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는 과일이 아니다

by 세인트


월요일 오전이면 토마토 행상 차가 골목을 지나간다. "도마도가 왔어요. 밭에서 갓 따온 달고 맛 좋은 싱싱한 도마도가 한 근에 오천 원, 한 근에 오천 원..." 늘 같은 멘트. 나는 쇳소리 갈갈대는 목소리까지 흉내 내어 따라 한다.


아들놈과 나는 토마토 장수가 나타나면 인상을 찌푸린다. 반면에 아내는 그리던 님을 만난 듯 얼굴에 화색이 돌며 부리나케 쫓아 나간다.


'입 큰 개구리'라는 별명처럼 그 큰 입으로 "어머 맛있어!"를 연발하며 토마토를 베어 물고 쭉쭉 빨아대는 아내를 이해할 수없다. 토마토는 과일이 아니라 채소라는 건 교과서에 나오지 않아도 알 수 있다. 한 입 먹어보기만 해도.


토마토 장수가 왔다 간 다음날부터는 아침마다 어김없이 요란한 믹서기 소리가 난다. 나와 아들놈은 울상이 된다. 토마토 고문이라고 들어봤는지. 그 풋내 나는 주스를 마시며 조금이라도 투덜거리면, 아내는 "몸에 좋으라고 힘들게 만든 건데 싫으면 먹지 마!"라 하며, 우리는 그 말에 더는 대꾸를 못하고 꾸역꾸역 마실 수밖에 없다. 이 상황은 마치 의례인 것처럼 매번 똑같다.


그러나 수요일이면 역전의 순간이 찾아온다. "고장 난 테리비나 냉장고, 카메라나 노트북 까쓰통 삽니다..."가 지나간다. 나는 신이 나서 "여기 늙은 중고 마누라도 있어요, 그냥 공짜로 가져가세요!"라고 놀린다. 하지만 처음엔 아내가 파르르 하는 게 통쾌하더니 이제는 "또 시작이냐"는 표정으로 들은 척도 않는다. 그래도 월요일에 당한 토마토 공격에 대한 나름의 복수이니 그만두기는 아쉽다.


이런 상황을 옵서버로서 지켜본 딸애가 어느 날 이렇게 말했다.

"아빠, 나이 들면 부부들이 그렇게 하고 놀아? 그게 애정 표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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