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루는 나를 알아볼 수 있을까?

2020년 8월 10일 : 무거웠던 비오던 밤

by 영인

급한 일이 생겨 부모님이 계신 미국에 다녀와야 했다. 워낙 갑작스럽게 생긴 일정이라 마루를 데려갈까 생각도 못했다. 우선 내 비행기표를 예약하고 마루는 동생네 집에 맡겨두자 싶었다. 동생은 얼마 전 까지만 해도 시추 두 마리를 키웠는데 두 아이가 다 무지개다리를 건넌 후 잠시 강아지는 쉬겠다고 했었다. 두서없이 동생에게 전화해서 마루를 부탁했더니 흔쾌히 맡아주겠다고 했다.


코로나 사태로 아직은 모든 것이 혼란스럽다. 하필 이럴 때 외국으로 나가려니 여간 신경이 곤두서는 게 아니다. 출국 전 근처 대학병원에서 코로나 검사를 받았는데 결과가 음성으로 나왔다. 그 결과지를 들고 공항으로 달려갔다. 미국 뉴욕 공항에 도착했지만 코로나 검사 결과지 보자는 사람이 없었다. 너무도 쉽게 가족들을 만났다. 한동안 만나지 못했던 아쉬움을 이야기하며 몇 날 며칠을 보냈다. 미국 코로나 확진자와 사망자 수가 세계 1 2위를 다투는 상황이라 많은 것들이 변해 있었다. 쇼핑몰도 부분적으로만 열었고 학교도 닫았다. 거리에 사람을 볼 수가 없다. 그럼에도 쇼핑몰에서 마루에게 줄 간식을 샀다. 동생네에 가서 어떻게 지낼까 계속 신경이 쓰였다. 동생이 매일 마루 사진을 찍어 보내주었지만 마음 한구석 걸리는 게 있었다.



출국 전 날 밤 동생이 마루를 데리러 왔을 때였다. 그렇지 않아도 병원에 다녀오고 짐을 싸느라 마루에게 신경을 못 써주었는데 마루도 그걸 눈치챘는지 유난히 내 곁에만 맴돌고 있었다. 마루가 온 후 동생이 우리 집에 온 건 처음이었다. 퇴근하고 피곤한 몸을 이끌고 우리 집까지 찾아온 동생이 마루를 이동장에 집어넣고 후딱 가버렸는데 마루가 소리소리 지르며 울고 짖어댔기 때문이다. 마루가 그렇게 우는 건 나도 처음 보았다. 순해서 잘 짖지도 않는 아이가 짖다가 울다가 난리를 쳤다. 그렇게 보냈으니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미국에 있는 동안에도 내내 마루 생각이 났다. 그런데 동생이 마루가 잘 지내는 사진을 보내주자 한편으로는 다행이다 하면서도 혹시 나를 잊어버렸을까 싶은 걱정이 든다.


거기에 동생이 마루를 너무 예뻐하는 것도 걱정이다. 혹시라도 마루 예쁘니 달라고 할까 봐서다. 강아지 싫어하시는 엄마도

"무슨 강아지를 키우니? 그냥 혼자서 글만 쓰면 될걸."

하신다. 평소 얌전히 부모님 말씀 잘 듣는 편이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강아지 키우는 건 내가 알아서 할 테니 걱정 마시라고 큰소리를 쳤다. 동생에게도

'나 가면 꼭 데려와야 돼.'

하고 카톡을 보내 놓았다. 마루라는 이름의 겨우 생긴 친구를 뺏기기라고 할까 속이 탄다.


일정을 마치고 귀국하니 이번에는 2주일 동안 자가격리를 해야 한다. 구청에서 알려주시는 대로 보건소에 가서 코로나 검사를 하고 음성 판정을 받았다. 동생도 마루를 데려다 집 앞에 놓아두고 사라졌다. 마스크를 쓰고 현관문을 열고 얼른 나가 마루가 들어있는 이동장을 가져왔다. 동생이 가자 낑낑대던 마루는 집 안으로 들어오자 거짓말처럼 낑낑거리는 걸 멈췄다. 이동장에서 꺼내 주자 내게 달려들어 냄새를 맡는다. 그리고는 온 집안을 돌아다니며 냄새를 맡고 제 집에 들어가 살림살이를 확인한다.



털을 길러주고 있었는데 동생이 데리고 있는 동안 미용센터에 데리고 가서 아주 짧게 잘라 버렸다. 단발머리가 된 마루가 낯설었지만 그것도 잠시, 우리는 꼭 껴안고 재회의 감격을 나누었다.


그런데 지금도 의심스러운 게 있기는 하다. 나에게는 마루와의 재회였지만 마루는 예전의 나를 기억하지 못하는 게 아닐까 하는. 동생에게서 인계받은 새로운 주인이라고 생각하는 건 아닐까 하는. 자가격리 기간 중이라 전에는 하루에 두 번씩 꼭꼭 나가던 산책도 안 나가고 집에만 있는 것도 마루에게는 새로운 주인의 습관이라 여겨지는 게 아닐까.


그런데 마루야, 나를 새 주인이라고 생각해도 괜찮아. 예전 나를 기억하지 못해도 상관없어. 앞으로 함께 하면서 새로운 기억을 쌓아가다 보면, 누가 누구의 주인이라기보다 서로의 친구이며 보호자로서 존재할 수 있지 않을까? 누구와도 바꿀 수 없는 ,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존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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