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분리 불안은 누구의 것일까?

2020년 7월 14일 : 내가 분리 불안에서 졸업한 날

by 영인


마루를 데리고 온 그 날부터 나와 마루는 함께 지냈다. 타고난 집순이인 탓에 평소에도 외출을 많이 하지 않는 편이다. 취미도 요리, 뜨개질, 모형 만들기 등등 집 안에서 하는 것만 좋아하는 탓에 마루가 오기 전에는 집 밖으로 아예 나가지 않는 날도 있었다. 그런 나를 친구는 "히키코모리"라고 놀리고는 했다. 마루가 오고 나서 하루 한 두 번의 산책 시간이 생긴 것을 제외하면 나는 예전과 똑같이 살고 있었다. 마루와 24시간, 주 7일 동안 함께 지내는 것이 편하고 익숙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전부터 좋지 않던 어깨가 슬슬 아프기 시작한 것이다. 외출할 때 마루가 들어있는 이동장을 무리하게 끌고 다닌 것부터가 시작이었다. 게다가 마루가 침대에 뛰어오르는 바람에 내가 침대에서 떨어졌는데 하필 오른쪽 어깨가 땅에 닿게 떨어지고 말았다. 그때는 너무 아파서 눈물이 찔끔 났었다. 어깨 치료를 받아야 할 것 같아서 병원에 가려는데 강아지는 데려오면 안 된다고 하신다. 마루를 나 없는 집에 혼자 둘 일이 걱정되어 병원 가는 걸 차일피일 미루기만 하다 결국은 노트북 타이핑이 안 될 지경에 이르렀다. 하는 수 없이 병원에 가야겠다 결심하고 계획을 세웠다. 마루를 애견 카페에 데려다 놓고 얼른 병원에 다녀왔다. 애견 카페에서 다른 강아지들과 놀고 있으라고 한 일이었는데 데리러 가보니 마루는 따로 격리되어 있었다.

"애가 다른 강아지들에게 너무 들이대서 따로 두었어요."

직원 분의 설명에도 마음이 좋지 않았다. 다른 강아지들과 잘 놀고 있어도 안타까울 텐데 따로 격리되어 울타리 안에 있던 모습이 자꾸 눈에 선해서 속상하기만 하다. 동생에게 전화해서 며칠만 마루를 맡아주면 안 되냐고 물었다.

"언니, 강아지랑 하루 이틀만 살 거야? 둘이 같이 살려면 언니가 없어도 혼자 집에서 잘 노는 아이로 만들어 줘야지. 언제까지나 함께만 있으려고 해? 분리 불안 교육을 시켜."

동생은 엄격한 목소리로 말했다.



인터넷을 뒤져 강아지 훈련에 관한 책을 찾아냈다. 마루를 두고 나가지 못하니 온라인으로 책을 샀다. 책이 도착하자마자 열심히 통독했다. 유튜브에 있는 강형욱 훈련사의 영상도 보았다. 일단 마루를 집에 두고 잠시 나갔다 오는 연습을 했다. 집 밖으로 내가 나가자 마루가 낑낑 댄다. 발걸음이 멀어지자 컹컹 짖는다. 에고, 다시 들어와 버렸다. 두고 나가는 게 불가능하지 않을까. 절망감이 앞섰다.




"그 책 읽어 봤어?"

친구가 전화로 물었다. 듣기는 많이 들었는데 아직 읽지는 못했다고 했더니

"책 귀신이 뭔 일 이래?" 한다. 그렇지. 내 별명이 책 귀신이었다. 책방에 못 가서 책을 못 샀다고, 마루 두고 못 나간다고 대답했더니 친구는 잠시 생각하다가

"하루에 한두 시간 혼자 두고 간다고 무슨 일 있겠어? 원래 강아지 들은 집 지키는 동물이었잖아. 마루는 영리하니까 처음에는 낑낑대도 곧 알아차릴 거야." 한다. 결국 용기를 내 보기로 했다. 아침에 데리고 나가 산책하고 돌아와 마루를 혼자 두고 나가기로 한 것이다. 가방을 챙겨 들고 손바닥을 보여주며

"마루야, 집에 있어. 나 갔다 올게."

했더니 그 크고 검은 눈으로 나를 빤히 바라본다. 몇 번이나 떨어지지 않는 걸음으로 돌아보면서 집을 나섰다. 현관문을 닫을 때까지도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와 아파트 밖으로 나올 때 까지도 마루가 짖지 않는다. 다행이다 싶으면서도 걱정하면서 길을 걷는다. 마루가 온 후 나 혼자는 처음 하는 외출이다. 집에서 걸어서 이십 분이면 도착하는 책방으로 갔다. 마루가 오기 전에는 거의 매일 갔던 곳이었다. 책을 사고 집으로 오는 길에 커피도 한잔 샀다. 경보라도 하듯 , 빠른 걸음을 재촉해서 집에 도착했다. 현관문을 열자 마루가 킁킁 댄다. 내 냄새를 맡고 꼬리를 치고 뛰어오르며 좋아한다. 나도 마루를 가만히 안아주었다. 역시 우리는 한 가족이야. 속삭이면서.



그 날 이후 용기를 얻은 나는 매일 병원에 다녔다. 진료받고 물리치료를 하면 거의 한 시간이 걸린다. 꾸준히 치료한 덕분인지 어깨도 많이 좋아졌다. 그런 시간이 일주일, 이주일이 넘어가자 마루도 처음과는 달라졌다. 처음에는 내가 돌아오면 뛰어나와 반겨하던 녀석이었는데 지금은 외출에서 돌아온 내가 옷을 갈아입고 컴퓨터 앞에 앉으면 내 곁으로 다가와 가만히 기대는 정도다. 예전에는 풍차처럼 돌리던 꼬리도 지금은 두어 번 예의상 돌리고 만다. 그런 이야기를 동생에게 했더니

"한참 살아봐. 나가도 안 나오고 집에 가도 오나보다 해."

한다.



오늘은 광화문 쪽에 볼일이 있어서 아침부터 서둘렀다. 새벽에 마루를 산책시키고 돌아와 외출 준비를 했다. 마루는 내가 목줄을 꺼내지 않을 때면 나 혼자 만의 외출인지 아는 듯 장난감을 갖고 놀기 시작했다. 그렇게 덤덤한 녀석을 보면 나도 마음을 놓고 편하게 외출할 수 있다. 그러고 보면 마루와 분리될까 봐 생겼던 불안은 사실은 내 것이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다. 빈 집도 잘 지키도록 태어난 개의 DNA를 타고난 마루에게 분리불안이 있을 리 없다.




좋아, 마루! 내가 없는 빈 집은 네가 접수해라. 기왕 지키는 거 잘 지켜야 돼! 너하고 내가 함께 사는 집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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