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카오 여행

신발끈을 묶다

by 영인


나는 타고난 집순이다. 학생일 때는 학교, 집, 학교, 집을 직장에 다닐 때는 직장, 집, 직장, 집을 오갔다. 잠시라도 외출할 일이 생기면 한 번 나간 김에 모든 일을 다 마치고 돌아온다. 쉬는 날에는 집안에서 모든 일을 해결하고 집 밖으로 나갈 때가 거의 없다. 그럼에도 여행을 좋아한다. 낯선 공기, 낯선 길을 오가며 낯선 경치를 보면 심장이 뛴다. 흥분되고 재미있다. 낯선 모든 것들이 나에게는 행복한 자극이 된다. 그러나 타고난 길치라서 혼자 여행 가는 건 두렵다. 길을 잃고 헤매다 집으로 돌아오지 못할까 봐서다.

- 나 이번 크리스마스에 연말까지 길게 휴가를 받았는데 혹시 스케줄 괜찮으면 함께 여행 갈래?

오래 알고 지내는 친구 L이 전화로 묻지 않았더라면 나는 이번 여행을 떠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친구의 제의에 선뜻 그러자고 대답했다. 내 여권 상황을 설명했더니 마카오에 가자는데도 동의해 주었다. L과는 꽤 여러 곳을 함께 다녔으므로 여행 스타일을 잘 안다. 탈것은 최소화하고 주로 두 발로 걷는 편이고 유명한 관광지보다는 다른 사람들이 가지 않는 작은 골목을 찾아다닌다. 그럼에도 유명한 맛집은 꼭 찾아간다. 나에게 매일 꼭 뜨거운 아메리카노를 마시는 습관이 있다면 L은 '제대로 된 음식'을 챙겨 먹는 습관이 있다. 그와 함께 여행하게 되면서 나는 오래 걷는데 익숙해졌고 여행지의 특산물, 맛있다는 음식을 맛보는 행복을 누렸다. 과거의 여행 스타일을 미루어 볼 때 이번에도 발 편한 운동화를 챙겨 가야겠구나 싶다.


다음날 아침 일찍부터 '마카오 관광청'에 들렀다. 여행에 필요한 책자와 자료가 비치되어 있어서 그중 몇 권을 챙겼고 서점에 들러 마카오 여행 책자도 몇 권 샀다. 집으로 돌아오는 도중에 카페에 들러 커피를 홀짝이며 자료를 찾아보았다. 마카오의 공식 명칭은 중화인민공화국 마카오 특별행정구다. 480여 년 동안 포르투갈의 지배를 받았고 1999년 12월 20일 중국에 반환되었다. 전체 면적은 서울의 1/20이라고 한다. 중국어와 포르투갈어가 공식어이지만 마카오인 90% 이상이 광둥어(Cantonese)를 사용한다고 한다. 기후는 연평균 20도 안팎이라는데 5월부터 여름 동안은 한낮 기온이 30도를 훌쩍 넘고 비도 자주 내린다. 여행하기에는 10월에서 2월 사이가 적당하다고 한다. 서울을 기준으로 마카오까지 비행시간은 3시간 40분 정도라고 한다. 시차는 1시간으로 마카오가 한국보다 1시간 느리다. 마카오의 화폐 단위는 파타카(Pataca)이며 MOP로 표시한다. 홍콩달러와 1:1로 통용되며 파타카는 홍콩에서 사용할 수 없다. 마카오 지도를 펼쳐 보면 남 북, 두 부분으로 나뉜다. 북쪽은 마카오(Macau) 반도로 중국 국경과 직접 맞닿아 있다. 마카오 반도와 다리로 연결된 남쪽 부분은 타이파(Taipa), 코타이 스트립(Cotai Strip), 콜로안(Coloane) 의 세 부분으로 나뉜다. 4박 5일동안 관광을 계획하고 있었으므로 우리는 마카오 반도, 타이파, 코타이 스트립, 콜로안 을 하루씩 돌아볼 계획을 세웠다. L은 세나도 광장 근처에 숙소를 정했다면서 숙소 근처에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건축물들이 무척이나 많다는 것도 전해주었다. 여행을 떠나기 몇 주 전부터 L은 인터넷을 검색하고 자료를 뒤져보며 마카오 여행을 준비하는 모양이었다. 그러나 나는 여행책자를 한 번 읽어본 것을 제외하고는 마카오에 대한 자료를 더 찾지 않고 지냈다. 환전을 했고 반팔 셔츠를 챙기고 가벼운 운동화를 준비한 것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낯선 곳에 도착했을때 느낌 그대로 받아들이고 싶었기 때문이다. 역사책에서 읽은, 인터넷 기사에서 읽은 숫자들과 지식들로 선입견을 갖고 도착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리하여 여행 떠나는 그 아침까지 내가 준비한 것은 맑은 기대와 투명한 지식, 건강한 두 다리 뿐이었다.






(마카오 관광청 홈페이지는 아래와 같습니다.)

https://www.macaotourism.gov.mo/k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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