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리터리 맨

by 세인트

"좀 짜다, 졸았나 봐!"

"물 붜."

"싱겁다, 간 좀 보지."

"소금 타 먹어."

여기서 한 마디 더 했다가는 삼시세끼 갖다 바치는 것만 해도 고마운 줄 알라고 할 것이기에 입을 다문다.


여자들은 이걸 밥투정으로 느낀다. 하지만 남자인 나는 투정이 아니라 아까와서 그렇다. 이렇게 공들여 만들었는데, 소금만 조금 덜 넣었으면 맛있을 걸, 소금만 조금 더 넣으면 딱 좋았을 텐데, 이런 뜻이지 결코 아내가 만든 음식이 맛없다는 투정이 아니다. 아무리 설명하고 변명을 해도 아내에게는 그저 투정으로만 들리는 모양이다. 아들놈은 눈치 보다가, "아빠 그냥 먹어, 또 싸우지 말고" 한다.


아내와 나는 30년을 함께 살았다 그런데도 음식에 소금을 더 넣거나 덜 넣는 시덥잖은 문제로 토닥거린다.

물론 짜면 내가 물 붓고, 싱거우면 내 손으로 소금 타면 된다. 그게 귀찮은 것도 아니다. 다만 소금 한 스푼의 신경만 쓰면 성공일 텐데 아깝다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특히 모처럼 귀한 재료로 요리를 했는데 소금 한 스푼 으로 맛을 버리게 되면 속상함이 더하다. 그처럼 귀한 재료로 요리하는 날은 뭔가 좋은 날이거나 기념할만한 날인 경우가 많은데, 짜고 싱거운 것 때문에 식탁 분위기를 오히려 썰렁하게 하는 확률은 더 높다.


아들놈이 시킨 대로 입 꾹 다물고 먹는 것도 어렵지 않다. 하지만 그놈의 소금 한 스푼 때문에 맛을 망치는게아쉬워 나도 모르게 튀어나오는 말을 왜 잔소리나 투정으로 들을까? 30년을 같이 살아도 이 진심을 몰라주니 나는야 외로운 솔리터리 맨, 솔트맨이 아니고. 닐 다이아몬드야 애인인 멜린다가 제 친구와 바람이 나서 솔리터리 하지만 겨우 소금 한 스푼 때문이라니.


부부 일심동체라는데, 동체는 스쿼트 열심히 하면 죽는날 까지 가능해도, 일심은 불가하다. 서로 평생을 이해 못 한 채로 포기하며 사는 게 부부가 아닌가 싶다. TV에 어느 박사가 나와 그런 토닥거림을 두고 건강한 부부의 증거라 한다. 제기랄, 그래 당신 말이 맞다. 소금은 건강에 나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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