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성화 수술 후기

2020년 6월 9일: 맑고 더운 날.

by 영인


마루가 중성화 수술을 했다. 중성화 수술을 시켜야 한다는 말에 동의 했지만 견주로서 녀석에게 미안한 마음은 있었다. 마루의 의견은 묻지 않고 나 혼자 결정으로 수술 시키는 것도, 수술이 잘 되면 모르겠지만 잘 안되면 어쩌나 싶어 걱정이었다. 그래서 수술 전날에는 닭고기를 삶아주고 평소 보다 오래 놀아주었다.

수술 당일이다. 지난 밤 12시 부터 금식을 시켰다. 사료 그릇을 치워 두었지만 혹시라도 음식을 나 몰래 먹을까봐서 계속 신경이 쓰였다. 물도 안 먹였다. 오전 6시쯤 산책을 시키고 돌아와 아침 10시쯤 마루를 이동장에 넣고 약속된 동물 병원으로 갔다. 수술하는 마루는 아무것도 모르니 기분 좋아하는데 데리고 가는 내 마음은 영 좋지 않다. 나만 빤히 바라보는 녀석이 안쓰럽다. 의사 선생님은 수술 준비를 이미 마치고 계셨다. 영문 모르는 마루를 안아 받으시고는

"가세요."

하신다.

"네? 아, 네."

마루가 수술 하는 동안 나는 동물 병원에서 기다릴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닌 모양이었다. 선생님은

"오후 4시쯤 데리러 오세요."

하고는 마루를 안고 안으로 들어가 버리신다. 열린 문 사이로 수술대가 보였다. 순간 마음이 더 아프다.



마루가 온 이후 처음으로 나 혼자만의 휴식 시간이 생겼다. 마루가 오기 전 그랬던 것 처럼 혼자 지하철을 타고 근처 쇼핑몰에 들렀다. 모처럼 차분히 커피 한잔 하고 점심도 먹었지만 수술하는 마루가 걱정되어 맘 한 편이 무겁다. 집으로 돌아와 시간 가기만 기다렸다. 책도 손에 잡히지 않는다. 마루 오면 주려고 북어국을 끓이고 있는데 오후 두 시쯤, 반가운 문자가 도착했다.

"마루 데리러 오세요."

걱정 반, 반가움 반으로 마루를 데리러 갔다. 동물 병원 강아지 장에 누워 있던 마루는 내 목소리를 듣자 미친듯 날뛴다. 나를 보더니 무척이나 낑낑댄다. 수술한 부분이 아픈지 혀를 내밀고 헉헉거린다. 선생님은 마루의 목에 컬러를 둘러주시며

"일주일동안은 아무리 낑낑대도 풀어주심 안돼요. 상처를 핥으면 큰일나요."

하신다. 컬러를 두른 마루를 이동장에 담아 집으로 돌아왔다.

마루는 집에 와서도 낑낑거렸다. 북어국도 먹지 않고 기운 없이 누워만 있다. 밤에는 헉헉거린다. 침대에 두고 자면 상처가 덧날까봐서 소파에 잠자리를 마련해 주었다. 평소라면 고분 고분 했을 마루가 이번에는 내 말을 듣지 않았다. 무조건 침대위로 올라와 내 곁에 누워 있다. 아픈지 잠도 못잔다. 나도 함께 걱정스러운 밤을 보냈다.




중성화 수술 후 이틀동안은 기력없어 보이던 마루는 3일째 부터 사료를 먹기 시작했다. 닭고기 삶은 것도 먹이고 산책도 모처럼 데리고 나갔다. 컬러를 한 채로 여기 저기 뛰어 다닌다.

컬러 한 마루를 본 동네 아주머니께서

"쟤는 어디가 아프대요?"

하시기에

"중성화 수술 했어요."

했더니

"아이구야, 이렇게 이쁜 놈이 한 번도 못 써먹고 수술해 버렸구나! 지 닮은 이쁜 강아지를 낳았을텐데. 아깝다."

하신다. 마루는 말 뜻고 모르고 발랄히 돌아다닌다. 그래도 컨디션이 좋아 보여 다행이다.



마루는 나만 보면 목 컬러를 들이대고 목 주위를 긁었다. 빼달라는 것이다. 안쓰러워서라도 빼주고 싶지만 꾹 참았다. 며칠만 참자고 말해주며 마루가 참아내기를 바랐다. 5일째 부터는 평소의 마루로 돌아왔다. 컬러 쓰고 산책도 하루에 두 번씩 꼬박 꼬박 나갔다. 평소처럼 여기 저기 냄새를 맡으려는데 칼라가 걸치적 거리는 모양이다. 그럼에도 온 사방에 코를 들이밀고 냄새를 맡는다. 소변도 전처럼 한쪽 뒷다리를 들고 누기 시작했다. 아픈 것도 많이 가라앉은 것 같다. 수술 상처는 아직도 빨갛다. 날씨가 더워 상처에 감염이라도 될까 걱정이다.


수술 한지 일주일, 병원에 데리고 가서 실밥을 뽑았다. 답답해 하던 목 컬러도 빼고 이동장이 아닌 걸어서 집으로 돌아왔다. 상처는 눈에 띄게 아물었다. 전처럼 활기차 보이는 마루를 보니 그제서야 안심이 된다. 집으로 돌아와 지난 일 주일동안 못 시켰던 목욕을 제대로 시켰다. 개운해 진 마루는 신난 표정으로 온 집안을 뛰어다녔다.


중성화 수술 이후 마루는 아직도 영역 표시를 하고 예쁜 여자 강아지들을 좋아한다. 비록 중성화 수술은 했지만 내게는 귀여운 남자아이다. 중성화 수술까지 했으니 우리 건강하게 잘 지내자. 고생했어, 마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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