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집착은........

2020년 7월 18일 : 비 오는 밤 천둥소리에 마루가 놀란 날.

by 영인

뜨개질을 시작했다. 예전에는 목도리나 숄만 뜨다가 요즘 탑 다운 스웨터 뜨는 영상을 보니 나도 뜰 수 있을 것 같아 재료를 사 왔다. 나는 소리에 예민한 데가 있어서 뜨개질할 때 쇠 바늘이 부딪히는 소리를 싫어한다. 그래서 나무 바늘을 골라 유튜브 영상에 따라 뜨기 시작한 것이다. 아침에 마루를 산책시키고 사료를 챙겨주고 글을 쓰다가 도, 티브이를 보다가도 생각나면 뜨개질을 했다. 아팠던 어깨도 많이 좋아졌고 뜨개질을 하면 생각이 정리되는 느낌이 들어서였다. 그런 나를 불만스럽게 바라보는 눈길을 못 본 척 하기는 쉽지 않았다.


처음에 마루는 뜨개실 뭉치 위에 드러누워 애교를 부렸다. 그때는 그냥 그러나 보다 했다. 웃으면서 마루를 안아 다른 곳에 내려놓고

"왜 여기에 누워? 나 뜨개질해야 되니까 혼자 놀아. 알았지?" 했다. 전보다 마루에게 소홀해진 것도 아니다. 산책도 꼬박꼬박 나갔고 사료도 잘 챙겨주었다. 그런데도 마루는 내가 뜨개질만 시작하면 달려와 뜨개실을 공격했다. 잘근잘근 씹으려 들고 실뭉치 위에서 뒹굴고 내 관심을 끌어보려 장난감도 가져와 본다. 그때마다 "혼자 놀아." 하며 저만치에 보냈다. 마루는 내 말을 알아듣는 것처럼 제 집에 들어가거나 장난감을 갖고 논다. 그러면 나는 뜨개질을 계속했다.


뜨개질은 시작하면 참 재미있다. 모양이 잡히고 거의 끝나갈 즈음에는 더 재미있다. 점점 손에서 뜨개질 도구를 놓지 못하는 시간이 길어진다. 조금만 더 뜨고, 더 뜨고 하다 보면 몇 시간이 지난다.

결국 터질 것이 터지고 말았다.


오늘 오후였다. 뜨다 만 스웨터를 소파 위에 놓아두고 나는 부엌에서 커피를 만들고 있었다. 그런데 마루가 입에 뭔가를 물고 신나게 흔드는 것을 발견했다. 사냥감을 드디어 붙잡은 것처럼 마루는 으르렁 거리며 그것을 여기저기 메다꽂았다. 그것도 모자라 땅에 내려놓더니 물어뜯으려고 한다.

"안돼!"

내가 소리쳤다. 마루가 물고 뜯는 것이 뜨다 만 스웨터인걸 알게 된 것이다. 겨우 입에서 떼어낸 뜨다 만 스웨터에 마루의 침이 잔뜩 묻어 축축해졌다.

"야! 너 이게 뭐야!"

내가 처음으로 큰소리를 내자 마루는 나를 빤히 바라본다.

'어쩌면 나에게 화를 낼 수가 있어? 내가 좋아? 뜨개질이 좋아? 응? 응?"

하는 표정이다.

"이거는 만지지 말랬지?"

뜨다만 스웨터는 다시 내 손으로 돌아왔다. 자세히 살펴봤지만 다행히 특별히 상한 곳은 없다. 코가 빠진 곳도 없다.


저녁에 또 뜨개질을 하다 잠시 한눈을 판 새 이번에는 나무로 된 대바늘 끝을 꼭꼭 씹어 놓았다. 바늘 끝을 삼켰을까 봐 입 안을 검사했다. 삼켰어도 벌써 삼켰을 것이다. 하는 수 없다. 대신 혹시라도 배 아파할까 신경이 쓰인다. 모처럼 뜨개질을 접고 함께 놀아주는 것 같으니 마루는 신이 났다. 녀석, 너는 모른다. 끝이 씹혀 더 이상 쓸 수 없는 나무 대바늘 대신 스테인리스 스틸로 된 대바늘을 온라인으로 샀고 그것이 도착하면 나는 다시 뜨개질에 빠져들 거라는 것을.



그런데 말이다. 다가올 미래는 어쩌면 모르는 편이 나을지도 몰라. 지금 이 순간 서로에게 집중하는 우리만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