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사랑은 황태미역국을 닮았다

흔한 엄마와 딸 이야기

by 미소핀

만 31세 생일, 딸의 생일을 축하한다며 엄마가 생일상을 준비해 주셨다.

미역국과 소불고기, 무생채, 쌈장이 담겨 있는 반찬통들.


미역국이 담긴 반찬통 뚜껑을 열어보니 역시나 황태가 들어간 황태미역국이다.


나는 황태미역국 싫은데, 나는 소고기 미역국이 먹고 싶은데.

엄마는 어릴 적부터 줄곧 황태미역국을 끓여주셨다.

엄마가 가장 자신 있는 미역국이란다.

매번 황태 속 가시는 내 입안만을 찌르지 않고 더 깊게 박혔다.


엄마는 늘 그랬다.

"다 너를 위한 거야"


나를 위한다는 그 속에는 나를 위한 생각은 없었다.

엄마 편할 대로, 엄마 좋을 대로, 엄마 생각대로

그렇게 자랐고 그렇게 받았다.

나는 원하는 대로 그림을 그리지 못했고, 운동을 배우지 못했다.

대신 공부를 했고 좋은 대학에 갔다.

그렇게 엄마의 어른이 되었으나 그 사랑은 멈추지 않았다.


엄마의 사랑은 거대했으나

그래, 그건 나에게 맞는 방식은 아니었다.

그 거대한 사랑이 때로는 상처를 만들었고, 나를 분노케 했다.


대학생활은 즐거웠으나 전공은 나에게 맞지 않았다.

전공으로 얻는 회사는 좋았으나 회사생활은 행복하지 않았다.

어느 순간 진로를 잃어버렸다.

놓쳐버린 재능에 아쉬움이 남지만 탓할 수는 없다.

겨우 그 정도 재능과 욕심이었겠지.

하지만 더 이상 강요는 말아줘요. 간섭하지 말아요.




나는 몇 번이고 소리쳤다.

"나는 그런 걸 바라는 게 아니야."

하지만 안다.

결국은 엄마의 뜻대로 할 거라는 것을.

거기에서 나는 무력함을 배웠다.

엄마는 그 사랑을 주는 것이 큰 즐거움이겠지.

나에게는 고통일지라도.


어느 날 그 강요와 간섭이 나를 넘어 나의 가족에게 넘어왔을 때에는

더 이상 참기 어려웠다.

사랑이라는 이름의 무례함.

나를 존중하지 않는 그 사랑에 선을 긋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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