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전 고향에서 카페 하던 시절 일기. 기록으로 남기고 싶어 올립니다)
우리 카페에서 독서모임을 갖는 젊은이들이 있다. 이토록 감각적인 놀이가 널린 시대에 젊은이들이 독서모임이라니. 그 모습이 좋아 가끔 빵을 구워주거나 냉방을 좀 더 시원하게 해 주거나 했을 뿐인데 모임의 호스티스가 고맙다며 책을 선물했다. '5만 년의 역사'. 일전에 신간 중 '유러피언'과 함께 관심 가는 게 있더라고 잠시 얘기를 나눴었는데 그걸 기억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카페에서 주인이 손님으로부터 선물을 받는 일이 얼마나 있는지 모르나 생각지도 못한 일에 책을 받아 든 채 한참 말을 잇지 못했다.. 하트 모양의 귀여운 메모지에는 짧지만 진심이 배어나는 감사 인사도 함께. 평소 손님들의 평가가 궁금했는데, 이처럼 손님으로부터 감사의 선물까지 받고 보니 그리 형편없는 주인은 아니었나 보다 싶어 안심도 되고, 한편 사소한 실수로라도 신뢰를 깨뜨리게 될까 더 조심스러웠다.
몇 달 전에는 노년의 여성 한 분이 빈티지 오디오 세트를 선물하셨다. 젊어서 파독 간호사로 나가 첫 월급으로 샀던 것인데, 고향이 그리울 때마다 우리 노래를 들으며 위로를 받던 것이었다고. 이제 자기는 간수도 어렵고 동네에 이처럼 LP판도 많고 음악 듣기 좋은 카페에 두면 더 잘 쓰일 것 같아 주고 싶었다며.
한 번은 이따금 들르시는 중년 여성 한 분이 아무것도 아닌 듯, "사장님 이거 받으세요" 하며 쇼핑백을 내미시고는 황급히 나가버리신다. 뭐지? 싶어 열어보니 갈색 캔버스천으로 된 앞치마. 펼쳐보니 가슴께에 우리 카페 이름이 박혀있다. 가슴이 먹먹했다. 앞치마도 고마운데 일부러 이름까지 새겨 주시다니! 그리 자주 오시는 것도 아니고, 한 번도 사적인 말을 섞은 적도 없던 분이었는데 왜? 싶었다.
얼마 뒤 오셨기에 감사 인사를 드렸더니, "여행 갔다가 쇼핑몰에 앞치마 파는 곳이 있어 잘 어울릴 것 같아 하나 샀어요" 하셨다. 나는 더욱 고맙고 미안한 마음에, "이름까지 새기려면 그걸 들고 일부러 명찰점 같은 데 가셔야 했을 텐데 왜 그런 애를 쓰셨어요?" 하니, "잘 어울리시면 됐죠. 잘 어울리시네요?" 하며 웃으셨다.
도시 속의 시골 같은 분위기라 카페 이웃들이 과일이며 떡 같은 간식거리를 가져다주신다. 우리 카페 덕분에 동네가 밝아지고 이웃이 화목해졌다며. 그럴 때마다 이게 무슨 복인가 싶다. 지난겨울 한창 카페 공사를 할 때는 통장님이 밤새 삶았다며 막걸리와 함께 돼지고기 수육을 박스에 한가득 담아 오셔서, 마침 겨울치고 햇볕이 좋았던 마당에서 이웃들과 잔치를 벌인 적도 있다.
선물이란 표창장처럼 받는 이가 자격이 있어 받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주는 이의 배려와 선의에서 비롯되는 것이고 보면, 그간의 선물은 내가 아니라 내 곁에 좋은 이들이 많다는 뜻이겠다. 책, 오디오, 과일보다 값지고 자랑스러운 선물은 우리 카페의 손님, 그리고 다정한 이웃들.