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뚤어질 테닷!

by 세인트

"제기랄!, 제기랄!"

그렇게 욕하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런데 눌러 삼킨다.

'씨발!'

이렇게 쓰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런데 차마 그리 쓰지 못한다.


언젠가 신부님이 운전하는 차에 동승한 적이 있다. 도로에 나가면 무법자가 한둘인가, 수시로 끼어들고 난폭한 차량에 대고 신부님도, "차아식". "차아식!" 수시로 욕을 하셨다. 하여 나 같은 평신도는 조금 더 센 욕을 해도 되겠구나 싶었다.


그렇다고 공개되는 글에다 욕을 쓸 수는 없다. 먼저 내 고급진 글만 보고 나를 무척 고급진 인격자로 알 사람들에게 실망을 줄 수 없고, 내 욕을 읽고 욕지기를 느끼게 될 피해를 줄 수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욕보다 더 곤욕스러운 글은, 고운 말로 가득한 글이다. '빨간 종이에 쓰는 거야요', '파란 종이에 쓰는 거야요' 같이 닭살 돋는 시나, '세상은 생각보다 따뜻한 곳이야요'같은 수필을 쓸 때.


어디서 전쟁이 터져 아이들이 굶어 죽어 가고, 어디서 미친 지도자 하나가 아리안 제국을 꿈꾼 히틀러같은 짓을 하는 꼴을 보면, 그날은 죽어도 이쁜 말, 따뜻한 글을 못쓰겠다. 문학이고 나발이고 욕이나 잔뜩 쓰고 싶다.


그렇게 못할 게 뭔데? 왜 글은 이쁘고 점잖기만 해야 하는데? '문학이 당신을 구원하리라'고? 먼저 속풀이도 못 하는데 무슨 구원씩이나. 은유는 또 무슨. 그건 본질을 빙빙 돌리는 재주로 품격있고 균형있다는 소리를 듣는 사람들이나 하는 거지, 이럴 때 쓰라고 있는 화끈한 직설법의 엑기스이자 고갱이인 욕은 뒀다 뭐하게?

"제기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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