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침대에서 자도 될까?

2020년 6월 9일; 푹푹 찌는 더위. 이제 시작됨.

by 영인



마루를 데리고 오겠다고 하자 동생이 그랬다.

“강아지가 침대에 뛰어 올랐다가 뛰어 내렸다가 너무 자주 하면 슬개골 탈구 되니까 애견 계단 필요할텐데……. 하나 보내 줄까?”

그 말에 화들짝 놀라 되물었다.

“강아지가 왜 침대에 올라와? 침대에 강아지는 절대 안돼. 나는 그거 싫어.”

단호한 내 말에 동생이

“정말 그럴까?”

한다.


그때는 한 치의 의심도 없었다. 마루가 오기 전에 개 집이며 캔널까지 다 준비해 두었다. 한 집에 살지만 서로 방해할 일 없을 거라고, 마루는 개 로서 편안하게 자신의 세계에서 살 거라고 말이다. 그런데 막상 마루를 데리고 와 보니 그게 아니다. 마루는 첫 날부터 내 침대 위로 뛰어올라 잠을 잤다. 그 사진을 본 동생이

“침대에는 못 올라가게 한다며?”

하고 놀렸는데 그 말을 듣고 보니 이건 아니다 싶었다. 다음 날 마루가 침대에 올라오면 안아들고 제 잠자리에 데려 다 주었다. 그래도 자꾸 올라오던 녀석은 다섯번쯤 내려 놓자 포기한 것처럼 보였다. 동생이 선물로 보내준 계단은 침대가 아닌 소파 앞에 놓아두었으니 마루가 침대에 다시 올라올 일은 없다 싶다. 그날 저녁은 나도 안심하고 잠이 들었다. 꿈 속에서 침대에 마루가 올라와 내 곁에서 자는 것을 봤지만 아침에 깨 보니 마루는 어제 내가 데려다 준 개집 앞 쿠션에서 얌전히 자고 있었다. 이로써 우리의 잠자리는 제 자리를 찾았다고 확신한 나는 매일 동생에게

“우리 마루는 성격이 독립적인가봐. 나랑 안자고 제 쿠션에서 잔다.”

고 자랑 했다.


그런데 일 주일쯤 지났을까? 새벽에 잠에서 깼는데 마루가 내 곁에서 자고 있었다. 침대 위에 어떻게 올라온 것인지 내게 몸을 아주 바짝 대고 쿨쿨 잔다. 산책하는 꿈을 꾸는지 잠꼬대도 하고 입맛도 다신다. 안아서 내려 놓을까 생각하는데 내 휴대폰에서 알람이 울렸다. 마루는 눈을 번쩍 뜨더니 소리도 없이 침대에서 내려가 제 쿠션을 찾아간다. 언제 침대에서 잤나 싶은 표정으로 쿠션위에 자리를 잡는다.


세상에!

이 녀석, 매일 이렇게 지냈던 모양이다. 내가 잠 든 후 침대에 올라와 자고 내가 깨기 전에 내려가 제 쿠션에 누워 있었던 것. 이 녀석의 이중 생활에 놀랐다.



평소처럼 아침을 먹고 마루의 사료를 챙겨준다. 그리고 산책을 함께 나갔다. 함께 지낸지 일 주일이다. 전보다는 편해졌지만 아직은 서먹한 표정. 침대에서 같이 자면 더 빨리 친해지려나 생각이 많다.


집으로 돌아와 나는 글을 쓰고 마루는 평소처럼 내 근처를 맴돌며 장난감을 갖고 놀았다. 어깨도 뻐근하고 피곤해진 내가 침대에 누워

“마루! 이리와!”

했더니 마루는 총알처럼 침대위로 뛰어 올랐다. 믿을 수 없다는 듯 꼬리를 치고 마구 뛴다. 덕분에 내가 침대에서 떨어지고 말았다. 그날 이후 우리는 한 침대에서 잔다. 매일 한 침대에서 자고 함께 지내는데도 불구하고 내가 침대에 누워 마루를 부르면 마루는 너무나도 행복한 표정으로 미친 듯 침대 위로 달려온다. 사냥감을 잡기 위해 집중하는 것 같은 그 표정을 나는

‘진격의 마루 모드’가 되었다고 부른다.


그놈의 침대가 뭐라고. 오늘도 마루는 몇 번이나 ‘진격의 마루’ 모드가 되어 침대 위로 달려왔다. 강아지와 한 침대에서 자도 될까? 하는 고민은 이제 그만 두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