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triz

by 세인트


Motriz-— Maria Bethânia & Caetano Veloso

https://youtu.be/_I2dELYBTXc?si=EV3veuM5xtSZ3zet


기차역에는 늘 소리가 많습니다. 오가는 이의 발걸음, 안내 방송, 철커덕 거리는 바퀴소리...

그런데 이 영상에서는 그 모든 것이 한 발 뒤로 물러나 있습니다.


저녁이 막 내려앉은 시간, 하루가 더 이상 새로운 일을 요구하지 않는 때입니다. 누구는 이 시간을 '하느님 담배 피는 시간'이라고 하고, 누구는 '개와 늑대의 시간'이라 부르기도 합니다.


마리아 베타니아와 까에따누 벨루주는 그곳에 앉아 있습니다. 무대를 만든 것도 아니고, 공연을 시작한 것도 아닙니다. 마치 그냥 앉아 있다가 문득, "기다리는 동안 우리 노래하나 할까?" 하는 모습 같습니다. 그 '기다리는'도 멀리 떠나기 위해 기차를 기다리는 게 아니라 귀여운 손녀나 딸이 도착하기를 기다리는 것 같습니다.


노래를 부르기 시작합니다. 까에따누의 기타는 리듬을 이끌지 않고 박자를 강조하지도 않습니다. 손이 현 위를 지나갈 때마다 소리는 조금씩 번졌다가 사라졌다 합니다. 마치 말을 하다 굳이 끝까지 하지 않는 사람처럼.

베타니아의 목소리도 젊은 시절의 힘을 끌어오지 않습니다. 한때는 남미의 트로피칼리즈무 운동의 대모와 같았던 그녀도 이 영상에서는 관객들 앞에서 부르는 노래가 아닌 그저 이 시간을 행복해 하며 콧노래처럼 부르는 것 같습니다. 담담하게 지금의 목소리로,지금 부를 수 있는 만큼만 부릅니다.


Embaixo, a Terra, em cima
O macho céu

아래에는 땅이 있고,
위에는 하늘이 있다.


이 가사는 선언이 아니라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을 다시 확인할 뿐이죠. 세상의 모습과 순리라는 당연한 상황을 당연하게 받아들인다는 의미일 것입니다.


기차가 지나갑니다. 노을은 더 짙어지고, 하루는 조용히 끝을 향해 걸어갑니다. 그 사이에서 노래는 어디로 가려 하지 않고 그저 계속 이어질 뿐입니다.


E entre os dois a ideia de um sinal
Traçado em luz

땅과 하늘 사이에 어떤 신호가 있다고 말하지만, 그 신호를 가리키지는 않습니다. 대신 이 장면 전체가 그 신호처럼 느껴집니다. 기타 소리, 목소리, 저녁 공기, 그리고 기차가 만들어내는 간격들.


E a voz da mãe
A voz da cantora na voz da mãe

어머니의 목소리, 그리고 그 목소리 안에서 다시 울리는 노래. 이 부분에서 이 곡은 개인의 이야기를 벗어납니다. 베타니아의 목소리는 특정한 누군가의 기억이 아니라 처음 노래를 들었던 자리까지 천천히 되돌아갑니다.


이 영상이 끌리는 이유는 감동을 만들려고 애쓰지 않기 때문입니다. 두 사람은 과거를 회상하는 표정을 짓지도 않고, 지금이 특별한 순간이라고 강조하지도 않습니다. 이미 많은 시간을 지나온 사람들이 그 사실을 굳이 말하지 않는 모습이 오히려 오래 남습니다.


E a tarde dói de tão igual

저녁은 늘 비슷하게 찾아옵니다. 그래서 더 아프지요. 하지만 그 아픔은 후회나 슬픔과는 조금 다른 것 같습니다. 오늘도 하루가 지나갔다는 사실을 몸이 먼저 알아차리는 감각이라 해야겠지요.


<Motriz〉는 이 영상에서 앞으로 나아가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물론 뒤를 돌아보라고도 하지 않지요. 그저 지금까지 지나온 것들이 어디에서 왔는지를 조용히 보여줄 뿐입니다. 두 사람의 화려했던 시절은 굳이 언급되지 않습니다. 그들의 명성도 이 장면에서는 아무 역할을 하지 않습니다. 남은 것은 기타 하나와 목소리 하나, 그리고 저녁이 지나가는 속도 뿐입니다.


그래서 이 노래를 설명하기보다 다시 보게 됩니다. 이 영상은 무언가를 이해하라고 요구하지 않고, 그저 잠시 함께 앉아 있으라고 말하는 것 같아서요.


두 사람은 노래를 끝내고 일어날 것입니다. 기차역은 다시 제 소리를 찾을 것이고, 저녁은 완전히 밤으로 넘어가겠지요. 그 사이에 있었던 이들의 노래도 흔적을 남기지 않을 것입니다. 다만 다정한 남매로서, 오랫동안 함께해 온 음악의 동지로서, 그리고 이제 백발이 된 노인으로서 어떻게 하루를 내려놓는지를 잠시 보여줬을 뿐입니다. 이 노래와 영상은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참고로 이 노래의 제목 Motriz는 브라질어로 원동력, 힘 이런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여기서는 우주나 대자연의 힘 같은 세상을 움직이는 원초적인 힘을 표현하고 있습니다.(수필/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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