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귀신을 보게 된 것은 그 일이 있고 나서였다. 물론 그전에는 귀신은커녕 공포영화도 제대로 못 보는 겁보였다. 지금도 귀신 보기를 좋아하냐고 묻는다면 대답은 ‘아니오’다.
새삼스레 그 일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지금 밖에 비가 내리기 때문이다. 아주 조금씩 오는 보슬비 말고 굵은 빗방울이 뚝뚝 떨어질 때면 내내 잊고 지내던 그날 일이 떠오른다.
몇 년 전 늦가을, 태풍이 북상하던 그 날 일들이.
이제와 생각해 보면 귀신을 보는 이들에게는 한 가지 공통된 비밀이 있었다. 문제라면 그 비밀이 아주 간단한 것이라 귀신 보는 것에는 관심도 없던 사람도 어쩔 수 없이 보게 되는 것이지만. 내 경우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