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루와 나는 매일 산책을 나간다. 하루에 두 번 나갈 때도 있고 한 번 나갈 때도 있는데 이렇게 비가 많이 오는 장마철에는 비가 잠시 그친 것 같으면 얼른 나갔다 온다. 마루는 집 안에 응가하기를 싫어하는 것 같다. 나가면 꼭꼭 응가를 하고 곳곳에 마킹을 하는 걸 보면 그런 생각이 든다.
매일 나가다 보니 언젠가부터는 정해진 루트가 생겼다. 아파트 단지에서 벗어나 근처 공원에 가서 야외무대에도 올랐다가 산책로를 뛰어다닌다. 그렇게 두어 달 지나자 매번 만나는 분들이 생겼다. 강아지들끼리 잘 놀면 보호자들끼리도 친해진다. 이것저것 정보도 얻고 좋은 병원도 소개받는다. 가끔은 그분들 집에 초대받을 때도 있었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마루가 산책 나갈 때마다 마주치는 아주머니가 한 분 생겼다. 혼자 나오셔서 벤치에 앉아계시는데 어찌 된 일인지 마루가 꼭 그분 앞에 달려가 애교를 부린다. 딱히 마루를 부르는 것도 아니고 강아지를 데리고 계신 것도 아니라 나는 마루가 그렇게 할 때마다 폐가 될까 봐 걱정스러웠다. 그분 앉아계신 벤치를 피해 멀리 돌아가기도 하고 그분 앞에서는 빨리 지나가려 하는데도 마루는 꼭꼭 그분 앞에만 가면 발라당 바닥에 누워 애교를 부린다. 참, 곤란한 일이었다.
오늘도 또 마루가 그랬다. 나는 어쩔 줄 몰라하며
"죄송해요."
하고 마루를 끌고 가려고 했다. 그런데 그 아주머니께서 나에게 이리 오라고 손짓을 하신다. 다가가니 휴대폰을 열어 사진을 보여 주셨다.
"어머나!"
순간 놀랐다. 마루랑 똑같이 생긴 강아지 사진이 수십 장이다.
"똑같이 생겼죠? 우리 초롱이예요."
아주머니께서 처음으로 입을 여셨다.
"정말 똑같이 생겼네요. 마루랑."
"그래, 우리 초롱이 3년 전에 병으로 죽었어요. 그 이후로 우울증이 와서 살 맛이 안 나고 밤마다 울고 했는데 마루? 이름이 마루구나. 마루가 왔다 갔다 하는 걸 보고 깜짝 놀랐지 뭐예요. 우리 초롱이가 다시 태어난 게 아닐까? 싶어 가지고요."
"아, 네."
나는 전생을 믿지 않는다. 그렇지만 초롱이라는 그 강아지와 우리 마루가 정말 비슷하게 생긴 것에는 반대할 수 없었다.
"그런데 저 녀석이 자꾸 나한테 와서 애교를 부리니....... 진짜 초롱이가 환생했을까? 다행이다. 좋은 주인 만나서 행복하구나 생각했지요."
하긴, 마루는 아무에게나 애교 떠는 아이는 아니다. 낯선 사람은 경계하고 가끔은 으르렁 거린다. 나에게도 처음에는 낯을 가렸다. 그런데도 그 아주머니에게는 애교를 떨었다. 말을 마친 아주머니가 가시려고 하자 낑낑대며 따라가려고까지 한다.
마루와 함께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내내 미묘한 생각에 휩싸였다. 정말 마루는 초롱이인 것일까? 그분에게 사랑받고 살다가 지금은 나에게 온 것일까?
마루, 사랑받는데 익숙해서 그랬니? 나에게도 관심을 갈구하고 내가 바쁜 것 같으면 그렇게 방해하는 이유가. 그것이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