 눈을 가졌다.

그런데  정말 다행스러운 것은 그런 눈을 갖지 못했던 내 곁에도  참 좋은 분들이 머물러 주신다는 것.
덕분에  2018년 가을은 지난 어떤 해보다 더 아름답고 뜨거운 계절로 다가왔다.
가을이 겨울로,  겨울이 다시 봄으로 변화하게 될 때쯤
나도  새로운 작품을 내놓을 수 있지 않을까,
다정한 얼굴로 이곳까지 이끌어준 내 곁 사랑하는 이들에게 감사를.

아 참,
앞에 등장했던 어리석은 여인의 이야기도  끝을 향해 간다.
여인은  어느 날 아름다운 강가를 걷게 되고  
그곳에서 그림을 그리던 한 청년을 만난다.
아름다운 그림보다 더 빛나는 것은 청년의 맑은 눈빛이었다.
청년은 하늘에 그림을 그렸고  세상 모든 것이 그의 그림이었다.
여인도  다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이 이야기는 해피엔딩이 될 것만 같은 예감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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