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권영인 Jul 02. 2019

내 안에 숨은 영웅을 찾아라

스파이더맨  far from home

그러므로 우리는 끊임없이 과거로 떠밀려 가면서도 앞으로 앞으로 계속 나아가는 것이다.
위대한 개츠비 - F. 스콧 피츠제럴드


스파이더맨을 예전부터 좋아했다.  언제였던가,  피터 파커의 서늘한 뒷모습을 보고 나서부터였다.

피터는 불우하다면 불우한 환경에서 자라는 평범한 고등학생이었다.  고모와 삼촌이 키워주는 집안 형편은 쪼들렸고  꿈은 없느니만 못했고 그가 짝사랑하는 MJ주위에는  피터보다 잘 생기고 집안도 좋은 친구가 맴돌고 있었다.   우연히 거미에게 물려 그 능력을 갖게 된 그는 검고 어두운 그림자와  히어로적 밝은 세상을 다 갖고 있다.  자신에 대한 확신 부족으로  번민하고 갈등하면서  결국 히어로적 자신을 찾아가는 캐릭터에 매료되었다.


"나는 진짜 히어로인가?"


스파이더맨은 스스로에게 묻고 또 묻는다.  진짜 히어로인가,  히어로가 될 자격이 있는가,  그럴만한 능력이 있는가  번민한다.  자신이 별거 아니라고 결론 내린 후에는  어리석은 결정을 하고  후회하기도 한다.  물론 영화와 현실은 다르다.  스스로의 가능성을  과소평가하고  미리 포기하는 소심한 피터들이  얼마나 많을까를 영화 보는 내내 생각했다.   자신을 과소평가하고 현실에 안주한 이들은 나름대로 평범하지만 평범하지 않은 삶을 산다.  가끔은 과거를 돌아보며  '그때는 그랬었지'  생각하며  잠시 감회에 젖어보겠지만  한번 포기한 일들은 돌이키기 어렵다.   뒤돌아보지 않고 떠나야 하는 순간이 찾아온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그 순간 떠날 수 있는 사람이 영웅이다. 영웅이 되지 못하더라도 영웅이 될 가능성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운명은 성공을 떠먹여 주지 않으므로.


영화 전반적으로 히어로가 될 운명을 가진 자는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한다.'는 대사가 많이 나온다.  평범한 삶을 포기하고  지구를 지키는 것이 피터에게 주어진 운명이라는 것.  그 운명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던 피터는 갈등한다.  평범하고 사소한 행복을 누리고 싶은 피터는 영웅이라는 이름으로 받은 왕관을 벗어버리고 싶다.


예전 스파이더맨 영화가  피터 개인의 감정 변화에 중점을 두었다면  이 영화는 마블 캐릭터 식으로 풀어나갔다.  운명을  피하고 싶은 스파이더맨 이야기는 화려한 액션과  경쾌하고 장중한 음악으로  마블의  옷을 입었다.   전보다는 훨씬 가벼워진 스토리 전개에 볼거리 위주, 하이틴 영화처럼 변했지만 역시 스파이더맨이라는 캐릭터에 맞춰 피터의 내면 갈등을 그려냈다.    포기하려는,  스스로에게 안주하려는,  자신 없고  별것 아닌 자신과  어쩔 수 없이 강한,  영웅적 사명감을 가진  위대한 히어로인 자신의  싸움은 색채 대비로  표현된다.


한동안  진짜와 가짜를 구별하는 방법에 대해 생각한 적이 있었다.   말로만 대단한 사람인양 떠드는 이들도 있고  말없이 자신의 본분을 지키는 진정 위대한 이들도 있다.   나는 진정으로 위대한 이를 알아볼 수 있을지,  매스컴과  언론에서  띄워주는 대로  이미지뿐인 영웅을  따르고 있는 건 아닌지,  무엇보다  내가 잡을 수 있는 수많은 기회를 볼 수나 있었는지,  못한다는 생각으로  주저앉거나  포기하고 있는 건 아닌지.

내 안의 스파이더맨은 뭐라고 대답해 줄지 궁금하다.


작가의 이전글 사랑의 기억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