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 이야기

by 세인트

손톱이 자꾸 깨지거나 갈라진다. 딸애가 손톱 영양제라는 매니큐어를 사 와서 발라줬다. 밥 먹고 있는데 왼쪽 옆에 앉아 왼손을 발라주고, 밥을 다 먹자 오른쪽으로 옮겨 앉아 오른손을 발라줬다.

"이거 바르면 안 갈라져?"

"응, 나이 들면 단백질이 부족해서 그렇대, 그러니 내가 말한 대로 고기 좀 먹어".

"난 고기 싫어. 생선은 좋아".

"고기하고 생선하고 단백질이 다르대".

"몰라, 젊어서는 삼겹살 같은 게 가끔 당기더니, 점점 더 고기가 싫어. 무슨 맛인지 모르겠어. 구두창을 씹는 것 같아"

"그래도 억지로라도 먹어야 해. 매일 달걀 2개 분량은 먹어야 한대".

"난 다시 태어나면 돌고래로 태어나 생선 실컷 먹을 거야. 나는 안 잡혀먹고".

"근데, 아빠, 그거 알아? 돌고래도 태평양 돌고래와 대서양 돌고래가 서로 말이 다르대. 그런데 그 중간쯤에 사는 돌고래는 양쪽 돌고래들에게 통역을 해준대"

"어, 그럴 수 있겠다. 어디 보니까, AI가 고래의 언어를 번역했다더라. 정말 걔들도 언어가 있대. 그런 거 보면 사람은 지들 생각에 만류의 영장이지, 고래들이 봤을 땐 고작 땅에서 꼼지락 대는 웃기는 생물처럼 보일 거야. 지들끼리 이상한 거 만들어 타고 다니다가, 한 번씩 서로 전쟁해서 죽고 죽이고 같잖지도 않을 거야. 뭐 저런 한심한 종들이 다 있나 하면서. 그리고 유유히 태평양으로 대서양으로 헤엄쳐 다니며 오래오래 사는 거지".

"맞아 걔들은 또 걔들의 신이 있을지도 몰라. 사람은 모르는. 그래서 저희들의 종교도 있을지 모르는 거고. 어떻게 인간이 고래의 생각을 다 알겠어? 안다고 착각할 뿐이지"


고작 깨진 손톱에 매니큐어를 칠하면서 저 아득한 대양과, 고래와, 고래의 신에 대해 얘기한다.

딸애와 얘기하다 보면 늘 그렇다. 시집가면 난 누구와 고래 얘기를 하나.

입가심 물까지 마시고 난 입에 멸치볶음 한 젓가락 집어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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