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로부터 그에게 다른 여자가 있는 것 같다는 말을 듣긴 했다. 나는 웃었다. 세상 사람이 다 바람을 피워도 그 남자는 그럴 주제가 못 된다고. 다른 여자들이 꼬드길 매력이나 있는 사람이면 좋겠다고 했다. 그리고 꼭 일주일 뒤 그가 헤어지자고 했다.
나를 볼 면목이 없다고. 친구들을 통해 자신에게 다른 여자가 있다는 말을 들었을 걸 알고 있다며. 그리고 며칠 전 내가 출장 간 사이 집에 들러 자신의 물건을 가져갔다고. 아이패드는 침대에 앉아 영화 보는 걸 좋아하는 너를 위해 그냥 두고 왔다고. 이별의 선물 같은 건 아니고, 그래도 네게 미안해하는 내 마음을 나타내는 증거로 여기면 고맙겠다며.
이 긴 얘기를 몇 줄의 카톡으로 보내왔다. 하루를 꼬박 새운 뒤 나 역시 그에게 카톡을 보냈다.
"어이가 없다. 이런 식으로 끝내는 거니?"
했다가 지웠다.
"그래도 사람 얼굴을 보고 얘기해야 하는 것 아니니?"
다시 지웠다. 회사에는 몸이 아파 쉬겠다고 하고는 거의 반나절을 무언가 썼다 지우기를 반복했다.
아무래도 카톡으로는 대화할 수가 없었다. 아무튼 그를 만나서 자초지종을 듣든 따지든, 아니면 되돌리자든 따귀를 때리든 해야 할 것 같았다.
"어쨌든 만나자. 오늘 저녁 퇴근 후 ''마농 카페'에서 보자. 그러고 헤어지든 말든 하자"라고 톡을
보냈다.
한참 후 그에게서 톡이 왔다
"o"
언제부터냐, 왜 진작 얘기를 않았느냐, 친구들이 다 알도록 드러내면서 어떻게 내게 숨길 생각을 했느냐... 따위의 의미 없는 얘기를 하는 동안에 그는 굳은 표정으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는 동안 그의 휴대폰은 몇 번이나 "카톡!" 울렸고 그때마다 그는 "미안, 잠시만, 회사에 중요한 문제가 있어서" 하고 답을 보낸 뒤, "미안, 아까 뭐라 그랬지?" 하며 다시 내 얘기 듣기를 반복했다. 결국 도저히 참을 수 없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소리쳤다.
"그래 카톡이나 열심히 하고 살아라, 나쁜 새끼!"
버스를 타고 오면서 눈물이 났다. 왜 그렇게 말했을까 후회됐다. 그래도 내 사랑은 멋진 이별을 했어야 했는데 이런 식으로 끝나다니... 싶었다. 그리고 톡을 썼다.
"미안해, 이렇게 끝난 게 아프지만 잘 지내길 바라"
그리고... 지웠다.
또 "ㅇ" 할까봐.
*갑자기 소설을 써보면 어떨까 해서 손바닥 만한 글을 휘리릭 한 번 써봤습니다. 소설가들은 정말 존경해야 할 사람들임을 새삼 느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