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도 안 아프지롱

by 세인트

힘센 아이에게 두들겨 맞고는 "하나도 안 아프지롱" 하고 도망가는 애들이 있다. 아파서 눈물이 맺혔는데도 안 아프다며 센 척하는 것 보면 우습기도 하고 불쌍하기도 하다. 본질은 아프냐 안 아프냐가 아니라 어쨌든 맞았다는 거 아니냐. 그런데도 맞은 아이는 안 아프니까 안 맞은 것과 같다는 주장을 하고 싶은 것이다. 이런 부류의 원조로 중국 소설가 루쉰의 '아큐'를 들 수 있겠다.


비겁한 사람은 곤란하거나 당황하면 웃는다. 아무렇지도 않은 척 웃음으로 포장한다. 그러나 그게 헛웃음이라는 건 누구나 안다. 마치 "하나도 안 아프지 롱" 하고 도망가는 아이의 허세처럼. 그래도 태생이 비겁하거나 습관이 된 사람은 쓸 수 있는 무기가 그것밖에 없다. 어릴 때 부모로부터 매를 많이 맞거나 해서 자존감이 떨어진 아이들이 그리되기 쉽단다.


법정에서 사형을 구형받고도 웃는 사람을 봤다. 소문에, 어릴 때 아버지로부터 수돗가에서 고무호스로 두들겨 맞았다더니 그리된 게 아닌가 싶었다. 아버지에게 대들 수는 없고, 두들겨 맞은 건 현실이고, 이 아픈 현실을 잊는 정신승리는 하나밖에 없지 않겠나. "하나도 안 아프지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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