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가다 만나고 싶은 선수, 그린하우스 빵 사줄게.
경남대표도서관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최근 시험 준비로 빡공모드인데,
이런 때에 공부를 손에 잡히지 않게 하는 나의 아이돌이 하나 있다.
바로 T1의 도란 선수다.
2014년 대학시절에 롤을 배워서 직관도 다니면서 롤은 못 해도 롤 경기와 선수들을 보는 취미가 있었다.
취업과 결혼으로 잠시 시들한 때도 있었지만, 웬만한 결과들은 다 챙겨보았다.
2021년 첫째 임신 중 태교로(남편과의 집 데이트) LCK를 많이 시청했었는데
당시 유난히 KT의 도란선수가 좋았다.
과감한 플레이와 깡이 눈에 띄었다.
경기 외에서는 순박해 보이고 헤실헤실 웃는 상의 친구가 경기만 시작되면 다른 사람 같았다.
개인적으로 말도 안 되는 신인 그리핀 시절이나
(이 땐 팀 자체에 더 관심이 갔음)
덕후몰이의 2020 DRX 시절에는 주변 쇼맨십 좋은 선수들에게 더 눈이 갔었는데,
(표식아 사랑해)
2021년 KT 도란 선수는 플레이 자체로 눈이 갔다.
그냥 잘하는 게 아니라 도란답게 잘하는 게 좋았다.
당시 덕질할 시간이 없어 인터뷰를 챙겨보지도 못하고 커뮤 구경도 안 했지만
너무 좋아서 뜬금없이 나의 육아블로그에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롤 선수 샤라웃까지 했었다.
최근에 보여준 모습들이 이 당시를 떠올리게 했고, 이 마음을 표현하고 싶다는 생각에 글을 쓰게 되었다.
도란 선수는 선수 경력 초반에 상처받을 일도 많았고, 한 팀에 오래 머무르지 않아 팬 입장에서는 마음이 아팠다.
그런 도란 선수의 올해 갑작스러운 T1행에 여러모로 놀라면서도 도란 선수 개인적으로는 매우 축하해주고 싶었다.
진심으로 도란 선수의 색깔과 T1의 색깔이 잘 어울린다고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2023년, 2024년 T1의 로스터가 워낙 강하고 스토리가 있기에 전후로 소란은 많았던 점은 아쉬웠지만)
뭔가 나만 알던 맛집이 인정받고 유명해지게 된 그런 느낌이랄까, 전보다 더 주목받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하니 마음이 설렜다.
도란 선수의 T1 이적행을 듣고 네이버에 검색을 했더니 같은 고향의 인물이었다.
재작년에는 젠지 시절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도서관 옆 사격장에서 무슨 강연도 했었단다.
출신지를 공유한 이후로는 내적 친밀감 MAX로 느껴서 휴가 시즌에 혹시 어디선가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품고 창원을 돌아다니고, 덕질을 해본 적 없는 나이지만 아이돌 버블 같은 멤버십 가입 고민을 진지하게 할 정도였다.
아무튼 창원 와주시면 얼굴 보고 싶습니다 선수님.
나는 T1경기를 챙겨보면서도 LCK 선수들도 다 두루두루 좋아해서
T1이 져도 상대팀 응원하고 좋아하는 그냥 LCK 올팬이자
육아로 바로 옆 동네에서 치른 경기 직관도 못 가는 처지의 엄마라 나의 응원이 의미 있을까 싶기도 하지만,
변치 않는 도란 선수의 용기와 노력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경기를 보는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에게 귀감이 되고 울림이 되었을거라 생각한다.
막연하게 도란 선수의 마음을 상상해 보자면 미움받을 용기? 보다도
미움받을 미래에 대해 생각하지 않고 움직이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동시에 미움이든 사랑이든 무언가 기대하고 행동하기보다
본인이 목표한 것을 향해 생각하고 이끄는 대로 행동하는 사람.
그래서 진심으로 사랑에 감사하고, 겸손한 자세로 끊임없이 노력할 수 있는 게 아닐까 싶다.
종종 번복하거나 주눅 든 때도 있었겠지만, 든든한 주변사람들의 믿음과 사랑 속에 더 단단해지고 날카로워져 가는 도란 선수가 아닐까 싶다.
롤 커뮤니티나 어디에 글 올리기엔 소속된 곳도 없고, 주부라는 타이틀을 가진 이상한 팬이라 애매하지만서 도란 선수의 로드 투 MSI에서의 활약과 MSI 진출을 축하하며, 그의 여정을 응원하고 싶다.
+
애를 키우다 보니 선수를 다른 각도로도 볼 수 있게 되었는데,
인게임 속의 모습이 더 본모습, 기질에 의존한 행동이라고 생각한다면
현실에 충실한 도란 선수는 일론 머스크 같은 문제아 또는 혁신가로 성장하지 않았을까?
도란 선수 어머님께서는 고생을 많이 하셨을지도 모르겠다.
아무쪼록 탑이 어울리는 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